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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등학생 3명 투시 능력 공개

뇌호흡 수련 마치고 눈 가린 채 책 읽어

"그러나 단거리선수의 주력은 직선빠르기일 뿐으로…"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어린 소녀가 '과학동아'(6월호 '축구의 과학')의 기사를 줄줄 읽어나갔다. 아무리 봐도 안대를 통해 글이 보일리 없었다. 그런데 소녀는 처음 보는 '과학동아'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맞춰냈다.
지난 6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 5층 회의실에 열린 '제1회 한국기공사연합회 심포지엄'에서 국내 초등학생 3명의 투시 능력이 공개됐다. 초능력의 주인공은 박한이양(8), 박정진양(10) 자매와 제승현양(8) 3명. 뇌개발 수련법의 하나인 '뇌호흡' 훈련을 1백여일 거친 후 투시 능력이 생긴 소녀들이다.
 

과학동아 6월호의 한 기사를 눈을 가리고 정확히 읽고 있는 박정진양


공간에 떠오른 스크린

처음 선보인 시범은 카드 맞추기. 1-2m 떨어진 곳의 카드 뒷면을 보고 카드에 그려진 무늬, 색깔, 그리고 숫자를 알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3명 모두 처음 몇차례는 카드 내용을 잘 못맞췄기 때문이다. 세모를 네모라고 말하거나, 초록색을 빨간색이라고 표현했다. 카드의 숫자가 몇장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볼 때 누구나 저 정도는 맞출 수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안대로 눈을 가리고 글을 읽기 시작하자 의구심은 말끔히 사라졌다. 소녀들은 당일 행사 안내 팜플렛은 물론 기자가 임의로 펼친 '과학동아'의 기사 역시 정확히 읽어냈다. "거리가 떨어진 카드 내용을 맞추는 일은 책읽기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카드를 잘 못맞췄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소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마에서 빛이 나오면서 눈 앞에 스크린이 생긴다"고 말한다. 기수련자들에게 흔히 '제3의 눈'이라고 알려진 인당이라는 혈자리(상단전(上丹田)이라고도 불림)를 통해 빛이 나와 3-5m 전방의 공간에서 화면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그 화면에는 보고자 하는 사물의 모양이 마치 자막처럼 떠오른다고 한다.

투시의 비결은 뇌를 다스리는데 있었다. 기수련원인 단학선원 지도자이면서 박정진양과 박한이양의 어머니인 이을순씨는 올해 1월부터 3명의 아이들에게 '뇌호흡'이라는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뇌를 상상으로 바라보고 느끼기, 그리고 머리의 혈자리에 의식을 집중하며 숨쉬기를 진행시켰다. 다음 단계는 뇌를 움직이는 훈련. 상상의 손으로 뇌를 만지거나 소리를 내서 뇌에 진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마지막 고급 단계는 뇌를 상상으로 아랫배 단전에 가져다 놓거나 기의 흐름을 타고 춤을 추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머리 속의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무념무상의 상태로 들어선다.

이 수련이 추구하는 커다란 목표의 하나는 잠재된 뇌의 능력을 깨우는 일이다. 행사 관계자들은 "뇌호흡으로 뇌에 혈액이 많이 공급되고 뇌세포의 생명력이 극대화됨으로써 현재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뇌의 기능을 훨씬 많이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투시는 뇌의 숨겨진 능력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3명의 소녀 역시 뇌수련 도중 우연히 투시 능력을 얻은 것이다. 앞으로 훈련을 진행시키는데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초능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이 특이한 현상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전세일 원장(연세대 의대 재활병원)은 "외국의 경우에도 투시를 비롯한 각종 초능력 현상이 발표되긴 했지만 아직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설 단계'라고 전제하면서 투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제시했다.

사람은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사물을 볼 수 있다. 이 범위의 파장이 시신경을 통해 대뇌피질을 자극함으로써 시지각이 발생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형태'로든 다른 파장의 빛이 대뇌피질을 자극한 다면 평소 안보이던 것도 보일 수 있다. 물론 '어떤 형태'가 과연 무엇인지 밝히기 어렵다. 과학자들에게 남겨진 연구 과제다.

서유헌 교수(서울대 의대 약리학·한국뇌학회장)는 "뇌의 특정 감각 기능이 예민해져 투시를 비롯한 다양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 현상을 미신으로 아예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신비주의에 머물러 과학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 초능력자 1천명 추산

사단법인 한국정신과학학회는 국내에서 '남이 못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1천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다. 투시뿐 아니라 염력, 사이코메트리, 텔레파시 같은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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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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