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걷고, 구르고, 심지어 브레이크댄스도 추는 로봇이 개발됐다. 특이한 건 이 로봇의 90%가 물로 구성된 소프트 로봇이라는 점이다. 소프트 로봇은 단단한 소재로 만들었던 기존 로봇과 달리,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는 소재로 만들어 변형이 자유롭다.
사무엘 스툽 미국 노스웨스턴대 화학과 교수팀은 문어처럼 생긴 네 발 달린 소프트 로봇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지난해 12월 9일자에 발표했다. 약 1cm 크기의 이 로봇은 복잡한 구조의 장치나 유압장치, 전기 부품 없이 빛과 외부 자기장의 힘으로 움직인다.
로봇 외부는 하이드로겔로 덮여 있다. 이 하이드로겔 속에는 빛을 받으면 엉겨 붙어 고분자 중합체를 형성하는 분자가 들어있다. 분자가 뭉치면 하이드로겔이 수축하고 그 결과 납작했던 로봇이 구부러져 마치 자리에서 일어선 것처럼 보인다. 이 상태에서 회전 자기장(시간에 따라 방향이 변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기장)을 가하면 로봇의 니켈 골격이 움직이며 로봇이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걷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팀이 2019년 초 발표한 소프트 로봇은 한 발을 디디는 데 12시간이 걸려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소프트 로봇은 자기장으로 움직임을 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1초에 한 걸음씩 움직인다. 가벼운 물체를 옮겨 원하는 자리에 내려놓을 수도 있다. 물체가 점성 때문에 로봇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면, 비보이(B-boy)가 ‘헤드 스핀’을 돌 듯 회전해 물체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스툽 교수는 “작은 소프트 로봇 여러 개가 무리지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doi: 10.1126/scirobotics.abb9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