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가 제값을 한다' 는 믿음은 종종 우리를 실망시킨다. 요즘 대부분의 새 차 구입자들이 선택하는 DOHC만 해도 그렇다. 뭔가 다를 것을 기대하고 힘 좋다는 광고에 홀려 이 타입의 차를 구입하지만, 주로 번잡한 시내를 주행하는 운전자의 구미에 꼭 맞는 경우는 드물다. 모르고 타면 손해요, 낭비다.
얼마전 필자의 한 친구가 새 차를 구입해서 차의 성능테스트 겸 시승을 부탁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자동차전용도로에 나가 가속을 한지 몇분도 지나지 않아 차주인 얼굴이 사색이 됐다. 과속이나 위험하게 운전을 해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부웅' 하는 엔진소리가 워낙 커서 차가 폭발하는 것 아니냐고 난리를 피운 것이다.
DOHC엔진을 얹은 차의 장단점을 살펴보지 않고 "비싸니까 당연히 모든 성능이 앞서겠지"라고 생각하고 구입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말해 거의 시내에서만 주행하고 한달에 한두번 고속도로에 나가는 사람이라면 굳이 동급 차종에서 수십만원이나 비싼 DOHC방식의 차량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소음은 DOHC의 '원죄'
DOHC란 더블 오버헤드 캠샤프트 (Double Overhead Camshaft)의 약칭이다. 캠샤프트는 엔진의 실린더 위에 장착된 밸브들을 열고 닫는 축이며 오버헤드방식이란 밸브와 캠샤프트 등이 실린더 위쪽인 헤드부분에 위치한 것을 말한다(그림1). DOHC에 대비되는 방식으로는 SOHC(Single Overhead Camshaft)방식이 있다. 이는 밸브와 캠샤프트의 위치는 마찬가지로 실린더 위에 있으나 캠샤프트가 하나만 있는 차다.
DOHC는 보통 SOHC방식보다 밸브를 2배 정도 많이 가지고 있다. 길에서 'DOHC 16v'라는 표시가 붙은 차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16이라는 숫자는 밸브 수를 뜻한다. 자동차의 실린더(기통)에는 연료와 공기의 혼합기를 들여보내는 흡기밸브와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배기밸브 등 2개의 밸브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DOHC는 실린더당 흡 · 배기밸브를 각각 2개씩, 모두 4개를 갖는다. 4기통 엔진에 실린더당 밸브가 4개씩이면 모두 16밸브를 가지며 6기통엔진의 경우는 24개의 밸브가 있는 것이다.
DOHC는 이처럼 SOHC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도 늘어나 필연적으로 소음이 증가한다. 더구나 SOHC보다 엔진 회전수를 높혀야만 제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소음도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엔 자동차 메이커들이 소음을 줄이기 위해 흡음재를 사용하거나 엔진룸의 방음처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음은 DOHC에게 있어서는 원죄와 같은 전형적인 단점인 것이다.
엔진 본체는 크게 헤드, 엔진블록, 크랭크케이스의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엔진의 위쪽에서부터 살펴보면, 헤드는 밸브와 캠축 등으로 구성돼 있는 부분이다. 헤드 밑에 실린더와 엔진 냉각을 위한 냉각수 통로가 위치해 있는 엔진블록이 자리잡고 있다. 크랭크 케이스는 맨 아래 위치하며 실린더 안에서의 피스톤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시켜주는 크랭크 축과 윤활작용을 하는 오일이 저장돼 있다. DOHC와 SOHC의 구분은 밸브와 캠축의 수와 관계된 것으로, 결국 이들의 차이는 헤드가 어떤 방식을 취하는가의 차이고 다른 부분은 차이가 없다.
4행정(stroke)이란 연소가 이루어지는 실린더 안에서 피스톤이 4차례(2왕복) 움직여야 한차례의 운동사이클을 마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2)는 4행정 엔진의 작동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2 ①)은 흡입행정으로 실린더 내에 휘발유와 공기를 혼합해 넣어주는 과정이다. 피스톤은 맨 위(상사점 : top dead center, TDC)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연료를 빨아들인다. 연료가 들어가는 원리는 주사기를 끝까지 밀었다가 다시 당길 때 공기가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스톤이 맨 밑(하사점 : bottom dead center, BDC)에 와 흡입과정이 끝나면 흡입밸브가 닫히고 피스톤이 위로 올라가며 실린더에 들어온 혼합기를 압축한다(그림2 ②). 피스톤이 맨 위에 올라와 혼합기의 압축비가 최고에 이를 때 점화플러그는 불꽃을 튀겨 혼합기를 폭발(연소)시킴으로써 피스톤을 힘차게 아래로 내려보낸다. 이 단계가 힘을 발생시키는 단계고 나머지 3단계는 모두 이 폭발행정에서 나온 힘으로 작동된다(그림2 ③). 피스톤이 연료의 폭발력으로 맨 밑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이번에는 배기 밸브를 열어 연소된 가스를 내보낸다(그림2 ④). 그리고 피스톤이 맨 위까지 올라오면 4행정 1사이클이 끝나고 흡기밸브가 열리면서 흡입행정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피스톤 아래쪽으로는 커넥팅로드로 연결된 크랭크축(crankshaft)이 있다. 폭발행정에서 얻어진 힘으로 크랭크축을 회전시키고 크랭크축에 변속기 등이 연결돼 최종적으로 바퀴로 회전력이 전달돼 자동차가 움직인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엔진회전수
4행정엔진에서는 1사이클에 크랭크축이 2번 회전한다. 그러나 4개의 행정 중 힘이 발생하는 경우는 폭발행정 뿐이라면 고작해야 크랭크축을 반바퀴만 회전시킬텐데 2번이나 회전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크랭크축에 주철로 만든 관성바퀴인 플라이휠을 달아줌으로써 회전 관성력을 이용해 피스톤이 맨 위나 맨 아래에 위치한 이후에도 다음 행정으로 가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플라이 휠의 지름과 중량을 크게 하면 보다 많은 관성력을 얻을 수 있으나 엔진의 반응이 둔해지는 단점도 있다.
배기량을 Vcc, 행정을 Lcm, 보어(bore, 원형 피스톤의 지름)를 Dcm, 실린더수를 Z라고 하면 V= 3.14 Z(D²/4)L이란 공식이 나온다. 배기량에 비례해서 엔진출력이 커지기 때문에 출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기량을 늘리는 것이다.
DOHC는 엔진크기를 늘리지 않고, 즉 실린더수나 보어 스트로크의 길이를 늘리지 않고 출력을 좀 더 올려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방식이다.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 출력을 올리려면 혼합기를 보다 더 많이 실린더 안에 넣어 폭발력을 강하게 해주면 된다. 밸브의 지름을 키우면 되지만 실린더 안지름을 늘리지 않고 밸브의 크기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밸브 면적을 넓히려면 필연적으로 밸브의 무게도 늘어나 고속회전시에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밸브가 실린더당 2개 있을 때 늘릴 수 있는 최대 크기(면적)보다 작게 2개를 더 만들면 개별 밸브당 면적은 작지만 전체 면적은 훨씬 늘어난다. 밸브의 수를 2배로 늘릴 때 평균적으로 각기 밸브 면적은 10% 줄어드는 대신 전체적으로는 80% 정도 더 넓어진다.
2배로 늘어난 밸브를 2개의 캠샤프트가 나누어 작동시키면 밸브의 위치선정이나 정확한 밸브 개폐시기를 맞추는데 좋다. 흡기밸브가 하나일 경우에는 혼합기가 연소실 전체로 퍼지기 전에 점화플러그에서 불꽃이 튕긴다. 그러나 밸브가 4개인 경우에는 점화플러그를 밸브가 둘러쌀 수 있어 연소실에 와류를 형성, 불꽃이 골고루 튀기게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저속회전에서는 실린더당 흡기와 배기밸브가 하나건 둘이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고속회전에서는 DOHC의 진가가 발휘된다. 밸브가 하나라면 흡기는 물론이고 배기가 되는 시간이 부족해 배기가스가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흡기행정이 시작되는 등 입출입에 저항을 받는다. 하지만 밸브가 2개씩이면 고속회전할 때도 훨씬 더 많은 양의 혼합기와 배기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
DOHC의 장점인 고속회전시의 출력증강은 한편으로는 단점으로도 지적된다. 동급의 배기량의 SOHC차량보다 출력이 보통 30% 이상 크게 나타나지만 저속회전에서는 소음만 크게날 뿐 SOHC차량과 출력에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차의 동일 모델 중 엔진형식만 다른 경우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표1)
언제 변속하는 것이 좋은가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운전면허를 딴 뒤 첫 시내연수에 나서면서 강사들로부터 "시속 20km에선 기어를 2단, 40km에선 3단을 넣어라" "기어변속을 2천rpm 정도에서 하는 것이 적당하다"라는 충고를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승용차에 장착된 엔진은 이보다 훨씬 빠른 분당엔진회전수(rpm)에서 최대 힘을 발휘한다. 자동차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적절한 엔진회전수를 이용하지 못하면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폐차 직전의 고물차처럼 힘에 부쳐 '푸드득' 거리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의 제원표에는 엔진목록에 최대마력과 최대토크라는 항목이 있다. 자동차 출력을 이야기할 때 대개는 마력만을 언급하는데, 토크도 마력 못지않게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토크란 회전당 일의 양을 나타낸 것으로, 예를 들어 1분당 1회전할 때 1kg의 힘으로 1m를 돌렸다면 토크(kg · m/rpm) 1이 된다. 엔진에서 토크가 강하다는 것은 끄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나 출발할 때, 또는 웅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할 때는 차의 최대토크가 나오는 rpm을 유지해서 운전해야 한다. 상태가 좋은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도 최대토크가 나오는 rpm을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가 연소소비율도 가장 낮기 때문이다. 토크가 큰 엔진은 가속력이 좋아 운전자의 의도대로 반응하기 때문에 운전하기 쉽다.
예를 들어 최대 토크가 3천rpm에서 14kg · m인 차라면 3천-3천5백 rpm 사이에서 다음 단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것이 좋다. 차량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 승용차의 변속기의 단을 바꿀 때 보통 5백rpm의 차가 난다. 3단에서 주행하며 rpm을 3천5백까지 올렸다가 4단으로 상단변속(시프트업 shift up)시키면 엔진 rpm은 3천rpm으로 떨어진다. 이 때가 차의 토크가 가장 강하므로 가장 좋은 가속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보통 방식대로 2천rpm에서 변속을 하면 아직 차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또다시 1천5백rpm으로 떨어져 힘이 더욱 약해진다. 운전자는 상단변속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가속하려고 하지만 차는 힘이 점점 약해지니 잘 안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표2)는 엔진의 마력과 토크, 연료소모율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보면 최대출력이 나오는 rpm이 최대토크가 나오는 rpm보다 엔진형식에 상관없이 항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지점은 엔진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내는 곳이다. 바꾸어 말하면 엔진의 흡기-압축-폭발-배기행정이 간섭현상 없이 가장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불완전 연소의 원인인 간섭현상이 없으므로 연료소모도 이 때 가장 낮다.
동일한 배기량을 가진 엔진의 경우 DOHC방식이 SOHC방식보다 높은 출력과 토크를 낸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DOHC가 밸브를 SOHC보다 2배 많이 가지고 있어 흡배기 능력이 뛰어나 훨씬 빠른 엔진회전에서도 간섭현상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SOHC형식보다 DOHC형식의 엔진을 장착한 차를 운전할 때 더 높은 rpm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2)에서 보이는 바처럼 저rpm에서는 SOHC나 DOHC의 성능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DOHC차는 최대토크가 대부분 4천rpm 이상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자주 변속하는 시내운전의 경우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아예 낮은 rpm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되도록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우의 DOHC차종들이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냄새로 알 수 있는 고장진단
사람의 감각 중 후각은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식별 정도가 모호할 뿐 아니라, 같은 냄새에 노출되면 수분 내에 마비되고마는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체의 감각기관 중 결코 뛰어나지 못한 후각으로도 첨단 과학의 총수인 자동차의 이상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매캐한 매연 냄새
운전 중 창문을 닫고 있는데도 매캐한 냄새가 난다면 우선 앞에 버스 등 매연을 많이 내뿜는 디젤자동차가 있는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만일 디젤차가 있다면 대시보드에 있는 공기실내유입 스위치를 닫아라.앞에 전혀 매연을 뿜는 차량이 없는데도 냄새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경우엔 배기 매니폴드(연소된 배기가스를 엔진에서 머플러 등 배기관부분으로 연결시켜주는 부분)의 개스킷(밀봉 부분)에 이상이 생겨 배기가스가 새어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경우에는 개스킷교환으로 쉽게 불쾌함을 극복할 수 있다.
이때는 또한 반드시 엔진룸과 운전석 사이에 고무패킹이 빠져있지 않은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차의 실내와 엔진룸은 엑셀러레이터 페달,각종 배선 및 에어콘 등을 연결시키기 위해 여러 구멍이 나 있고 이들 사이는 보통 고무로 밀봉시키는데, 이것이 빠져버리면 각종 유독 가스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달착지근한 냄새
이는 부동액이 실내에 새기 때문인데, 보통 실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히터코어에서 새는 것을 진단할 수 있다. 히터코어란 엔진에서 더워진 부동액을 포함한 냉각수를 실내 난방의 목적으로 순환시키는 벌집모양의 라디에이터(방열기)다. 차량의 난방은 전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워진 엔진열을 이용, 히터코어 뒤에 팬을 설치해서 더운 바람을 송풍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추운 겨울철 시동을 걸고 히터스위치를 작동해도 한참 뒤에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자동차의 이러한 난방원리에 있다.
이 냄새와 함께 평소와는 달리 실내 유리창에 김이 자주 서리면 운전석과 조수석 바닥 카페트를 들쳐보자. 만지면 약간 끈적끈적한 초록색 액체가 스며들어있을 것이다. 히터코어를 교체하거나 또는 시중에 나와있는 라디에이터 실링제를 주입하면 된다. 라디에이터 실링제를 엔진 냉각수에 주입하면 냉각순환계통을 따라 다니면서 밖으로 새는 부분을 찾아 막아준다. 하지만 자동초크 등 엉뚱한 부분을 막아 차에 이상을 줄 수 있고, 엔진출력을 높혀 냉각수 압력이 높아지면 막혔던 부분이 다시 터져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고무 타는 듯한 역겨운 냄새
매연이 새나오는 경우는 차의 시동을 끄면 금새 없어지지만 이 경우는 차 시동을 끈 뒤에도 상대적으로 오랜기간 냄새가 나며 더욱 고약하다. 특히 엔진 회전수를 많이 올려 주행을 한 뒤에 많이 나는데, 이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을 연결해주는 클러치 디스크가 마모돼서 나는 냄새다. 특히 클러치를 적정하게 연결시키지 않고 반클러치 상태로 많이 사용해 마찰이 많아지면 이런 냄새가 난다.
비닐 타는 냄새
이 경우엔 일단 배선을 의심해야 한다. 자동차 화재 대부분은 배선 합선에 의한 것이다. 차 엔진은 기름을 연소시켜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다. 연소에는 불가피하게 열을 동반한다. 이 열을 식혀주기 위해 냉각계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배기파이프와 머플러 부분도 고열을 낸다. 도로를 주행하다 날아다니는 비닐봉투 등이 엔진이나 배기파이프에 붙어 눌러버리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