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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노트] 사람은 강을 넘지 못하고

 

11년 전인 2010년 7월호에 4대강 사업의 현황을 짚고 논쟁점을 지적하는 르포 기사를 썼습니다(‘4대강 살리기’ 현장에 가다). 4~6월까지 경기 여주, 충남 공주, 세종특별자치시, 경북 상주·예천을 돌며 강을 찾았습니다. 강물을 막은 채 건설 중이던 보는 상상 이상으로 컸고, 물길마저 마음먹은 대로 돌리는 토목 기술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원망의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수십 대의 굴삭기가 끝없이 도열해 강바닥을 준설하던 모습에서는, 만약 강의 비명을 시각화한 작품이 있다면 이런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린 모습들 사이사이에 본 강의 모습은 또 달랐습니다. 여주 신륵사 옆 남한강가에서는 바닥 속 물결 무늬까지 비치는 잔잔하고 투명한 물을 만났습니다. 예천 회룡포 내성천에서는 반짝이는 모래가 깔린 얕은 개울에서 그물 낚시를 하던 어부가 신선 같아 보였습니다. 모두 한없이 평화롭고, 작고, 깨질 듯 약하고, 느렸습니다. 물은 한낮의 햇빛에도 잔잔히 흔들렸는데, 물결의 가장자리가 햇빛의 온기를 머금은 듯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그 물가 역시 조만간 공사의 파고에 휩싸일 운명이었습니다.


그 때 찍은 남한강 사진 하나를 이번 호 후기(156쪽)에 실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찍은 정확한 지점이 어디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한다 해도 물가가 달라져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11년 사이에 강은 변했습니다.


이번 호 특집은 한반도 거주 인구의 약 40%를 유역에 품은 한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뤘습니다. 1파트에서는 한강과 그 유역을 만들고 품은 존재인 땅의 역사를 수십억 년 지질학의 시간 관점으로 차분히 되짚어 봤습니다. 특히 지질학의 시간으로는 지극히 최근인 1만~2만 년 전 한강은 물이 빠진 황해의 초원을 달리는 큰 강의 지류였습니다. 그 낯선 모습을 전문가와 함께 고증해 공개했습니다.


2, 3파트에서는 오늘날 한강의 물리적 환경과 한강이 겪고 있는 인류의 영향을 담았습니다. 수십억 년 땅의 기억과 수만 년 대륙의 풀 향기를 간직한 강이 인간의 영향으로 수년 만에 변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굽이치고 흐르는 강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산이 강을 넘지 못하듯, 사람은 강을 넘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의 활동에도 한강은 물줄기를 바꿔 다시 흐르고, 여전히 반짝이는 태양의 모서리 한쪽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수만, 수억 년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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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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