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코가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오래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이 일어나기 쉽다. 현대에는 하이힐을 신는 성인 여성 사이에서 다수 발견된다. 최근 중세 영국에서는 이 질환이 중산층 성인 남자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연구팀은 케임브리지 지역 일대 4개의 묘지에서 발견된 18세 이상 성인 유골 177구의 발뼈를 방사선 촬영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부유한 성인 남성과 성직자들이 파묻힌 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에서 무지외반증 증상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직자로 확인된 사람을 포함해 수도원에 묻힌 사람 중 절반가량(약 43%)에서 질환이 나타났으며, 농촌 묘지에서 출몰된 유골에서는 단 3%만이 질환이 나타났다.
14세기를 기점으로 질환 발병률도 달라졌다. 11~13세기 유골 중에는 단 6%에서 증상이 나왔는데, 14~15세기 유골에서는 27%가 무지외반증으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14세기에 신발 패션이 바뀐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중세 남성들 사이에서 앞부분이 길고 굽이 낮은 구두 ‘풀렌’이 유행하면서 특정 계층에서 질병까지 유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세 후기 영국에서는 중산층 남성들이 구두 앞코를 극심하게 뾰족하게 만들어 신어 이를 제한하는 법까지 있었다.
무지외반증이 있는 사람들이 넘어져서 발생하는 골절 흔적도 나타났다. 현대와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 몸을 변형시키는 패션이 노인이 됐을 때 뼈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피어스 미첼 박사는 “무지외반증이 증가한 것은 새로운 신발 패션때문이었다”라며 “현대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중세부터 성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고병리학 저널’ 6월 11일자에 실렸다. doi: 10.1016/j.ijpp.2021.0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