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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난이도

 

‘콤부차(Kombucha)’? 낯선 이름에 진열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탄산이 들어있는 차(茶)’라는 설명을 봐도 도통 어떤 음료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무려 기원전 220년 경 중국 진나라에서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로,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힙한(유행에 앞선다는 뜻)’ 음료라고 했다. 레이디 가가, 기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즐겨 마시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10대 식품 트렌드로도 뽑혔다고. 바다 건너 출시된 ‘신상’을 과학적으로 해부하고픈 욕망이 생겼다. 

 

맛 해부 I 달달하고 새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난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맛이었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탄산음료를 대신해 마실 만하다는 평가가 나올까. 직접 사서 한 모금 마셔봤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었다. 시큼하면서도 달달하고, 탄산 때문에 톡 쏘는 맛이 났다. 


단맛이 나는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성분표를 보니 당 성분이 5~20% 포함돼 있었다. 콤부차는 홍차나 녹차 등 각종 찻잎을 우려낸 물에 설탕이나 원당 등의 당류를 넣고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다. 미생물은 박테리아와 효모로 이뤄져 있다. 이중 효모는 당을 분해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즉 제조 과정에서 넣은 당류 때문에 단맛이, 효모가 당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때문에 톡 쏘는 맛이 나는 것이다. 박성수 제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톡 쏘는 맛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탄산을 주입해서 출시하는 제품도 많다”고 설명했다. 


마트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캡슐이나 분말 형태로 제조된 콤부차도 있는데, 이는 발효가 끝난 콤부차 액을 건조시킨 것이다. 여기엔 톡 쏘는 맛을 내기 위해 물에 녹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탄산수소나트륨을 첨가한다. 


미생물로 당을 발효시키는 콤부차 제조 과정은 맥주를 만드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당을 분해하는 속도가 빨라 콤부차 제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효모인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시에(Saccharomyces cerevisiae)는 ‘맥주 효모’라고도 불린다. 그럼에도 콤부차에서 알코올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효모와 함께 첨가한 박테리아가 알코올을 유기산으로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콤부차 제조에 쓰이는 효모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2018년 잘루 부아질라 프랑스 툴루즈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시중의 콤부차를 분석한 결과,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제 외에도 당 분해 효율이 높은 스키조사카로마이세스 폼베(Schizosaccharomyces pombe)나 당 농도가 높아도 생존할 수 있는 자이고사카로마이세스 룩시이(Zygosaccharomyces rouxii), 알코올 농도가 높아도 생존하는 브레타노마이세스 브뤼셀렌시스(Brettanomyces bruxellensis) 등이 쓰였다. doi: 10.1111/1750-3841.14068 


한편 콤부차의 시큼한 맛은 박테리아의 작품이다. 콤부차에는 아세토박터속(Acetobacter)이나 글루코노박터속(Gluconobacter) 계열의 초산균이 주로 사용되는데, 초산균은 당류나 알코올을 산화시켜 아세트산, 글루콘산, 젖산 등의 유기산을 만들어낸다. 유기산은 시큼한 맛을 낸다. 


초산균은 공기와 접촉한 부분에 얇은 펠리클 생물막(pellicle biofilm)을 만든다. 콤부차는 1970년대 한국에 처음 소개됐을 당시 ‘홍차 버섯’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초산균이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베타글루칸 사슬에 박테리아와 효모가 갇혀 생물막을 이룬 것이 버섯의 삿갓 모양과 닮아서다. 때문에 콤부차를 만들 땐 이전에 콤부차 제조 과정에서 생성된 생물막의 일부를 떼어내 다시 사용해도 발효가 일어난다. 

 

 

효과해부 I 항산화, 해독 효과 있을까? 

 

‘셀럽들이 물처럼 마시는 차’. 콤부차가 유명해진 데는 이런 홍보 문구도 큰 역할을 했다. 린제이 로한, 레이디 가가, 기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해독, 항산화, 면역 증진, 체중 조절 효과 등을 위해 콤부차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효과는 2013년 쥐 실험으로 일부 확인됐다. 파라메스 실 인도 보세연구소 분자의학부 교수팀은 당뇨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콤부차를 먹기 전과 후, 간에서 항산화제인 글루타티온 환원 효소가 얼마나 합성되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콤부차를 마셨을 땐 글루타티온 환원 효소가 1분 동안 1mg당 37.43nmol(나노몰·1nmol은 10억 분의 1mol) 합성된 반면, 마시지 않았을 때는 이보다 적은 24.59nmol 합성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 10.1016/j.fct.2013.07.051


중국 연구팀은 2008년 콤부차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조절 효과를 실험했다. 펭 저우 중국농업대 식품과학및영양공대 교수팀은 쥐 32마리를 대상으로 12주 동안 돼지비계, 콜산염 등으로 구성된 콜레스테롤 고함량 식단을 제공하고, 그중 16마리에게만 콤부차를 함께 먹였다. 


12주 뒤, 콤부차를 섭취한 쥐의 혈중 총 콜레스테롤 농도는 섭취하지 않은 쥐의 약 82% 수준으로 낮았다. 또 콤부차를 섭취한 쥐는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체중 증가율이 14.69~16.09% 낮았다. 콜레스테롤 고함량 식단을 먹었기 때문에 체중 자체는 실험 전보다 10g 이상 늘었지만, 대조군보다는 증가폭이 적었다. doi: 10.1002/jsfa.3422


2009년 윤세억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인도 연구팀과 함께 콤부차의 해독 효과를 조사했다. 쥐에게 간에 독성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사염화탄소(CCl4)를 일주일에 두 번씩 30일 동안 먹이고, 매일 콤부차를 줬다. 그리고 간염의 정도를 알려주는 대표적 표지인 간세포 내 효소(ALT, AST)를 측정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간이 덜 손상됐다는 뜻이다. 실험 결과, 콤부차를 마신 쥐는 ALT는 70.15%, AST는 71.56% 수준으로 모두 감소했다. doi: 10.4014/jmb.0806.374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콤부차의 효능을 확인한 실험은 아직 부족하다. 2018년 줄리에 카프 미국 미주리대 박사의 리뷰 논문에 따르면 콤부차의 효능을 조사한 연구의 실험 대상은 쥐와 토끼, 오리, 개, 닭 등 동물이 대부분이었다. doi: 10.1016/j.annepidem.2018.11.001 


박 교수는 “콤부차의 효능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지만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해부 I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될까? 

 

콤부차는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성된다. 우리나라는 음료의 알코올 함량이 1% 이상일 경우,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은 알코올 농도가 0.5% 이상일 경우 주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음료 품목으로 출시된 콤부차는 알코올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춘 제품이다.


하지만 집에서 콤부차를 제조할 경우 정확한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가정에서 직접 콤부차를 만드는 경우 미생물의 종류와 생육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알코올 양이 다르다”며 “청소년이나 임산부가 섭취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효 기간도 알코올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 2019년 바불 아리아나 오트만 말레이시아국립대 생물과학및생명공학과 박사팀은 물에 홍차 또는 녹차 2%, 설탕 또는 꿀 10%, 발효된 콤부차 10%(미생물 제공 역할)를 넣고 발효시키면서 에탄올의 함량을 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발효 기간이 길수록 에탄올 함량은 증가했다. 발효를 시작한 지 60일이 지나자 녹차와 설탕을 발효시킨 콤부차는 에탄올 농도가 최대 2.75%가 됐다. 홍차와 꿀, 녹차와 설탕, 녹차와 꿀을 조합한 경우에도 발효 일주일 만에 에탄올 농도가 0.5% 이상으로 올랐다. 홍차와 꿀을 조합한 콤부차는 발효 일주일 만에 에탄올 농도가 1%를 초과했다. doi: 10.1063/1.5111247


평소 속이 자주 쓰리는 등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박 교수는 “콤부차에는 유기산이 들어있기 때문에 소화기관을 자극할 수 있다”며 “위 점막이 약한 경우 물에 희석해 마시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모든 음료가 마찬가지이겠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복용량에 따라서 콤부차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2014년 47세 여성이 2년 동안 매일 콤부차를 복용한 후 독성 간염 증상을 보인 사례가 보고됐다. 안드리자나 포포비치 세르비아 크라구예바츠대 의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콤부차의 과다 복용은 그 자체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doi: 10.3889/oamjms.2014.023 


박 교수는 “기업이나 연구실에서는 미생물의 생육 조건을 맞추기 위해 특정 종을 사용한다”며 “시중에 파는 미생물에는 어떤 종이 포함됐을지 모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조 후 소량씩 먹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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