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복용하는 것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완화되는 경구용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알약이 사용되면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쉽고 빠르게 자택 치료가 가능해져 그동안 멈췄던 일상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게임 체인저’로 여기는 이유다.
가장 먼저 개발에 성공한 곳은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다. 11월 4일 영국은 MSD가 개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앞서 10월 발표된 임상시험 중간 결과에서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입원율과 사망률을 절반가량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RNA의 구성요소 중 사이티딘(사이토신과 리보스의 결합체)의 유사체로, 바이러스가 RNA 유전체를 복제할 때 사이티딘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유전체 염기서열이 변형된 바이러스는 정상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제대로 복제되지 않는다.
몰누피라비르는 200mg 캡슐 40정으로 이뤄진 한 세트에 712달러(약 84만 원)로 비싼 가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신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MSD는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104곳에서 기존 제네릭(복제약) 업체와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비독점적인 사용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1월 5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 2·3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증식 시 단백질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 분해 효소의 활성을 막아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환자 중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사흘간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결과 0.8%만 입원했고, 치료 후 28일 이내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의 입원율은 7%, 사망자는 7명이었다.
정부는 11월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40만 4000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확보를 결정했고,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