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긱블의 메이킹 이야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겁니다. 탱크를 만든지라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죠. 꽉 잡고 잘 따라오세요!
골격부터 탄소강으로 무게감 있게
이번 작품은 긱블이 준비한 네 번째 빅 프로젝트입니다. 작년부터 긱블은 3개월에 한 번씩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드는 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전에 과학동아에도 소개됐던 ‘붕어빵 기계’와 ‘밸런싱 체어’, 그리고 과학동아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긱블의 메이킹 영상 중 최고 조회수(278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카트라이더’까지 총 세 개 작품이 빅 프로젝트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탱크를 만들 겁니다. 한 모바일 게임에 등장한 탱크인데요. 빅 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긱블의 메이커가 총출동합니다.
설계의 잭키! 전자의 민바크! 외관의 찬스!
세 명의 용사가 힘을 합쳐 바퀴부터 운전대까지 다 직접 만들 겁니다. 이전에 레이싱카인 카트라이더를 만든 경험은 있지만, 탱크는 엄연히 다릅니다.
탱크는 전투를 위한 차량입니다. 적을 함락시킬 수 있는 어마무시한 포(砲)도 필요하지만,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튼튼한 방어막도 필수죠(그렇다고 진짜 전쟁에 이걸 끌고 나가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가벼운 알루미늄이 아닌, 그보다 단단한 재질로 만들려고 합니다.
잭키 님이 선택한 탱크의 골격(프레임) 재료는 탄소강입니다. 탄소강은 철에 탄소를 섞어 강도를 높인 합금입니다. 탄소를 많이 섞을수록 단단하지만, 너무 많이 섞으면 변형이 어렵고 쉽게 부러질 수 있어서 전체의 0.02~2.11% 비율로 섞습니다.
잭키 님은 두께가 다른 두 종류의 탄소강 각파이프를 준비했습니다. 하단 중앙부 골격은 탱크의 모든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약간 무겁지만 강도가 우수한 2.3T(티·1T는 두께가 1mm인 자재) 탄소강 각파이프를 사용할 겁니다. 그 외 골격은 하단 중앙부보다 하중을 적게 받기 때문에 비교적 얇고 가벼운 1.5T 탄소강 각파이프를 사용해 전체 무게를 줄였습니다.
이 파이프들은 특수 용접인 아르곤 용접으로 이어붙였습니다. 무거운 재료들을 묶어두려면 용접을 더 꼼꼼하게, 일정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빈틈없이 용접해야 하는 만큼 높은 집중력이 요구돼서 잭키 님은 “이번 메이킹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토크를 높이는 기어 설계
탄소강 재료로 골격을 만들다 보니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것 보다 차체가 약 3배 무거워졌습니다. 이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한 모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어 설계도 조금은 더 복잡하게 해야 합니다.
기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터의 출력이 토크(돌림힘)와 회전수의 곱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모터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이 일정할 때 토크와 회전수는 반비례하죠. 그래서 토크를 높이고 싶을 때는 회전수를 줄입니다.
이 역할은 변속기가 하는데요. 변속기가 얼마나 회전수를 줄이고 토크를 높이는지는 ‘기어비(gear ratio)’라는 수치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00RPM(분당 회전수)인 모터가 있을 때 변속기를 거쳐 회전수가 1000RPM으로 줄어들었다면 그 변속기의 기어비는 3대 1입니다. 기어비가 클수록 회전수가 크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토크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설계 담당 잭키 님은 두 개의 톱니바퀴가 결합된 이중 스프라켓을 사용했습니다. 이 이중 스프라켓의 기어비는 약 14대 1, 즉 회전수를 1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회전수와 토크가 반비례한다고 했으니, 토크가 약 14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전에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카트라이더와 비교해보면, 카트라이더는 한 개의 톱니바퀴만 사용했고 기어비가 약 5대 1이었습니다. 회전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죠. 결과적으로 탱크의 토크는 카트라이더보다 거의 3배 높아졌습니다. 카트라이더보다 차체가 3배 무거워졌어도 3배 높은 토크로 탱크를 똑같이 달릴 수 있게 한 겁니다.
신소재를 찾아서!
골격을 만들었으니 이제 외장재를 덮을 차례입니다. 긱블의 작품 대부분에서 이런 넓은 판 형태는 아크릴이나 중밀도 섬유판(MDF)을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위한 탱크에는 적합하지 않은 재료들입니다.
아크릴은 비와 눈 같은 수분에 견디는 특성인 내수성과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가공성은 뛰어나지만, 진동과 충격에 깨질 수 있기에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MDF는 가공성과 내구성은 좋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탓에 습기에 취약해 내수성이 떨어지고요.
그래서 새로 찾아낸 것이 폴리프로필렌(PP)입니다. 폴리프로필렌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재료의 밀도 특성을 비중으로 나타내는데, 비중이 작을수록 밀도가 낮습니다. 즉 같은 부피의 다른 물질보다 가볍다는 뜻입니다. 플라스틱의 비중은 0.9~1.6인데, 폴리프로필렌의 비중은 0.92입니다.
폴리프로필렌은 마찰에도 잘 견디며, 접거나 구부리는 힘에 대한 저항력도 매우 강하죠. 레이저 커팅기로도 어렵지 않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탱크의 기본 설계입니다. 이밖에도 잭키 님은 엄청나게 강한 모터와 그에 맞는 톱니바퀴들을 구하기 위해 메이커들의 성지인 청계천을 돌아다녔고, 찬스 님은 외관까지 게임 속 탱크와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총동원했습니다.
납땜의 멋짐을 아는 쾌남 민바크 님의 전자 제어 작업은 이번에도 지루하다고 영상에서는 대량 편집됐으나… 탱크를 움직이고 포를 발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죠.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장장 39일이 걸린, 말 그대로 빅 프로젝트였습니다.
세 명의 용사는 그간의 고생을 털어내고자 국립과천과학관으로 향했습니다. 셋은 같은 탱크를 번갈아 몰며 과학관 내 공원을 누볐습니다. 레이서 복장까지 한 잭키 님은 탱크로 만화 속 관성 드리프트를 구현한다며 한없이 돌아봤습니다.
메이커도 힘들고, PD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들지만, 다른 사람은 재밌게 관전할 수 있는 빅 프로젝트. 다섯 번째 빅 프로젝트에서는 용사 세 명의 영혼이 얼마나 털릴지, 또 얼마나 재밌고 멋진 작품이 나올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