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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라 운명의 붉은 실 커플 브레이커


 

 

※자기모멘트. 물체가 자기장에 반응해 돌림힘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

 

11월 11일. 이날이 뭐라고 심사가 뒤틀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가게마다 자랑하듯 내놓은 화려한 선물 바구니가 거슬리지만 애써 무시해 봅니다. 달력을 한 장 넘겨 12월 25일을 발견하자 마음속 무언가가 더 단단히 꼬입니다. 2월 14일, 3월 14일을 떠올리면 입맛이 다 쓰죠. 무슨무슨 ‘데이’가 다가올 때마다 조연이 돼버린 기분이라면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 봐요. 


기분전환을 위해 운명처럼 이끌리는 한 쌍을 떼어놓는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 모양의 메모꽂이를 두 개 준비했습니다. 각각 철수와 영희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철수의 손(?)에 자석을 고정합니다. 영희에겐 바늘을 꿰어 둔 실을 묶어줍니다. 그러면 바늘이 자석에 붙으면서 철수와 영희가 실로 이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언젠가 맺어질 연인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붉은 실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설화가 생각나는군요. 이 연인에게 고난을 선사해 봅시다. 초에 불을 붙여 바늘을 가열하면 자석에 붙어있던 바늘이 힘없이 떨어져 버립니다. 솔로 부대여, 우리의 승리입니다!


바늘 속 철 원자 하나하나는 작은 자석처럼 자기모멘트를 띱니다. 평상시에 바늘이 서로 끌어당기지 않는 이유는 내부에 이런 작은 자석 수백 개가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상태기 때문입니다. 원자의 자기모멘트가 서로 상쇄돼 바늘 전체로 봤을 땐 자기모멘트를 띠지 않죠. 여기에 자석을 가져다 대면, 자석의 자기장에 의해 철 원자의 자기모멘트 방향이 일제히 정렬됩니다. 그 결과 바늘 전체의 자기모멘트가 한 방향으로 합쳐져 바늘이 자석 쪽으로 이끌립니다.


바늘을 가열하면 철 원자가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온도를 한계점 이상으로 높이면 철 원자의 자기모멘트 방향이 다시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바늘이 자석에서 떨어집니다. 이 온도를 ‘퀴리 온도’라고 부릅니다. 순수한 철의 퀴리 온도는 약 770℃이고, 촛불은 겉불꽃이 약 1400℃, 속불꽃이 약 1200℃니 퀴리 온도에 도달하기에 충분했던 겁니다.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고 했던가요. 사실 바늘은 퀴리 온도 이하로 식으면 다시 자석에 잘 붙습니다. 또, 퀴리 온도를 발견한 피에르 퀴리는 1903년에 아내인 마리 퀴리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죠. 그래도 촛불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지긴 하네요. 어라? 눈에서 콧물이 나는 것 같아요(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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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사진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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