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약국입니다.”
한 손에는 처방전을 든 채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를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일반인은 알아보기 힘든 질병코드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약의 이름이 빼곡한 처방전을 꼼꼼히 살핀 뒤 필요한 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전달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약국 근무 약사의 업무다. 하지만 환자의 건강을 위해 약사가 해야 하는 업무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경기도 용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신지연 씨를 만나 약사의 하루를 들어봤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하루는 약국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가 아니에요. 문을 열기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이 있답니다.”
매일 아침 8시 30분, 약사의 하루는 자동조제기(ATC)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ATC에 필요한 약이 모두 들어가 있는지, 입력한 약이 정상적으로 나와 포장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ATC는 대형 병원 약제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치로 전문의약품 등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약사 대신 배합하고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약사의 업무를 줄이는 것은 물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약사의 배합 실수를 없앨 수 있어 최근에는 소형 약국에서도 널리 사용한다.
오전 9시가 지나 약국을 열면 인근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거나 간단한 감기약, 해열제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단지 필요한 약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복약지도’라고 신 씨는 설명한다. 신 씨는 “많은 사람이 약사는 환자가 찾는 약을 팔기만 하는 직업으로 오해한다”며 “약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복용방법을 알려주는 복약지도가 진짜 약사의 임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약국을 찾은 환자들에게 건강상태, 복용 중인 약과 처방받은 약의 종류, 복용방법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당뇨, 혈압약 등 순간적으로 빠르게 흡수해야 하는 약은 식사 전에, 진통제처럼 체내에서 일정한 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약은 식사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신 씨는 “영양성분의 합성을 저해하는 일부 약을 처방받은 환자의 경우 영양제 복용을 권하는 등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영양 상담도 약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부는 업무의 연장선
향정신성의약품이나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약을 관리하는 것도 약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오남용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매일 관리대장을 수기로 작성하고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주기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등의 행정업무도 한다.
약사의 업무는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만큼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신 씨도 환자가 뜸한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의약학 분야 논문을 찾아보며 최신 연구 내용을 공부하고 있다. 신 씨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약사가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며 “약사가 된 이상 공부도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자신이 공부한 의약 지식을 대중과 나누기 위해 유튜브 채널(이너뷰티풀라이프_신약사)도 운영하고 있다. 유용한 의약품 정보와 대중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약사로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 약사가 되려면
Q1 약사가 되기 위해 진학해야 하는 전공은?
약사가 되려면 반드시 약대를 졸업해야 합니다. 현재는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치고 약대에 편입하는 시스템인데, 앞으로는 수능을 통해 6년제 약대에 입학하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Q2 약사가 되기 위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자격은?
약사면허를 취득해야 합니다. 약사면허는 약사국가고시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데,
응시 자격은 약대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입니다.
Q3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끈기와 많은 환자를 대하는 만큼
의사소통 능력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Q4 약사는 어떤 직장에서 일하게 되나?
약국에서 일하거나 대형병원, 제약회사, 국가기관 등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 등 기업체에서 근무하려면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최근에는 이처럼 유튜브 또는 웹툰 등을 통해 의약품 지식을 나누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신 씨는 “약사는 의약품 전문가인 만큼 단지 약을 판매하는 직업이 아닌 올바른 약 사용법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