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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통일장 이론은 가능할까

현대이론물리의 최대고민

이론물리학자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있다. 어떤 수수께끼들일까. 통일장이론, 중력이론, 고온초전도이론, 그리고 우주론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들을 함께 살펴보자.
 

우주가 대폭발한 직후를 설명하기 위해선 자연의 네 힘이 통일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이론은 없다.


4가지 힘은 통일될 수 있을까
통일장이론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력, 약력, 강력 등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거시세계에서는 중력과 전자력이 지배적이지만 원자핵 내부와 같은 미시세계에서는 전자력, 약력, 강력과 같은 힘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원자핵 내부에서 이 힘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원자핵 내부에 들어 있는 양성자들은 같은 전하를 띠면서 어떻게 작은 공간에 모여 있을 수 있을까. 또 전자와 양성자는 반대 전하를 띠고 있는데 서로 붙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들이 미시세계에서는 꼬리를 문다.

현재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은 서로 다른 이론으로 기술되고 있다. 만일 조물주가 있었다면 이 우주를 만들 때 하나의 통일된 완벽한 이론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론물리학자들은 이 4가지 힘을 하나로 기술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를 통일장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론물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이를 완성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864년 맥스웰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하나의 전자력으로 통일시킨 일을 통일장이론의 효시로 꼽는다. 이러한 통합의 결과로 전자기파가 예언됐고, 헤르츠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또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도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으로 설명됐다.

1916년 칼루자는 자연계가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 4차원이 아니고 5차원이라고 가정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중력이론)과 전자기이론을 5차원적인 중력이론으로 통일시켰다. 1967년 와인버그는 전자기이론과 약력이론을 전기약력이론으로 통일시켜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이론은 매우 높은 에너지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이 같다는 가정에 근간을 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약력이론과 강력이론은 이른바 대통일이론이라는 하나의 통합이론으로 설명되리라고 생각돼 왔다. 결국 1975년 이러한 대통일이론(전기약력이론+강력이론)과 중력이론이 5차원 이상의 고차원적 칼루자이론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론물리학은 통일장 연구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초대칭성에 바탕을 둔 초중력이론과 초끈이론이 통일장이론으로 각광을 받아왔지만 아직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초대칭이론은 힘을 매개하는 보존에 대응하는 페르미온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전자기파를 전달하는 광자가 있으며 초광자가 있어야 하고, 전자가 있으면 초전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초끈이론은 소립자가 점 모양이 아니고 매우 작은 끈과 같이 1차원적으로 퍼진 것이라는 가설에 초대칭성을 가미한 이론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통일하는 문제는 단시일 안에 해결되긴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영원한 '화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론물리학의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립자의 성질을 조사하기 위해 만든 3차원 입자궤적 검출기.


쿼크는 왜 핵 내부에 갇혀 있는 것일까
양자장론


양자장이론은 이론물리학의 기술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분야에서 해결해야할 대표적인 과제는 강력을 설명하는 이론인 약자색력학(QCD)에서 어떻게 쿼크입자들이 핵내부에 갇혀 있고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가 하는 '색유폐'(color confinement) 문제다.

주어진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 관측자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기술 방법이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이론을 게이지이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게이지이론 중 대표적 것이 바로 양자색력학인데, 여기서는 쿼크들이 관측자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쿼크가 핵 밖으로 나오면 보는 사람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이른바 '색깔논쟁'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색깔을 가진 모든 입자들은 핵 속에 갇혀 있어야 된다고 믿고 있는데, 아직 이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칭성이 보존되는 모든 게이지이론에서 완전한 대칭성의 의미를 규명하는데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쿼크의 수가 무한한 게이지이론의 연구다. 예를 들어 원을 원으로 대응시키는 방법은 무한히 많다. 이렇게 무한한 대칭성을 갖는 게이지이론에서는 무한히 많은 입자들이 나오게 되어, 보통의 게이지이론과 본질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무한대칭성 게이지이론은 초끈이론 등과 같이 모든 입자를 다함께 기술해야 되는 통일장이론의 완성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양자장론의 중심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쿼크들은 관측자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로 보인다.


왜 입자들의 질량을 알아낼 수 없을까
입자물리현상론


앞에서 말한 와인버그의 전기 약력이론은 이른바 이 분야의 '표준모형'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미해결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현재 고에너지 입자물리학의 당면과제다.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


표준모형도 게이지이론이나 여기서는 대칭성이 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힉스입자'다. 그런데 힉스입자의 성질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힉스입자가 어떤 질량을 가진 입자인지 밝히고, 공간과 물질-반물질의 대칭성이 왜 붕괴돼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아마 10년 후에는 새로운 실험사실들을 바탕으로 해결책이 제시되리라고 예상된다.
 

4가지 힘의 통일이 가능할까


입자내부에선 중력이 통하지 않는 이유
중력이론


아인슈타인이 1916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의 하나로 인류와 오랫동안 친숙한 중력을 매우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10}^{-33}$cm라는 짧은 길이의 영역에서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결합하는 이른바 '양자중력이론'으로 바뀌어야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이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그 자체가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이른바 '제5의 힘' 초월하는 일반화된 중력이론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통일장이론의 관점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양자중력이론의 완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예상되는데, 해결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예상된다.
 

빅뱅이후 열린 우주의 진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가 발생하는 이유
고온초전도이론


초전도란 특정한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시킬 때 전기저항이 '영(0)'으로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면 열로 인한 손실 없이 송전이 가능하다. 대형 가속기나 자기부상열차에 쓰이는 전자석은 초전도코일을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많은 응용분야를 가지고 있는 초전도현상은 극저온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1982년 뮐러는 30K의 고온에서도 초전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노벨상까지 받았다. 현재는 1백60K 정도에서도 고온초전도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초전도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불행히도 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직 없다.원래 초전도현상은 BCS이론으로 설명돼 왔다. BCS이론은 1973년 바딘, 쿠퍼, 슈리퍼(96년 6월 한국 방문) 등이 발표한 이론으로 발표자 이름의 첫자를 딴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체 내부에서는 전자들이 전하가 같기 때문에 서로 밀쳐 내지만, BCS이론에서는 쿨롱 전기력뿐 아니라 원자 진동을 일으키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자들이 산란되지 않아 저항이 없는 초전도상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BCS이론은 현재의 고온 초전도현상을 완전히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보즈응집 수수께끼
통계이론


통계물리에는 혼돈이론 등 흥미로운 연구분야가 있으나 대표적인 문제로 최근 연구되고 있는 이른바 '분수통계이론'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페르미법칙이나 보즈법칙이 아닌 제3의 통계법칙을 기술하는 이론으로 2차원물리학에서 시작됐으나 여러 갈래의 새로운 확장이 시도되고 있어 재미있는 연구분야가 되고 있다.

또한 이 분야에서는 2년 전 이른바 '보즈응집'이라는 가능성이 와이만에 의해 실험적으로 확인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1930년 보즈에 의해 그 이론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까지 실제로 확인되진 못했다. 보즈응집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1백60K에서도 고온초전도 현상이 발견된다.


우주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우주론


마지막으로 이론물리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 분야는 우주의 기원과 생성, 그리고 그 미래를 연구하는 것이다. '대폭발이론'은 우주의 팽창과 현재의 온도(배경복사) 등을 잘 설명해 이 분야의 '표준모형'으로 인정돼 왔다. 그런데 초기조건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최근 우주가 초기 ${10}^{-35}$초와 ${10}^{-33}$초 사이에 ${10}^{100}$ 정도의 어마어마한 팽창 과정을 거쳤다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모형'이 대두됐다.

대폭발(Bing Bang) 이론은 원래 우주가 대폭발이라고 부르는 무한히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서서히 식어 오늘날의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모형은 자기단극자 문제와 2.7K의 전자기파가 우주에 골고루 퍼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지수함수적으로 팽창(인플레이션)이 있었다는 이론이다.우주를 설명하는 모든 모형에는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이론과 '암흑물질'의 존재를 예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하며, 또한 그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는 우주의 구조, 즉 은하계의 생성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다행히 최근 많은 실험과 관측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주의 신비에 대한 여구는 파스칼이 지적했듯이 '과연 우주의 미세한 일부분(인간)이 어떻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하는 철학적인 문제가 떠올린다. 이 분야도 통일장이론의 연구와 같이 이론물리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이야깃거리'로 남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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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용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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