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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난이도

올해 2월, 적도 상공 약 3만6000km를 향해 우리나라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가 발사됐다. 정지궤도위성으로는 전 세계 최초로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할 것이라 주목받은 이 위성은 지난 8개월 동안 그 높은 궤도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며 한반도만을 쳐다봤다. 천리안 2B호가 우주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3만6000km 목표궤도 찾아가는 긴장의 일주일


“너무 생각한 대로 돼서 놀랐습니다.”


이 말을 들은 기자는 더 놀랐다. 우주 분야 연구라면 으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서 당황했지만 해결했다’는 스토리가 나와야 했는데 말이다. 위성 발사 전 아무리 우주의 환경 조건을 고려해 계산했다고 해도, 우주를 그대로 본뜬 실험실을 만들어 수차례 테스트했다고 해도 지구인의 예상대로 따라주지 않는 게 우주이기 때문이다.


박봉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이어 “혹시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며 “그러나 천리안 2B호가 목표 궤도에 무사히 안착해 모두 써먹지 못했다”고 농담 섞인 말로 안도를 표했다.


2월 19일 남아메리카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체에 실려 지구를 떠난 위성은 30분 뒤에 원활히 분리돼 상공 250km에 떴다. 상공 3만6000km의 정지궤도를 공전할 위성이지만, 일단은 250km에서 시작해 타원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위성에 전력을 공급할 태양전지판이 펼쳐지며 태양을 바라보도록 설정됐다. 위성의 위치 역시 태양을 기준으로 알아냈다. 이를 태양지향모드라 한다.


30분 뒤 전이궤도에 진입했다. 전이궤도는 지구에서 가깝게는(근지점) 상공 250km, 멀게는(원지점) 상공 3만6000km 떨어진 지점을 도는 타원궤도다.


“그 다음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박 책임연구원은 목표궤도 진입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위성은 첫 일주일간 지구를 돌며 근지점 고도를 250km에서 3만6000km로 높여야 한다. 궤도 모양을 타원에서 점점 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성에 장착된 대형 엔진을 점화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엔진을 점화하면 태양전지판이 휘청인다”며 “이때 자세 제어가 안 되면 위성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팀은 일주일간 대형 엔진을 총 다섯 번 점화했다. 첫 번째 점화는 테스트였다. 10분간 짧게 점화한 뒤, 위성 동작이 정상인지 확인했다. 온전하게 동작한 걸 확인한 뒤, 20~40분 정도씩 네 번 더 점화했다. 이를 통해 근지점과 원지점 고도가 모두 3만6000km인 원형궤도에 진입했다.


목표궤도에 진입하는 사이 위성은 자신의 위치를 더 정확히 알기 위해 태양이 아닌 멀리 떨어진 별을 기준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지구지향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때의 위성 위치는 동경 118.78도로, 목표 경도(동경 128.25도)에 정확히 맞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 경도는 적도 상공의 정지 궤도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경도다. 그래서 위성에 달린 소형 엔진을 점화해 천천히 경도를 바꿔야 한다. 소형 엔진의 점화 역시 자칫 잘못했다간 다른 위성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위성이 목표한 궤도로 정확히 올라갔다.

 

 

10월부터 해양위성영상 제공 시작해


천리안 2B호에는 두 종류의 탑재체가 실렸다. 하나는 해류의 순환이나 해수면 온도 같은 해양 환경뿐만 아니라 적조와 녹조, 어류 먹이 정보 등을 제공할 해양탑재체(GOCI-Ⅱ)다. 해양탑재체에 촬영된 해양영상은 10월 5일부터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해양탑재체는 10년 전 발사돼 내년에 은퇴하는 천리안 1호에도 실렸었다. 단, 천리안 2B호 해양탑재체는 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우선 공간해상도가 4배 증가했다. 천리안 1호로는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적조와 녹조가 한반도로 향하는 모습만 대략 보였다면, 천리안 2B로는 이것이 한반도 근해에서 세부적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까지 보인다.


박영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위성센터 책임연구원은 “부산항 주변에 정박한 큰 화물선도 어렴풋하게나마 몇 개의 점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좋아졌다”며 “파장 영역대가 증가해 관측 결과의 신뢰도가 향상됐고, 천리안 1호 해양탑재체의 문제였던 왜곡 현상이 감소하는 등 위성 영상을 보고 연구하는 입장에서 성능이 크게 향상됐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천리안 2B호에 실린 또 하나의 탑재체는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포름알데히드, 오존, 에어로졸 등 총 5가지의 대기 오염물질을 관측하는 환경탑재체(GEMS)다. 이 다섯 가지 물질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이기도 해서, 국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4시간 내내 한 곳만 바라보는 정지궤도위성에 환경탑재체가 실린 건 전 세계 최초다. 상공 3만6000km에서 대기 정보를 담은 약한 빛을 인식할 장치와 기술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탑재체의 영상은 10월 30일 최초로 공개됐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천리안 2B호에 실린 탑재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두 탑재체가 원하는 지역을 정확히 포착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성이 우주로 나가면 지구에서 예상할 수 없는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허성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중형위성사업단 책임연구원은 “태양의 방향이 24시간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위성 본체나 탑재체 모두 태양에 의해 열을 받는 방향이 달라진다”며 “이로 인해 탑재체와 위성 본체 내부 온도가 바뀌어 열변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열변형은 탑재체 내 부품들의 각도를 0.0001~0.001도 정도 미미하게 틀어놓지만, 이런 미세한 차이도 촬영에는 큰 영향을 준다. 탑재체가 바라보는 각도가 0.1도 틀어지면 지상 기준으로 30~70km 옆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탑재체가 제대로 된 방향을 보고 있는지 목표 궤도 진입 후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오차를 측정해 조정해야 한다. 이를 기하보정이라고 한다.
 

 

기하보정의 기준은 지구 너머의 별이다. 별은 움직이지만, 지구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별은 마치 정지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공위성의 위치나 바라보는 각도를 정확히 측정할 때 멀리 떨어진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천리안 2B호의 해양탑재체와 환경탑재체 역시 직접 별을 촬영하고 실제 별이 있어야 할 위치 데이터와 비교해 탑재체가 인식하고 있는 각도와 실제 바라보는 각도의 오차를 추정했다.


그 다음 지구로 고개를 돌려 지상과 바다를 촬영했다. 해양탑재체의 경우 촬영한 해안선과 실제 해안선의 위치를 비교해 최종 기하보정이 이뤄진다. 목표 지역을 12구역으로 나눠 찍는 해양탑재체의 특성상, 12구역의 사진이 정확히 맞물리는지까지 확인했다. 허 책임연구원은 “탑재체들이 정확한 위치를 바라보는지 계속해서 확인할 것”이라며 “해양과 미세먼지 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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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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