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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동아 키즈]플라스틱 먹는 박테리아 찾아 스타트업(start-up)!

◇ 술술 읽혀요

‘기업 회장’과 ‘우주비행사’는 어릴 적 나의 꿈이었다. 7살 때는 기업 회장이 돼 회사를 운영하고 싶었고, 9살 때는 천문학과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아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큰 꿈을 꾼 나는 지금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기업가라는 멋진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과학동아를 통해 키운 꿈


어린시절 손으로 뭔가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비즈로 목걸이를 만들고, 비비크림 같은 화장품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팔아 용돈을 벌었다. 이후에도 센서와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와, 코딩부터 납땜까지 해가며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곤 했다.


취미가 이렇다 보니 과학동아에 눈길이 간 건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서점에 가면 늘 과학동아를 읽고 있으니 어머니는 내게 “과학동아가 그렇게 재밌냐”고 말씀하시며 매번 구매해주셨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쭉 과학동아를 보다보니 내 방 큰 책장 한 칸이 과학동아와 수학동아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과학동아에서 소개하는 과학 캠프도 종종 찾아갔다. 캠프를 진행하는 선생님들과 나의 꿈과 과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캠프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기도 했고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기도 했다.


한 번은 과학동아를 통해 천문 캠프에 참가했다. 이때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에서 우주인 후보 최종 30인 안에 들었던 조성욱 중앙대 기계공학과 교수님이 연사로 초청돼 왔다. 그때 퀴즈 정답을 맞히면 우주인 후보 30인이 지은 책 ‘우주를 향한 165일간의 도전’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퀴즈에 참여해 정답을 맞추고 기어코 책을 받아냈다. 그 책을 읽으며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더욱 키웠다.


어느 날은 아버지께서 ‘경영의 신(정혁준 저)’과 ‘미래 혁명(신지은 외 4명 공저)’이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했다. 책을 읽고  ‘미래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 내가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래에는 ‘물질적 가난’보다 ‘정신적 가난’을 겪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니 그런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가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일단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꿈을 키운 것은 아마 이때였던 것 같다.

 

 

고3, 창업의 발판을 만들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백암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처럼 이공계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는 새로운 기술, 특허, 논문을 함께 찾아보며 공유했다.


나는 과학고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매년 참가했다. 1, 2학년 때는 단순 수상에 그쳤지만, 3학년 때인 2016년에는 금상을 탔다.
당시 대회 주제는 ‘도시 광산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라’였다. 나는 논문을 찾아보던 중 폐 휴대폰에 있는 플라스틱 부품의 재질이 각각 다른데, 이걸 재질별로 따로 모아 녹여야만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논문 저자에게 연락해 자세한 정보도 얻었다.

 


문제를 해결할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마련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던 중 같은 팀 친구가 과학동아의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2015년 11월호에 실린 뉴스로, 미국 스탠퍼드대 과학자인 웨이민 우 박사가 스티로폼을 분해하는 곤충을 발견했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주체가 그 곤충의 장내 박테리아라는 것을 밝힌 기사였다. 나는 바로 이 논문을 더 찾아보고, 곤충 농장에 찾아가서 직접 실험했다. 이후 전국 미생물학과 교수님께 e메일을 보내 궁금증을 해결했다. 실험실을 빌려 직접 미생물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편식 분해하는 박테리아 여러 종을 발견했다.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뒤엔 이것들로 바로 특허 출원과 사업화를 진행했다. 2017년 2월 3일에 출원한 이 특허는 2020년 6월 19일 국내에 등록됐다.


특허 출원은 리플라 프로젝트의 계기가 됐다. 2019년 11월 법인을 세울 당시 ‘블루리본’으로 회사 이름을 지었는데 2020년 4월 플라스테이스(Plastase) 팀과 합병하고, ‘분해 효소로 플라스틱이 순도 높게 다시 태어난다(Reborn with Plastase)’라는 뜻의 ‘리플라(Repla)’로 사명을 변경했다.

 

창업에 영감을 준 멘토와의 만남


어렸을 때부터 공학에 관심이 많아 공대나 과학기술원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창업인재 전형으로 합격했을 때 고민 없이 진학을 결정했다.


입학 전 2017년 2월 나는 미국 생명공학학회인 실험실 자동화 및 선별학회(Society for Laboratory Automation and Screening)에서 토니 아카데믹 트래블상(Tony B. Academic Travel Award)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덕분에 경비를 지원받고 미국 워싱턴 D.C.에 가서 연구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로 가서 내 연구에 영감을 준 웨이민 우 박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당시 나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였다. 리플라 프로젝트를 사업화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사업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았다. 창업인재 전형으로 입학해서 부전공은 벤처경영학과로 고정돼 있었으나, 주전공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전자공학이 재밌는데 창업 분야는 생명공학이고, 사업화에는 화학공학이 필요했기 때문에 3개 전공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박성훈 UNIST 화학공학과 교수님께 실험실을 빌리면서 전공에 대한 자문을 구했는데, 이때 박 교수님이 생명공학 분야로 창업할 때 관련 분야 학위가 없으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조언을 했다. 그의 사려 깊은 조언을 듣고 나는 생명공학과로 진학했다.

 

 

마음이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고파


창업이 늘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움에 부딪혀 남 탓, 상황 탓을 하고 싶을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말로만 투정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말이 아닌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또 창업과 기업 운영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고, 내 역량의 한계가 있는지 고민도 생긴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했다. 동시에 내가 지치지 않으면서 팀을 잘 이끌어갈 방법을 궁리했다.


여러 리더들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며 리더인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잘못된 부분을 앞장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실행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실패하면 그 안에서 깨닫는 게 있을 테니 다음엔 더 나은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땐 충분히 토론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교수님, 선배 등 사회적 연장자와 함께 창업했을 때 이들과의 관계 때문에 섣불리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팀이 된 이상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업에 관심있는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꼭 기억하길 바란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리플라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채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타이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다양한데, 이 중 특정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지 않는 박테리아를 찾았고,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사업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령 어떤 박테리아는 PP는 먹지 못하지만, 나머지는 다 잘 먹는다. 그럼 PP를 재활용하는 업체는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나머지 종류의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PP만을 순수하게 남겨 양질의 폐 플라스틱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사업의 최종 목표는 50~100t(톤) 규모의 바이오탱크(박테리아 배양액이 들어있는 수조와 제어 기계)를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 납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재활용 공장과 산업관계자 약 200명을 인터뷰했다.


최종 꿈은 서로에게 유익한 사회를 만드는 기업인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창업으로 번 수익을 공익광고, 상담 지원, 교육프로그램 지원 등에 투자해 모든 사람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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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은 리플라 대표
  • 에디터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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