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오후 1시, 서울 성수동에 있는 긱블 메이커 스페이스에 2020년 ‘MOM(Making of the month)’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이는 연말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MOM으로 선정된 메이커들이 각자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편, 현장 투표로 올해 최고의 작품인 MOY(Making of the year)까지 선정했습니다. 과연 MOY는 어느 작품에 돌아갔을까요.
●과학동아 2월호
작품명 : R2-D2
첫 번째 MOM은 ‘R2-D2’입니다. 이 작품은 같은 학교 친구 세 명이 교내 메이커대회에 참가해 무엇을 만들까 상의하던 중 긱블의 ‘R2-D2 여행 캐리어’ 영상을 보고 또 다른 R2-D2를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R2-D2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드로이드(인공지능 기계) 캐릭터입니다.
세 친구는 설계, 전자, 외관제작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세 개의 다리 밑에 설치된 바퀴로 움직일 수도 있고, 머리 회전, 블루투스 조작도 가능합니다.
●과학동아 3월호
작품명 : 라즈포켓파이
고전 게임들을 실행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라즈베리 파이라는 초소형 컴퓨터(칩셋)를 이용해 만들어 이름도 ‘라즈포켓파이’입니다. 라즈베리 파이는 아두이노 보드와 함께 개발 보드의 저가화와 대중화를 이끈 주역입니다. 종훈 님은 MOM으로 선정된 이후 이 작품을 해체했다고 합니다. 단점들을 계속 보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연말시상식을 위해 재조립해 갖고 나온 것이 3세대 작품이라고 합니다. 뒷면엔 ‘MADE IN KOREA’라는 글자까지 새로 새겼습니다(가슴이 웅장해진다).
●과학동아 4월
작품명 : 4륜구동 전기자동차
등장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포스를 내뿜었습니다. 긱블 메이커 스페이스의 대문을 활짝 열고 바깥에서부터 차를 운전해 입장했기 때문이죠. 세 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협동해 만든 이 작품은 무려 1년 만에 완성됐습니다. 바퀴, 축, 베어링 등 부품들을 여유가 될 때마다 하나씩 사서 일일이 조립했습니다. 시동을 걸면 전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속도가 표시될 뿐 아니라, 간단한 터치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제작비는 120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선우 님은 “크고, 빛나고, 움직이면 멋있는 것”이란 명언으로 작품을 설명했습니다.
● 과학동아 5월호
작품명 : 무한 거울
일부 빛이 투과되는 거울인 아크릴 하프미러를 이용해 만든 ‘무한 거울’입니다. 그냥 보면 거울이지만, 거울 틀에 삽입된 LED 조명을 켜면 끝없이 깊은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LED 빛이 아크릴 하프미러와 그 뒤편 거울 사이에서 계속 반사되는데, 그중 일부 빛이 밖으로 나오면서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채원 님은 “처음 메이킹을 접할 때는 나무젓가락이나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구하기 쉬운 재료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과학동아 6월호
작품명 : 달고나 활
장발이 인상적인 메이커 기주님은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일주를 멈추고 올라왔다고 합니다. ‘달고나 활’을 들고서요.
이 활은 정확히 말하자면 당류가공품인 레진을 이용한 것입니다. 기주 님은 “사실 이 작품은 실패작”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활의 한 면은 굉장히 멋진 활 모양인데, 뒤집어 보니 완전 평면이었습니다. 기주 님은 “작품과 밑면 틀이 들러붙어서 어쩔 수 없이 절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과학동아 8월호
작품명 : 석굴암
여섯 번째 작품은 석굴암을 재현한 3D 프린팅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돌을 갈아 만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비밀은 스톤 스프레이에 있습니다. 3D 프린팅 출력물에 스톤 스프레이를 도색하면 보기에만 얼룩덜룩 돌 모양이 아니라 만졌을 때 질감도 돌과 비슷해집니다. 천장에는 LED, 밑바닥에는 LED 빛을 반사할 거울을 달았습니다. 어두운 곳에 LED 조명을 켜면 위아래서 나오는 화려한 조명이 본존불을 감쌉니다. 동찬 님은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의 모형을 만든 거라 MOY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습니다.
●과학동아 9월호
작품명 : 구슬미로 찾기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아빠 메이커가 아이들과 함께 놀기 위해 집에서 세 시간 만에 뚝딱 만든 ‘구슬미로 찾기’입니다. 구슬미로 찾기는 한가운데 놓인 구슬을 굴려 종착점까지 도착하게 만드는 게임인데요. 특이하게 구슬을 직접 만져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서보모터로 미로 판 전체를 움직여 구슬이 굴러가도록 만들었습니다. 미로 판을 움직이면 구슬이 모두 우르르 움직입니다. 태훈 님은 “부속품이나 우드락 같은 간단한 재료로도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메이킹 활동은 위대하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과학동아 10월호
작품명 : 아크릴 LED 싸인 시계
마지막 MOM은 ‘아크릴 LED 싸인 시계’였습니다. 이 작품은 CNC(컴퓨터 수치 제어) 공작 기계로 아크릴을 가공해 시계의 전체 프레임과 기어들을 구성했습니다. 시침 기어, 분침 기어가 따로 있고 이들을 움직이는 기어들 역시 굉장히 치밀하게 제작됐습니다. 여기에 원격 설정 프로그램까지 코딩해 와이파이로 시계 조작과 색 변경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대량 생산을 해 보자는 연락이 왔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죠. 결국 이 작품이 MOY 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답니다. 준형 님은 “MOY로 선정돼 놀랐다”며 “앞으로도 메이킹을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