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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봄, 벚꽃이 만발한 미국 워싱톤시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는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운송업계거래 데이타 조정위원회(TDCC, Transportation Data Coordinating Committee)라는 기관이 1968년에 설립되어, 8년의 각고 끝에 최초의 기업간 거래 데이타 교환의 표준이 완성된 그런 순간이었다. 아직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았고, 단 한번도 실제적으로 운용된 바도 없는 상태였으나 이 때,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가슴벅찬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이 작은 성취가 불과 1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북미와 유럽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의 가장 큰 초석이 되고 있다.

요컨대 EDI는 표준화된 포맷(format)에 의한 기업간 거래데이타를 컴퓨터로 교환함을 의미한다. 이 EDI의 용어를 창안한 이는 운송업계 거래 데이타 조정위원회의 창립과 창립 이후 지난 해까지 장기집권(?) 해오면서 끊임없이 부딪쳐오는 어려움을 특유의 정열과 소신으로 극복해 온 ‘에드워드 길버트’씨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여행할 때, 캐나다의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미국 입국 통관 수속이 이루어지고 있어 매우 편리하게 느껴지는 데, 길버트씨가 바로 이 편리한 절차를 창안, 시행케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70세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EDI관련 자문회사를 설립,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78년 이후 ‘크레디트 리서치’ 재단 및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폭넓은 협조에 힘입어, 82년 지금과 같은 형태의 EDI표준이 각 업계에 마련되고, 많은 종류의 시범 프로젝트와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거쳐 기업간의 거래데이타 교환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지역에서는 이른바 TDI(Trade Data Interchange)라는 명칭으로 유사한 성격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DI의 등장내경, 도입의 효과와 그 전망을 살펴 보기로 하자.
 

EDI의 필요성은 다른 업계와 문서교환량이 많은 운송업계에서부터 제기되었다.


표준의 확보가 필요충분조건

1960~70년대를 지나면서 북미의 기업은 사무자동화와 기업 내부의 정보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하여 보다 효율적이며, 자동화된 업무처리수단을 마련하였으나, 기업외부와의 정보교환은 우편 전화 텔렉스 등과 같은 종래의 수단에고 있었다.

기업경영의 동적기능 확대에 따라, 기업 내부의 업무처리, 서비스기능 등은 기업 외부에서 발생되어 유입되는 정보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기업 외부로부터 입수된 문서에 담긴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각각 분류 보관 옮겨적는 등의 다량의 정보처리 작업이 필요하고, 이에 투여되는 수작업 비용은 엄청난 것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신의 정보처리시스팀과 외부기업의 그것과를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하려는 요구가 증대되었으며, 정보통신기기의 기능 향상과 가격하락은 이 기업간의 정보교환망(Intercompany Network)구축의 여건을 더욱 성숙케 하였다.

이러한 여건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기업간의 정보교환망 추진에의 가장 큰 장애는 기업간 거래데이타 교환을 위한 표준의 부재였다. 기업 마다의 문서서식과 이를 처리하는 내부 정보처리시스팀의 데이타 구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업계 전체에 통용될 수 있도록 컴퓨터간 거래정보교환에 필요한 각종 규약과 절차 등에 관한 표준의 제정이 선결과제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러한 표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교환망 구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의 거대기업이었다. 자신과 거래하는 기업과의 종속적인 관계를 이용, 자신의 포맷에 의한 거래데이타 교환을 실현하였으나, 이는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며, 복수의 거대기업과 거래하는 많은 수의 기업에서는 거래처별로 각기 시스팀을 운영해야 하는 문제점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형태를 EDI와 구분하여, 사설 정보교환망이라 부르고 있다.

자사의 데이타 포맷 및 구조로 부터 표준 포맷 및 구조로 변환처리하여 여러 기업과 동일한 시스팀을 이용하여 거래 데이타 교환을 실현하는 EDI는 거듭 언급하거니와, 표준의 마련이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EDI표준의 개발은 업계구조 및 업무의 성격상 문서처리의 양과 중요성이 다른 업계보다 상대적인 비중이 큰 운송업계에서 시작되었다.

운송업계는 비용이 많이 들고, 작업이 번거로운 운송료율 작성 통보절차와 요금정보 교환의 개선을 목적으로, 종이문서처리방식으로 부터 컴퓨터 통신에 의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전술한 운송업계 거래 데이타 조정 위원회는 표준데이타구조 서식포맷 표준코드 통신프로토콜 등 EDI에 필수적인 사항들에 대해 업계 전체의 요구를 수용한 운송업계 표준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TDCC표준을 이용한 가장 훌륭한 사례는 철도운송업계의 철도화물청구서 교환프로젝트로 1985년 현재, 전체 철도화물청구서 교환의 90%가 이 표준을 이용하여 철도운송업자간에 컴퓨터로 전송, 교환되었다.

이 운송업계의 EDI표준은 다른 업계의 업계표준 개발의 근간을 제공하였다. 예를들어 식품잡화업계의 EDI표준인 UCS(Uniform Communication Standard)와 창고업계의WINS(Warehouse Information Network Standard)는 이 TDCC의 노력의 결과에 준거한 것들이다. 나아가 미국 표준기구인 ANSI(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에서 모든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EDI표준 거래서식을 제정하기 위해 X12라는 명칭의 소위원회를 구성, 15종의 거래서식의 표준을 완성한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의 약6천개 업체가 EDI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급속히 확산 추세에 있다. 유럽에서는 TDI(Trade Data Interchange)를 중심으로 국제 무역의 컴퓨터 간 거래데이타 교환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와 노력이 국제표준의 제정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른바 EDIFACT(EDI for Administration, Commerce and Transport)라고 불리우는 국제 표준이 EDI업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무자동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EDI는 사무자동화와 정보사회로의 발전추세에 맞추어 인간의 수작업에 의존하여 기업간 거래문서를 작성하고 교환하던 종래의 비효율적이며 에러가 발생하기 쉬운 방식을 대체하는 보다 생산성 높은 방식이다.

일반적인 기본구조는 제품의 공급자와 구매자,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이들의 제품의 생산 소비 유통 및 운송을 보조지원하는 각 관련업체로 구성되어 있다. EDI는 이 관련 당사자간에 있어 거래처리를 위한 각종 거래서식에 포함된 데이타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교환케 하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원활한 물류(Logistics)를 가능케 해, 생산성 향상과 아울러 비용절감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으로 구상되었다.

EDI에 의한 주요 효과를 수발주 측면에서 공급자측(판매자 포함)과 구매자측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급자가 갖는 장점

수작업에 의한 주문 재입력은 전체의 50%가 크고 작은 에러를 유발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문서를 접수한 공급자는 그것을 읽고, 해석하고, 구매자측 포맷의 주문코드 사양가격 특기사항 등을 기록, 재편집하여 자사판매시스팀에 그정보를 재입력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여기에는 항상 에러발생의 소지가 존재한다. EDI는 구매자의 주문서가 컴퓨터가 판독할 수 있는 코드형태로 전송되므로, 재입력과 재편집의 필요없이 공급자의 판매시스팀에 의해 곧바로 정보를 재활용할 수 있다.

기업거래에서 발생한 정보를 인쇄한 출력(output)데이타의 70%는 다시 입력된다고 하며, 이런 재입력의 방지는 데이타 입력요원을 다른 업무에 활용 할 수 있게 하며 판매부서나 회계부서의 직원을, 불분명한 주문내용의 확인과 그 에러를 해결하는 번거로운 작업에서 벗어 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신속한 정보의 교환으로 불필요한 재고수준도 줄을 수밖에 없으며 원활한 정보교환에 의한 기업통신의 효율성 향상과 대 고객서비스에의 전담인력 배치등이 가능해지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배가된다.

■구매자가 갖는 장점

판매를 위해 주문한 상품이 제때(Just-In-Time)도착함으로써, 재고주기가 단축되며, 안전재고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구매자는 공급자로부터 주문확인정보에 따라 역주문 또는 주문변동과 같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청구서상의 정보가 바로 재활용되어, 이미 저장되어 있는 주문서상의 정보와 자동으로 비교, 대금결제업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원활한 정보의 교환은 거래당사자 상호간의 결속 및 합리적인 거래 관계의 수립에 도움이 된다.
 

EDI 도입 전후


1천대 기업중 30% 이상이 채택

경제전문지인 ‘포츈’(Fortune)이 선정한 1천대기업중 EDI를 도입한 기업이 이미 30%를 넘고 있고, 유럽내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EDI 확산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행정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서도 문서 처리를 배제한 거래처리와 기업간 거래데이타 교환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을 통해 국제무역에 있어서 문서처리 및 교환이 완전자동화되면, 전체 무역고 외형의 5~7%에 달하는 비용의 절감으로 경제 향상 및 무역진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보통신업계 및 무역관련업계로 부터 차차 EDI에 대한 관삼이 커가고 있고, 체신부와 상공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관련 기관에서도 착실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국내에서도 국제표준 및 북미표준과 같은 국내 EDI 표준을 개발해나갈 기관이 구성되어 시급히 EDI의 기반조성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며, 먼저 국제무역분야로부터 EDI도입을 추진하여, EDI미비에 의해 무역경쟁력이 손실을 입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의 EDI 운용은 아직 초보단계로 대우자동차 기아산업 현대자동차 등에서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 자동차업계가 앞서서 EDI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많은 부품을 필요로 하므로 부품납입관리에 소요되는 시간 및 인력을 절감하고, 생산정보를 신속히 전달함으로써 부품생산 계획을 조기 수립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들 자동차 업체가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국제적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EDI도입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들의 수준은 EDI를 국제·국내·기업내 등 3단계로 분류할 때 기업내에 국한되는 것으로 최소한 동종업계간의 표준화작업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자동차계 EDI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UN산하의 국제표준전담체인 JEDI(Joint EDI)그룹은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EDIFACT표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짓고, 이 EDIFACT표준을 이용한 시범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는 EDIFACT표준이 상당히 널리 쓰일 것 같지만, 순조로운 조정과 협의를 거치면 국제표준으로서의 위치는 더욱 굳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북미의 X12 EDI표준 등의 국가표준 내지는 특정업계의 EDI표준을 이용한 EDI도입이 활발해질 것이며, 90년대는 기업간 거래데이타 교환의 가장 주된 수단으로 EDI가 자리 잡아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198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노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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