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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 완전정복]자체발광이란 이런 것, 돌돌 말고 피부에 붙이는 퀀텀닷

◇읽으면 천재

 

수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 퀀텀닷은 1982년 러시아 과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뒤 1993년 마크 캐스트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 합성했고, 삼성에서 친환경 퀀텀닷 소자를 활용한 첫 번째 상품인 퀀텀닷 TV를 2014년 출시했다. 최초 발견 시점으로 따지면 40년이 다 돼 가지만, 퀀텀닷은 여전히 차세대 소자로 꼽힌다. 아직 퀀텀닷이 보여주지 못한 기술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퀀텀닷이 가져올 미래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 자발광 퀀텀닷


퀀텀닷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색을 구현하는 성능이 현존하는 다른 소재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퀀텀닷을 통해 총천연색을 구현하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휠 수 있고 심지어 돌돌 말 수도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그리고 피부에도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에 퀀텀닷을 쓰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2015년을 전후해 국내외 연구팀들이 이미 실험으로 증명했다. 중국 쓰촨대 국립친환경고분자물질공학연구소는 셀렌화아연(ZnSe)이라는 물질로 만든 퀀텀닷으로 빛이 나는 투명 종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doi: 10.1021/acsami.5b02011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의 공통점은 디스플레이의 형태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퀀텀닷을 활용한 디스플레이가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금속도 나노미터 단위로 얇게 만들면 휠 수 있는 것처럼, TV 역시 얇으면 얇을수록 형태를 구부리거나 말 수 있다. 
단, 그 정도로 얇아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에 활용된 퀀텀닷이 전기 발광(EL·Electro luminescence)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발광 퀀텀닷은 직접 전류를 받아 빛을 발하는 입자를 뜻하며, 흔히 자체적으로 발광한다고 해서 ‘자발광 퀀텀닷’이라고 부른다.
현재 개발된 디스플레이에서 활용하는 퀀텀닷은 빛 발광(PL·Photoluminescence)을 한다. 전류를 받아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은 별도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받아 다른 색의 빛으로 바꿔주는 색변환층 역할을 하고 있다. 광원이 포함된 현재의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두께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발광 퀀텀닷을 사용할 경우 광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도 대폭 얇아질 수 있다. 양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현재 퀀텀닷 디스플레이에는 광원도 탑재해야 하고 퀀텀닷 필름도 수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분의 1m) 수준이지만, 자발광 퀀텀닷은 광원도 필요 없고 퀀텀닷 층도 20~50nm 수준으로 상당히 얇아질 것”이라며 “단순히 얇아지는 것을 넘어 퀀텀닷으로는 구부리고 휠 수 있는 플렉시블이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드뮴 안 쓰는 친환경 자발광 퀀텀닷 개발 치열


자발광 퀀텀닷은 이미 개발돼있다. 2014년 중국 저장대 연구팀이 적색 자발광 퀀텀닷에서 최고 효율(20.5%)을 달성했고, 2015년 미국 퀀텀닷 개발업체인 나노포토니카는 녹색 자발광 퀀텀닷에서 최고 효율(21.0%)을 기록했다. 여기서 말하는 발광 효율은 퀀텀닷이 받아들이는 전기 에너지 대비 뿜어져 나오는 빛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하지만 현재 이들 자발광 퀀텀닷이 디스플레이에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이들 모두 셀렌화카드뮴(CdSe)으로 만든 퀀텀닷이기 때문이다. 카드뮴은 퀀텀닷이 처음 발견될 때부터 주요 재료로 사용한 물질이지만, 인체에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디스플레이에 쓰지 않는다. 2013년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가 카드뮴을 사용한 퀀텀닷 TV를 출시했지만, 이런 이유로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결국 자발광 퀀텀닷 개발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세계적으로 카드뮴을 쓰지 않은 친환경 자발광 퀀텀닷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카드뮴 대신 사용할 주 재료 물질로는 인화인듐(InP)이 가장 유력한, 그리고 거의 유일한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카드뮴을 사용할 때보다 효율이 낮다. 
양 교수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물질이어야 하고, 나노미터 단위로 작게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디스플레이에 사용하기 위해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내는 등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물질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인화인듐을 활용해 디스플레이의 삼원색인 적색, 녹색, 청색을 하나씩 차근차근 구현하고 있다. 2019년 삼성은 자발광 퀀텀닷으로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는 적색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적색 소자의 발광 효율은 이전에 예상한 자발광 퀀텀닷의 이론적 수치에 가까운 21.4%에 도달했다. doi: 10.1038/s41586-019-1771-5
녹색과 청색 소자는 적색 소자보다 만들기가 더 어렵다. 적색 소자보다 녹색 소자가, 그리고 녹색 소자보다 청색 소자의 크기가 더 작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을수록 온도나 습도 등 외부 환경과 맞닿는 입자 표면의 비중이 커지면서 입자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입자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곧, 입자가 금방 손상돼 수명이 짧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녹색과 청색 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채희엽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인화인듐을 활용해 발광 효율이 약 10%에 이르는 녹색 소자를 개발해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스(ChemComm)’ 2019년 10월 16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39/c9cc06882a
양 교수는 “청색 소자의 경우 인듐으로는 높은 효율을 구현하기 어려워 텔루륨화아연(ZnTe)이라는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양희선 홍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텔루륨화아연으로 자발광하는 퀀텀닷 소자의 효율을 약 9.5%로 끌어올려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에 발표했다. doi: 10.1021/acsenergylett.0c00638
자발광 퀀텀닷 개발은 세 가지 색 소자의 발광 효율을 모두 20%대로 끌어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 가지 색 소자가 모두 함께 있을 때도, 그리고 실험실이 아닌 공장에서 만든 디스플레이에도 그만큼의 발광 효율을 내게 하는 게 목표다. 
더불어 디스플레이에는 퀀텀닷 입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퀀텀닷을 전극, 전자 수송층 등의 여러 물질이 둘러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물질들이 새로이 개발된 퀀텀닷과 전기화학적으로 잘 어울리면서도 얇거나 잘 휘어야 플렉시블과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퀀텀닷 광센서로 당뇨병 감시


자발광 퀀텀닷이 개발되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광센서, 레이저, 위조 방지 등 여러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광센서의 경우 매우 얇게 만들어 웨어러블 형태로도 제조할 수 있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약 4분의 1은 합병증으로 혈액순환 장애를 겪으면서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괴사하며 검게 변하는 당뇨성 창상을 앓는다. 하지만 자신의 손발이 괴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어려워 절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25%에 이른다. 병원에 가도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바늘을 꽂아 피를 뽑는 침습형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에 양 교수와 삼성 공동연구팀은 2017년 퀀텀닷을 이용한 광센서를 개발했다. 양 교수는 “퀀텀닷을 활용하면 혈액의 색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얇게 만들어 손가락과 발가락에 감쌀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주삿바늘을 사용하지 않고도 증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며 “이 연구를 통해 퀀텀닷을 활용한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자발광 퀀텀닷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doi: 10.1021/acsnano.7b0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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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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