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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아이스크림엔 진짜 벌집이 들어 있을까?

벌집 아이스크림엔 진짜 벌집이 들어 있을까?


햇볕은 쨍쨍, 아스팔트는 펄펄.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길을 걸을 땐 시원한 물을 들고 다니는 것이 필수다. 카페가 많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 길 가다가 더우면 얼음을 잔뜩 넣은 커피를 사서 마시기 일쑤지만, 얼음은 순식간에 녹아 아차 하는 순간 미지근하게 변한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원망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들. 종류도 다양하다. 빙수, 소프트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케이크…. 시간만 있다면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 - 벌집까지 먹어도 될까


올 봄, 채널A의 대표 먹거리(?) 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은 우리나라에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바로 ‘양봉업자는 절대로 안 먹는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보도였다.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날씨에 벌집 아이스크림이 인기리에 퍼지고 있던 터라 반향이 꽤나 컸다. 결과적으로 벌집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반박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말이다.


벌집 아이스크림은 정확히 말하면 ‘벌집’을 올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말한다. 꿀벌이 꿀을 잔뜩 모은 벌집을 그대로 떼어다가 잘게 잘라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준다. 벌집을 씹어 꿀을 빠는 재미 덕분에 벌집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퍼졌고, 사람이 많이 오간다는 거리에는 꼭 하나씩 생겨났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양했다. 꿀만 빨고 벌집은 뱉어 버린다는 사람, 통째로 삼킨다는 사람, 뭔가 묘한(?) 쫀득한 식감이 좋아 캐러멜처럼 씹다가 삼킨다는 사람…. 먹거리X파일은 바로 이 점을 공략했다. 대체 벌집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먹느냐는 것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 커뮤니티는 벌집의 정체를 두고 시끄러웠다. 정답은 ‘진짜’ 벌집인지, 아닌지에 달려있었다.


벌집은 꿀벌의 배에서 나오는 밀납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진다. 다 자란 일벌은 배 아래쪽에서 노란색 밀납을 분비하는데, 벌집에 밀납을 끊임없이 발라가며 특유의 육각 구조를 만든다. 방수 능력이 뛰어나 벌집에 꿀을 저장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꿀은 벌집을 통째로 꺼낸 뒤 그 안에서 꿀만 따로 걸러 만든다. 꿀을 빼고 난 뒤 남은 벌집에서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불리는 프로폴리스를 추출하기도 하며, 벌집의 대부분을 이루는 밀납은 약제나 화장품, 전기 절연제 같은 곳에 이용한다. 광택과 방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밀납은 먹어도 괜찮을까. 우리나라에서 밀납은 천연첨가물로 분류된다. 식용 여부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 벌꿀을 벌집째 먹기도 한다. 적어도 먹어서 문제가 되는 물질은 아니다. 문제는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이다. 아이스크림에 얹은 벌집 일부에서 딱딱한 부분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파라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양봉을 할 때 벌이 집을 잘 짓도록 ‘소초’라는 틀을 이용하는데, 소초는 보통 파라핀이나 꿀을 추출하고 남은 밀납으로 만든다. 경우에 따라서 벌집에 파라핀이 들어갈 수도 있고 이 벌집을 직접 먹으면 파라핀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벌꿀을 벌집채 먹기도 한다. 먹어서 문제가 되는 물질은 아니다.
 
올 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은 인체에 들어갈 경우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유독성 물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인 파라핀은 액체형태인 ‘유동파라핀’만 식품첨가물로 인정받고 있다. 식품을 용기에서 떼어내기 쉽게 돕는 이형제로 사용한다. 유동파라핀은 사용량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빵에는 0.15%, 캡슐에는 0.6%, 건조과실 및 건조채소에는 0.02%만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용도는 이형제다. 식품에 직접 뿌리는 것은 허가하지 않으므로 만약 벌집아이스크림에 파라핀이 들어있다면 식품으로 판매되면 안된다.


다행히 파라핀 소초는 아예 씹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고 하니 적어도 소비자로서 구분이 쉽고, 업체에서도 함부로 쓸 수 없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위에 올라간 달콤한 벌집,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일말의 찝찝함이 있다면 꿀만 빨고 뱉어내자.


   두 번째 미스터리 - 액체 질소로 얼리면 더 신선할까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실행력은 바닥이 없다. 여름을 맞이해 시원한 먹거리를 찾던 인간은 ‘냉장고의 전유물’이었던 아이스크림을 즉석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최근 점포가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있는 ‘질소 아이스크림’이다.


질소 아이스크림은 이름에서부터 느낌이 온다. 설마 과자처럼 질소로 포장한 아이스크림이란 뜻은 아닐 테고, 액체 질소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이다. 우유를 기본으로 하는 아이스크림 믹스를 영하 196℃의 액체 질소를 이용해 빠르게 얼려 즉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질소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아이스크림을 만드느라 사용하는 액체 질소의 자욱한 연기가 끊이질 않는다. 흐릿하게 보이는 기계와 아이스크림을 보고 있노라면 별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음식점 블로그를 보면 ‘갓 만들어 신선한 아이스크림’ ‘만들자마자 먹어서 그런지 프레시한 맛’과 같은 흥미로운 평가가 있다. 프레시한 맛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조되는 즉시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 때문에 ‘새 것’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질소 아이스크림의 진짜 강점은 ‘부드럽다’는 점이다. 결정은 만들어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작아진다. 영하 200℃에 가까운 액체 질소에 닿은 아이스크림 믹스는 결정을 만들 새도 없이 아주 작은 알갱이 상태로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알갱이가 50μm(1μm은 100만분의 1m)보다도 작아 혀에서는 그저 부드러운 크림으로 느껴진다. 질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계는 아이스크림 믹스를 얼릴 때 얼음처럼 단단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을 부수고 뒤섞는다. 그 결과 잘 만든 밀가루 반죽이 쫀쫀하면서도 집었을 때 늘어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수많은 블로거들이 ‘프레시한 맛’이라고 말하는 정체불명의 느낌은 무엇일까. 기존에 마트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은 공장에서 만든 뒤 도매점 냉장고를 거쳐, 소매점에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스크림은 유제품인 만큼 아무리 냉장처리를 잘 해도 처음처럼 신선하지는 않는다. 목장에서 갓 짜낸 우유(그렇다고 이걸 바로 먹는 것은 아니지만!)와 마트에서 사온 우유의 차이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관리태만으로 아이스크림 믹스가 오래됐을 경우 ‘프레시한 맛’은 그저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영하 196도나 되는 액체 질소로 빠르게 얼린 질소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알갱이가 매우 작아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세 번째 미스터리 - 눈꽃 빙수는 무슨 얼음으로 만들까


여름 아이스크림의 전통적인 강자는 역시 ‘빙수’다. 단단하게 언 얼음을 갈아 과일이나 팥을 곁들이고, 각종 시럽을 얹어 먹는 빙수는 생각만 해도 온몸이 시원해진다. 어떤 사람은 얼음을 거칠게 갈아 이에서 아드득 씹히는 빙수를 좋아하는가 하면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고운 얼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부터는 바로 이 ‘고운’ 얼음이 대세가 되면서 이제는 눈처럼 고운 ‘눈꽃 빙수’가 아니면 취급도 안한다. 하지만…, 집에서 이 눈꽃 빙수를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얼음을 곱게 갈기 위해서는 우선 빠른 속도로 얼려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천천히 얼리면 결정 알갱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빠르게 얼리는 데 성공해도 어려운 단계가 남아 있다. 순수한 물로 만든 얼음은 곱게 갈기엔 너무 단단하다. 집에서 쓰는 간이 빙수 기계로는 턱도 없다. 와드득 씹히는 얼음 가루를 만드는 것이 한계다. 설령 곱게 갈았다고 하더라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지 않는다.


눈꽃 빙수의 비밀은 ‘우유 얼음’에 있다. 순수한 물과 다르게 우유는 콜로이드성 액체다. 우유는 물에 영양 분자들이 섞여있는 혼합물이란 뜻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혼합물에서 알갱이가 가라앉는 것과 다르게 우유 속 영양 분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 가라앉지 않고 물 분자 사이를 떠다닌다. 우유를 얼리면 이 분자들이 물 분자가 사이에 끼어 들어 결정을 만드는 것을 막는다. 우유 얼음을 부술 때도 우유에 들어있는 분자 덕분에 쉽게 부서진다. 숟가락이나 포크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무르다. 단점은 우유의 어는점이 물보다 낮다는 것. 이 때문에 우유 빙수를 만드는 기계는 영하 30℃까지 온도를 떨어뜨린다. 만약 우유가 없다면 콜로이드성 액체인 주스를 섞어도 된다.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 중에는 이 콜로이드 상태를 응용한 빙수도 있다. 마트에서 파는 팥빙수는 얼음이 거칠고 단단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한 것. 빙수에 들어가는 얼음을 우유와 혼합해서 만든 뒤, 팥을 아주 곱게 갈아 섞어 얼렸다. 곱게 간 팥 입자가 얼음 알갱이가 결정을 만들며 커지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공장에서 마트까지 꽤나 오랜 시간 유통됐음에도 단단하게 굳어있지 않고 숟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간다. 무슨 제품인지는 비밀이다(:D). 독자 여러분이 직접 찾아보는 재미를 빼앗아 갈 순 없으니까.

 
부드러운 얼음을 즐기고 싶다면 물보다는 우유나 주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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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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