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 붙어요.” 한 여학생이 자석위에 놓인 물체를 두 손으로 힘껏 눌렀다. 그런데 아무리 눌러도 자석과 물체가 붙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학생이 물체에서 손을 떼자 물체는 그 상태로 자석 위에 떠있었다.
“이것이 바로 초전도체랍니다.” 지난 10월 27일 대전지역 남녀 중학생 15명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찾았다. 초전도체 완전 정복이 목표였다. 중학교에서는 아직 전자기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초전도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자석 위에 떠있는 물체라니, 학생들은 금세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에 불탔다.
초전도는 간단히 말해 저항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인 물체인 셈이다. 저항이 없기 때문에 초전도체에서는 전자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흐를 수 있다. 따라서 초전도체에서는 한번 흘려준 전류는 계속 흐른다. 초전도체의 첫번째 특징이다.
문제는 보통 상온에서는 물체의 저항이 0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체의 저항을 없애기 위해서는 온도를 낮춰야 한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물체 내부의 원자핵의 운동이 작아져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08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머링 오네스가 최초로 4.2K(약 -269℃)에서 기체 헬륨을 액화시키는데 성공했고, 1911년 마침내 수은을 액체 헬륨으로 냉각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그런데 모든 물체가 초전도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원소주기율표에 있는 112개 원소 중 30개 정도만이 저온에서 초전도체가 된다. 이 때문에 극한물성팀에서는 자성측정기(MPMS, Magnetic Property Measurement System)를 사용해 초전도체가 될 수 있는지 검사한다.
“MPMS는 냉각기 역할도 합니다. 액체 헬륨과 액체 질소로 채워져 있거든요. 측정하고 싶은 시료를 MPMS에 넣고 시료의 온도를 충분히 떨어뜨린 뒤 이 시료가 자성을 띠는지 양자간섭계로 측정합니다.” 오상준 박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초전도체와 자성은 무슨 관계일까. 이것이 초전도체의 두번째 특징이다. 초전도체 내부로는 자기장이 들어올 수 없다. 오히려 초전도체는 외부 자기장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따라서 MPMS에 시료를 넣고 조금씩 움직여주면 주변 자기장의 세기가 변하는데 이를 측정해 초전도체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액체 질소로 냉각시킨 자석 위에 초전도체를 놓으면 초전도체가 자석 위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캠프에 참가한 천세윤 군은 “캠프를 다녀온 후 초전도를 연구하겠다는 꿈까지 정했다”며 예비 초전도 전문가로서의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