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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외선으로 기록하고 가시광선으로 지운다

차세대 DVD에서 홀로그램 기록매체까지

1996년 가을 시장에 출시된 DVD는 빛을 이용하는 같은 방식의 저장매체인 CD보다 저장용량이 약 7배 크다. CD는 6백50MB(메가바이트, 1MB=${10}^{6}$B)이고 DVD는 4.7GB(기가바이트, 1GB=${10}^{9}$B)이다. DVD의 탄생은 광기록매체의 시장을 음반시장에서 영화시장으로 바꿔놓았다.

최근 들어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1Gbps(1초에 전송할 수 있는 정보량이 ${10}^{9}$비트) 이상이 되면서 이제는 2시간 정도의 HDTV용 고화질 동영상을 한장에 담아낼 수 있는 차세대 광기록매체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려면 저장매체의 용량은 15GB 이상이어야 한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정도의 정보량을 한장에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광기록매체의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서 현재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기 신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밭이랑 모양의 기판

사실 현재의 CD와 DVD에서도 유기물은 핵심적인 재료다. CD와 DVD는 기판, 정보가 입력되는 기록층, 재생할 때 빛을 반사시켜주는 반사층, 그리고 외부 환경에 의해 손상을 막는 보호층으로 구조가 이뤄져 있다.

이 중 기판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유기소재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빛을 통과하는 투광성, 내 흡습성, 내구성 등이 다른 고분자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기판의 소재로 적당하다.

이 기판은 CD와 DVD가 재생될 때 레이저에게 정보를 읽어나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이를 위해 밭이랑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생긴 움푹 들어간 부분을 홈(groove)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역할이 바로 레이저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밭이랑에서 흙을 쌓아올린 부분에 줄줄이 작물을 심듯 CD와 DVD의 기판에서 튀어나온 부분에 정보가 한줄로 기록이 된다. 이것을 트랙이라고 하는데, 읽기만 가능한 CD-ROM와 DVD-ROM의 경우 여기에 레이저빔으로 우물처럼 들어가게 만들어 줌으로써(이 정보우물을 피트라고 함) 정보가 기록된다. 이 경우에는 기판이 기록층의 역할도 함께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판은 CD와 DVD의 저장용량을 늘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보량을 늘리려면 홈의 간격이 짧아야 하고 트랙 위에 형성되는 피트 크기도 촘촘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CD는 홈의 간격이 1.6μm이고 피트가 0.83μm이며 DVD는 홈의 간격이 0.74μm이고 피트가 0.4μm다.

투명한 고분자인 폴리카보네이트는 CD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고, 복사본을 만들 때는 빛이 2개로 갈라지는 복굴절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고밀도의 차세대 광기록매체는 폴라카보네이트의 특성을 보완한 새로운 유기 고분자 소재가 필요하다. 현재 차세대 기록매체의 기판용 유기소재 개발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1) CD와 DVD의 구조


유기색소에 빛으로 정보담는 기록용

한편 한번만 기록할 수 있는 CD-R(R은 Recordable의 약자)이나 DVD-R에서는 기록층으로 유기색소 물질이 사용된다. 이 경우 정보는 ROM에서처럼 들어가고 나오는 물리적인 구조가 아니라 유기색소의 광화학 반응으로 기록된다.

유기색소 기록층은 폴리카보네이트 기판 에 덧입혀진다. 그리고 기판의 트랙에 해당하는 기록층에 레이저빔을 쏘아준다. 그러면 유기색소의 온도가 3백℃ 이상으로 올라가 기판에 국부적인 변형과 함께 색소가 분해된다. 이로 인해 약한 레이저빔으로 쏘아서 반사층에 의해 되돌아올 때 변형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 반사율의 차이가 생긴다.

현재 CD-R과 DVD-R에 쓰이는 유기색소는 시아닌(Cyanine)계, 프탈로시아닌(Phthalocyanine), 아조계(Azo) 등의 유기화합물이 사용된다. 이들 유기색소는 특정 파장의 빛과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즉 CD와 DVD에 사용되는 레이저빔의 특정 파장과 반응을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CD-R의 경우 7백80nm 파장의 레이저빔을 사용하는데, 이와 잘 반응하는 시아닌계 색소를 사용한다. 반면 DVD-R의 경우는 6백35-6백50nm의 레이저빔을 쓰는데, 이 파장영역과 반응하는 아조계 색소, 피로메텐계 색소, 시아닌계 색소가 개발됐다.

CD보다 DVD에서 짧은 파장의 레이저빔을 사용하는 까닭은 정보가 차지하는 자리를 줄여주기 위해서다. 빛으로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에서는 피트는 그 빛의 파장에 반비례한다. 즉 파장이 짧을수록 레이저빔은 세밀한 펜이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앞으로 DVD에서 정보밀도를 높이려면 파장이 짧아진 레이저빔에 반응하는 유기색소 물질이 필요하다. HDTV 정보를 저장할 목표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15-25GB급 차세대 DVD는 4백nm 파장의 레이저빔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이 파장영역에 감응하는 포리핀계 유기색소가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유기색소의 개발은 광기록매체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색소물질을 다뤄오던 염료회사가 최근에는 광기록매체에 쓰이는 기능성 물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회사와 연합해 차세대 기능성 신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미쯔비시 화학회사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전세계에서 8번째 해당하는 전통적인 화학업체다. 이 화학회사는 정보기록용 아조(Azo)계 색소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제작된 CD, DVD 등의 정보저장매체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C와 같은 화학업체가 이미 CD, DVD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50년 간 염료산업에 특화해온 이화산업도 DVD전문업체인 레이미디어에 출자해 전자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정시간 지나면 지워진다
 

(그림2) 재기록이 가능한 CD와 DVD의 원리


유기색소 물질은 읽고쓰기를 여러차례 반복할 수 있는 재기록용매체의 주재료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리코 사의 DVD-RW(RW는 ReWritable의 약자)은 무기물의 상(phase)변화 특성을 이용한다. 즉 레이저빔을 쏘아주면 상당한 열이 발생하고 그 결과 무기물의 원자배열이 흐트러지면서 기록층의 상변화가 생긴다. 변화된 상은 레이저에 의해 감지되고 이렇게 기록은 읽혀진다. 그런데 이같은 상변화가 열에 의해 가역적으로 일어난다. 즉 원래의 상으로 변화될 수 있는 온도를 가해주면 기록이 지워지면서 기록전의 상태로 돌아가 다시 기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DVD-RW는 가격이 비싸고, 비중이 높은 무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며, 환경적으로 위해한 중금속을 포함한다. 또한 현재는 1천번 정도 재기록을 할 수 있으나 앞으로도 재기록 반복횟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하나의 정보가 차지하는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바로 이런 문제를 유기색소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기록이 가능한 저장매체에서는 유기색소 분자가 특정 빛에 의해 가역적으로 반응하는 점을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디아틸에텐계 소재는 자외선을 쬐면 색이 더 진해지고 가시광선을 쬐면 색이 연해진다. 따라서 자외선으로 쏘여 기록을 하면 가시광선으로 지울 수 있는 셈이다.

이 유기색소가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까닭은 화학적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디아틸에텐계 소재는 자외선에서는 닫힌구조였다가 가시광선에서는 열린구조가 된다. 디아틸에텐계의 재기록성은 10만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무기소재를 이용하는 DVD-RW보다 재기록면에서 우수하다. 때문에 현재 이 유기염료 소재를 이용한 기록하고 판독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한편 RW방식에서 사용하는 유기색소는 정보저장매체에 또다른 특성을 제공해줄 수 있다. 아조벤젠과 스피로 피란계의 유기색소는 기록이 됐다가 열에 의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즉 기록안정성이 낮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 유기색소는 현재의 CD나 DVD의 재료로 이용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록이 남기를 원하는 않는 특수한 용도에서는 적합하다. 즉 흔적이 남아서는 안될 기밀문서 보관용으로 말이다. 첩보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흔적이 남아서는 안될 기밀정보를 이 유기색소 물질을 사용한 저장매체에 저장할 수 있다. 그러면 외부환경에 의해 일정시간 내에만 작동되고 자동적으로 기록이 지워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유기물질은 DVD 이후의 새로운 광기록매체을 만드는데 중요하게 쓰일 전망이다. 현재의 DVD와 같은 광기록 방식은 레이저빔의 파장을 줄여서 좀더 빽빽하게 정보를 기록한다. 이때 레이저빔의 파장을 줄이는 까닭은 레이저빔의 지름을 줄일 수 있어 기록층에 찍히는 하나의 정보가 차지하는 넓이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즉 가는 펜으로 더 많은 글자를 쓸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빛이 퍼지는 현상(회절) 때문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차세대 광기록매체는 DVD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차세대 광기록매체는 3차원으로 정보를 기록하는 홀로그래피로, 10TB(테라바이트, 1TB=1012B) 용량을 실현시킬 수 있다. 이는 설탕 결정만한 홀로그램 매체에 웬만한 도서관의 장서들이 모두 기록될 수 있는 정도다. 바로 이 홀로그램 저장매체에 쓰일 유기물질이 현재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홀로그램 저장매체는 2차원에 3차원의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2개의 레이저빔으로 기록한다. 이는 우리 눈이 두개여서 입체를 볼 수 있는 것을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2개의 레이저빔은 서로 만나 간섭을 일으키는데 바로 이 점은 공간에서의 위치 정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홀로그램 저장매체는 빛의 간섭효과가 잘 나타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개발되는 홀로그램 유기물로는 포토폴리머나광굴절 고분자, 광변색 고분자가 있다. 홀로그램 저장매체는 쉽게 복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차세대 보안 문서 기록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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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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