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미 지역에 분포하는 숲의 토양을 분석한 미국 퍼듀대 티모시 필리 교수팀은 지렁이가 사는 토양에 이산화탄소를 잡아두는 화학물질인 큐틴이 적게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8월 22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화학회’에서 발표했다. 필리 교수팀은 지렁이가 없는 숲과 지렁이가 많이 사는 숲의 토양을 6개월간 비교·관찰했다. 그 결과 지렁이가 많이 사는 토양은 큐틴 함유량이 적었고, 대신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많았다. 리그닌은 나무의 몸통과 잎맥을 구성하는 물질로 큐틴보다 단단하다. 연구팀은 지렁이가 낙엽을 먹을 때 부드러운 부분만 주로 섭취해 토양에 섞인 큐틴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큐틴은 리그닌보다 토양에 있는 탄소를 더 잘 흡수한다. 즉 큐틴이 줄어든 토양은 큐틴이 많은 토양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내뿜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필리 교수는 “토양의 화학조성이 계속 바뀌면 장기적으로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양이 변할 수 있다”며 “지렁이의 분포와 활동을 계속 연구하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