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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에게 상처주지 않길"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

 

신약 개발은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견뎌낸 자만이 거머쥘 수 있는 특권이다. 수많은 후보 물질 가운데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골라내고, 수차례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끝끝내 안전성을 인정받아야 신약으로 출시될 수 있다. 성공할 확률은 불과 0.02%다.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은 31년째 0.02% 확률을 향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개척자들의 모임을 이끌다


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는 의약품인 세포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대안으로 꼽힌다. 황 소장이 이끄는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는 환자의 세포를 사용하는 ‘자가세포치료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하는 ‘동종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종세포는 자가세포보다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더 어렵다. 현재는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의 동종세포로 약 형태의 항암제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황 소장은 “세포치료제는 세계적으로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이라 참고자료도 충분히 없었고 관련 연구도 부족했다”며 “기초 연구부터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황 소장은 세포치료연구소 팀을 전례를 없는 일을 창조해내는 ‘개척자(pioneer)’라고 소개했다. 개척자는 가치를 증명해내기가 어렵다. 특히 의약분야에서는 선례가 없을 경우 개발 위험성이 높게 평가돼 투자가 제한되기 쉽다. 정부의 연구과제 지원은 물론, 심지어 회사 내에서도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연구의 가치와 방법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저 역시 ‘세포치료기술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훌륭한 기술이 될 것이다’라고 되뇌며 자신을 납득시켜야 했어요. 그런데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인 머크(MSD)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저와 동료가 믿었던 기술이 정말 가능하고 쓸 만한 기술이라는 것을 외부로부터 인정받았죠. 이 계약은 우리가 더 치열하게 나아갈 동력이 됐어요.” 

 

화폐, 인내, 창의력, 행운 그리고 사명감


황 소장이 처음 연구한 바이오의약품은 폐암을 선택적으로 식별하는 표적항암제였다. 대학원에서 배운 항체 제작 경험이 바탕이 됐다.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해 바이러스성 만성 간염을 치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황 소장은 “독일의 세균학자 파울 에를리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 화폐(Geld), 인내(Geduld), 창의력(Geschick), 행운(Glück)이라는 4G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저는 여기에 ‘질병의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하겠다’는 사명감이 더해져야 험난한 연구 과정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벌써 세포치료연구소의 한 단계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NK세포 이외의 또 다른 세포나 융복합제제까지 연구개발 분야를 넓혀 갈 거예요.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한 분야의 개척자로서,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새로운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개척자가 되길 응원했다. “제가 찍은 발자국들을 돌이켜보면 바른 선택을 하는 것과 그 일을 뚝심 있게 지속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교수든, 연구원이든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내고, 그 일을 우직하게 해보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를 즐겨보세요. 그리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나’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길, 그래서 나에게 상처주지 않길 당부드려요.” 

 

202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 에디터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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