한국이 세계에서 복제동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3월 17일 농림부 산하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에서는 한우 복제 생산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알리는 ‘가축복제연구센터’ 현판식이 거행됐다.
연구센터는 농림부의 ‘복제기술을 통한 우량소 보급계획’에 따라 능력이 우수한 복제 한우를 대량으로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제기술인력 5백20명(축산기술연구소 전문인력 40명, 민간 인공수정사와 수의사 4백80명)을 육성하는 한편, 현재의 복제 성공률인 10% 수준을 40%로 끌어올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농림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08년까지 총 2백33억원이 투입돼 복제 한우 암소 10만마리가 키워질 전망이다. 자연산 한우 암소 1백만마리의 10% 수준이다.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다.
복제소 이미 60여마리 탄생
농림부가 전격적으로 복제에 나선 이유는 내년 쇠고기 수입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일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우가 외국의 저렴한 쇠고기에 대항해 살아남으려면 품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농림부는 이를 획기적으로 실현시킬 방법으로 복제기술을 택한 것이다. 고품종의 한우로부터 세포를 얻고, 이를 속이 빈 난자와 결합시켜 복제 수정란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면 고품종의 복제 한우가 수두룩하게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복제소 얘기는 우리에게 이미 낯설지 않다. 1999년 2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교수가 한국 최초(세계 5번째)로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복제동물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같은해 3월 황교수에 의해 복제 한우 진이가, 12월에는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의 기술진에 의해 두번째 복제 한우 새빛이 태어났다. 또 올해 2월 전남 나주의 동신대 동물복제연구소가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복제 젖소 수정란을 어미 젖소 2마리의 자궁에 무사히 착상시켰다고 밝혔다. 3월에는 황우석교수가 국내 최초로 수컷 복제소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이전까지의 복제소는 모두 암컷이었다). 물론 모두 보통의 소에 비해 우유 생산량이나 고기의 품질 면에서 몇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으로 기대되는 개체들이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수보다 실제로 복제된 소의 수는 훨씬 많다. 황교수는 “현재 복제수정란이 이식된 소가 4백50마리 정도이며, 이미 태어난 복제소는 60여마리에 이른다”고 말한다. 태어난 젖소와 한우의 비율은 대략 2 : 1 정도다. 일반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전국의 목장에서는 상당수의 복제소가 태어났고, 앞으로도 태어날 예정이라는 의미다. 황교수는 “원래 올해 2천여마리의 암소에 복제 수정란을 이식할 계획이었다” 라고 밝혔다.
농림부에 ‘가축복제연구센터’가 설립된 것은 이런 최근의 추세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시킨 것이다. 황교수가 개발해온 복제기술의 노하우와 축산업계의 자궁이식술을 결합해 대대적인 ‘복제 사업’을 벌이는데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인력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 현재 10마리 가운데 1마리 정도만 무사히 태어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40%의 성공률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동신대를 비롯한 전국 7개 대학의 연구팀 역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복제 수정란을 ‘분양’하는 대상은 전국의 축산농가다. 농림부는 우선 축산기술연구소 남원지소를 ‘복제소 사육전용목장’으로 시범 지정해 운영하고, 그 성과를 널리 홍보해 전국의 농가에 복제 수정란을 보급할 계획이다물론 현재로서는 농민들에게 복제소가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년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앞둔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고품질의 ‘씨’를 받아 키워보는 일은 한번쯤 진지하게 고려해볼만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이미 태어난 복제소들의 품질이 조만간 확인된다면(예를 들어 젖소는 1년 반 정도 자라야 우유 생산량이 검증된다) 복제소가 농민에게 적지 않은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한우의 최종 소비자, 즉 일반 국민이 과연 복제 쇠고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대량으로 생산됐기 때문에 한우의 가격은 현재보다 저렴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값이 싸다고 해서 소비자가 무조건 택할 리가 없다. 복제 쇠고기가 일반 쇠고기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인지, 즉 사람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복제소 생산을 추진하는 과학자들은 대체로 “나쁜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작년말 복제소 새빛을 출산시킨 축산기술연구소의 장원경박사는 “복제된 소가 일반적인 쌍둥이 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고 “유전형질을 변화시킨 경우가 아니므로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어미의 체세포 하나를 떼내 만들었을 뿐 외래 유전자를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소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2년 후 식탁에 등장?
그러나 현재 필요한 것은 낙관적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이다. 최초의 복제양 돌리의 몸이 정상 동료에 비해 늙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복제동물이 노화에 따른 질병에 걸릴 확률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치병을 치료할 의료용이라면 몰라도 굳이 식용을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복제한우를 전국에 대량으로 보급하기 이전에 소수의 몇마리를 대상으로 충분한 안전성 검증을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원래 소는 생후 18개월에 이르면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2년 후 식탁에서 복제 쇠고기를 접할지도 모른다. ‘가축복제연구센터’의 출범과 함께 복제동물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