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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를 11개로 조작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2월 23일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들은 세포 2개에서 얻은 결과를 11개로 불린 고의적인 조작”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조작이 밝혀진 부분은 2005년 논문의 ‘표2’. 줄기세포 7개에 대해 테라토마 실험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황 교수팀도 이미 그 중 3개만 실험을 했다고 ‘사이언스’에 요청해 공식 정정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2, 3번 줄기세포 2개에 대해서만 테라토마 형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진짜’인지를 확인하려면 동물실험을 한다. 면역력을 없앤 쥐(스키드 마우스)에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테라토마, 즉 암이 생긴다. 테라토마를 잘라내 약물(파라핀)을 처리하면 여러 조직으로 분화된 줄기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 논문에는 테라토마 실험을 통해 2, 3, 4번 줄기세포가 피부, 근육, 뼈 등 여러 조직으로 분화한 사진이 실려 있다. 결국 4번 사진은 2, 3번 사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2005년 논문 줄기세포는 난치병 환자 체세포로 만든 ‘환자 맞춤형’. 이는 환자 체세포와 DNA지문이 같아 환자에게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없다. 논문에도 같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조사위 확인 결과 2, 3번 줄기세포를 제외한 나머지 9개는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따로 검사한 게 아니라 한 환자의 체세포를 두 용기에 나눠 담아 검사했다. 같은 체세포를 비교했으니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실제로 몇 개나 만든 걸까. 황 교수팀이 논문을 제출한 시기는 2005년 3월 15일.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황 교수팀이 갖고 있던 줄기세포는 2, 3번 단 두개 뿐이다. 그러나 논문에는 11개 만들었다고 보고돼 있다.

조사위가 파악한 바로는 황 교수팀은 2, 3번을 포함한 줄기세포 6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1월 9일 실험실이 곰팡이에 오염돼 2, 3번을 제외한 4개가 죽었다고 한다. 나머지 5개 중 2개는 기록이 전혀 없고, 3개는 3월 9일 콜로니 상태로 관찰됐다는 기록이 있다. 콜로니는 배아에서 막 떼어낸 세포덩어리로 계대배양하기 전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줄기세포라고 말할 수 없다. 즉 2, 3번 두 데이터를 11개로 부풀려 논문을 제출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제기된 줄기세포 사진 중복 의혹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진짜 줄기세포인지 알아보려면 줄기세포에만 특이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를 형광물질로 염색해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논문에는 줄기세포 11개의 염색 사진이 실려 있다. 미즈메디병원 김선종 연구원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찍을 때 줄기세포를 3개 받았고, 황 교수의 지시로 이 사진들을 11개로 부풀렸다”고 말한 바 있다.
 

12월 16일 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는 현재 없지만 기술은 있다


원천기술 정말 있나

2005년 논문 조작이 드러남에 따라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정말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천기술’을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줄기세포는 5~7일에 한번씩 계대배양한다. 이는 김 연구원과 노성일 이사장, 박종혁 연구원으로 구성된 미즈메디병원팀이 맡았다. 배아에서 내부 세포덩어리를 분리해 줄기세포로 만드는 것도 미즈메디병원이 했다. 결국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은 미즈메디병원의 기술이다.

그렇다면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은 그 이전 단계란 얘기. 바로 복제배아를 수정된지 4~6일 뒤인 배반포기까지 키우는 기술이다. 배아가 배반포기까지 자라야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과거 영장류의 경우 배아가 배반포기까지 살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 섀튼 교수는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을 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2004년 논문도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05년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2004년 논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 논문에서 황 교수팀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를 이식해 복제배아를 만들었다. 복제배아를 만들지 못했다면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물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도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2004년 8월 체세포 복제 고양이를 만든 순천대 동물자원학과 공일근 교수는 “배반포기까지 만든 것도 이 분야에서는 앞선 기술”이라고 말한다. 2001년 미국 어드벤스트 셀 테크놀러지(ACT)의 호세 시벨리 박사도 인간 배아복제에 성공했지만, 배아가 배반포기 전에 죽고 말았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체세포 핵이식 복제배아를 배반포기까지 배양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전 과정을 거쳐야 원천기술”이라는 입장이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로 ‘스퀴징(Squeezing) 기법’을 꼽는다. 2004년 논문에서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할 때 독특한 방법을 썼다. 보통 동물을 복제할 때는 난자에 미세한 유리관을 찔러 넣어 핵을 제거한다. 이 방법을 사람 난자에 적용하면 난자가 터지거나 유리관에 달라붙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황 교수팀 박을순 연구원은 난자에 압력을 가해 포도알 짜내듯 핵을 제거하는 스퀴징 기법을 창안했다. 박 연구원은 섀튼 교수 연구실에 파견돼 원숭이를 복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황 교수를 대표하는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두 논문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복제동물 스너피(위)와 영롱이(아래)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이제 남은 검증은 무엇인가

조사위는 황 교수팀에게서 제공받은 2, 3번을 포함한 줄기세포, 환자 체세포, 테라토마 조직에 대한 DNA지문검사를 외부기관 3곳에 의뢰했다. 이 결과가 나오면 좀더 정확히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 테라토마 조직, 줄기세포, 환자 체세포의 DNA지문이 모두 일치하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 일치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PD수첩이 황 교수팀에게서 2번 줄기세포를 받아 DNA지문검사 결과를 논문과 비교했더니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황 교수팀의 2004년 논문과 미즈메디병원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이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황 교수팀 줄기세포의 DNA지문검사 결과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와 같다고 판명되면 체세포 핵이식 줄기세포는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는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을 키워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DNA지문검사 이외에는 전문가들조차 두 종류의 줄기세포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12월 16일 기자회견에서 “누군가가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 것과 의도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2월 22일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스스로 줄기세포는 없다고 고백한 셈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조사위는 2004년 논문도 검증을 진행 중이다. 김동욱 교수는 “줄기세포와 난자 제공자 체세포를 DNA지문검사, RT-PCR검사로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2004년 줄기세포는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체세포로 만들었기 때문에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지문이 같아야 한다.

사실 2004년 논문 발표 당시에도 ‘진위논란’이 일긴 했다. 핵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자에 전기충격을 주면 난자가 정자가 들어온 걸로 착각해 수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처녀생식’ 또는 ‘단성생식’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렇게도 줄기세포를 만든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쥐, ACT 로버트 란자 박사는 원숭이 배아를 처녀생식으로 복제했다.

따라서 RT-PCR검사가 필요하다. 처녀생식으로 만든 줄기세포는 어머니 쪽 유전자 마커만 나타난다. 그러나 복제배아의 경우 정상적으로 수정된 체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모의 유전자 마커가 모두 나타난다. 황 교수팀은 2004년 논문에서 이 방법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ACT 호세 세벨리 박사에게서 처녀생식으로 만든 원숭이 배아줄기세포와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부모의 유전자 마커가, 원숭이는 어머니 마커만 나타났다. 그러나 세포 자체를 실제로 비교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영롱이’와 ‘스너피’도 도마에 올랐다. 영롱이는 황 교수팀이 1999년 탄생시킨 국내 최초 복제소다. 그런데 체세포 복제가 아니라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뒤 계속 분열하는 수정란을 둘로 나눠 각각을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고 복제하는 할구 복제로 탄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쌍둥이처럼 말이다.

PD수첩에 따르면 황 교수는 영롱이를 복제할 때 체세포를 제공한 소(암컷)의 체세포를 갖고 있다. 이 세포와 영롱이 체세포의 핵과 미토콘드리아에서 각각 DNA를 분리해 검사하면 의문은 풀린다. 영롱이가 진짜 체세포 복제로 태어났다면 핵 DNA는 일치하고 미토콘드리아 DNA는 다를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난자)에게만 물려받기 때문이다. 스너피 검증도 마찬가지. 진짜 복제개라면 체세포를 제공한 개(수컷)와 핵 DNA는 일치하고 미토콘드리아 DNA는 다를 것이다.

황 교수는 12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사이언스’에 2005년 논문을 철회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큰 상처를 입은 논문을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상처’는 결국 ‘자해’였다. 그것도 워낙 심해 아물기 어려울 것 같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황 교수는 이미 날개를 잃은 듯하다.
 

논문 제출 전후의 줄기세포 현황^지난달 23일 조사위는 2005년 논문 제출 전후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현황을 밝혔다. 줄기세포 2개를 11개로 불려 논문을 썼다. 현재 그 2개를 포함한 세포들의 DNA지문검사가 진행중이다. 한편 줄기세포가 한꺼버넹 오염된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세포를 배양할 때는 초기부터 단계별로 여분을 저장해두는 게 실험실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테라토마 : 면역력을 없앤 쥐에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양성종양이 생긴다.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무한히 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암덩어리를 ‘테라토마’라고 한다. 즉 테라토마가 생겨야 진짜 줄기세포라고 입증할 수 있다.

체세포 :정자, 난자 같은 생식세포를 제외한 일반적인 세포. 이미 특정 조직으로 분화가 끝난 상태다. 2005년 황 교수 연구에는 피부세포가 사용됐다.

계대배양 : 줄기세포를 만들면 5~7일마다 한번씩 여러 조각으로 나눠 각각 다른 용기에 담아 배양한다. 줄기세포가 계속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다.

DNA지문검사 :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유전자(DNA)를 갖고 있다. 세포에서 DNA를 추출해 이 유전정보를 파형으로 나타낸 것이 ‘DNA지문’이다. 유전정보가 다르므로 파형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온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사용된 체세포와 복제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는 같기 때문에 DNA지문도 당연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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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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