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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영상에서 병든 부위 짚어 암 치료제 개발에 다가선다

편집자주
‘기초과학이 여는 첨단세계’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북한산을 등반하기 전 날씨를 미리 알아보려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기상예보관이 어디는 동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오고 어디는 눈이 올 예정이라고 열심히 설명한다. 예보관이 보여주는 기상사진에 위성으로 찍은 흐릿한 땅과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만 보인다면, 도대체 어디가 흐리고 어디에서 눈이 온다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실제로 일기예보에 나오는 기상사진을 보면 위성사진 위에 지형도가 겹쳐 있어 어느 지역에 구름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고 날씨가 어떨지 가늠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진단하려면 병을 일으키는 인자나 암세포가 몸속에 있는 부분(병소)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몸속 구조를 흐릿하게 보여주고 병소를 가리킨다면 어느 부분에서 질환이 생긴 건지 진단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춘천센터 분석연구부의 유은경 박사는 “몸속 구조를 자세하게 찍은 영상과, 질환과 관련된 부위를 정확히 드러내는 영상을 합치면 환자의 병명과 질환이 있는 부위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고해상도 CT와 몸속 변화 민감한 PET의 결합

사람 몸속을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기가 바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장비와 CT(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 장비다.

PET 장비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몸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기다.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나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을 몸속에 넣은 뒤 이 의약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영상으로 얻는다. 방사성 의약품이 있는 곳은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나 암세포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질환 때문에 나타나는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도 잡아내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학적인 구조를 관찰하기에는 해상도가 떨어진다.

CT 장비는 X선을 환자의 몸에 여러 각도에서 쏜 뒤, 몸을 통과하면서 감소한 양을 측정한다. 방향에 따라 파장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각 장기의 밀도를 계산해 컴퓨터로 재구성하면 고해상도의 영상이 된다. CT 장비는 몸속 구조를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대신 병원균이 모여 있어 질환을 일으키는 부위(병소)는 알아내기 어렵다.

춘천센터 분석연구부에서는 PET와 CT를 동시에 시행하는 기기 ‘PET-CT’를 도입했다. PET-CT는 몸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감지해 질환을 찾아내는 PET의 장점과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한 영상으로 나타내는 CT의 장점을 융합했다. 몸속에서 기관이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세밀하게 그려진 영상에서 질환이 있는 부분을 콕 짚어내는 셈이다.

만약 흰쥐가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진단하려면 먼저 마취를 시키고 꼬리의 정맥에 방사성 의약품을 주사한다. 이때 사용하는 방사성 의약품은 PET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전자를 방출한다. PET-CT 검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사성 의약품은 포도당과 비슷한 물질(포도당 유사체)이다.



포도당 유사체는 병원균이 있는 자리나 암세포가 발생한 자리에 모여 양전자를 방출한다. 양전자는 주변에 있는 전자와 함께 소멸하면서 511keV(킬로전자볼트, 1keV=1000eV, 1eV=1.602×10-9J) 정도의 감마선을 낸다. 포도당 유사체를 주입한 뒤 약 40분이 지나면 몸 전체를 CT로 촬영한다. CT 촬영이 끝나면 이어서 PET 검사를 시행한다.

PET-CT는 질환이 시작된 초기에 병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한다는 점 외에도 암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됐는지, 수술 부위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지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뇌를 촬영해 뇌혈관 질환이나 간질을 진단하고, 항암 치료 효과나 수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PET-CT의 진단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여러 병원에서는 암 같은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PET-CT를 사용하고 있다. 춘천센터에서는 환자를 촬영해 병을 진단하는 임상용이 아니라 쥐처럼 작은 동물을 주로 촬영하는 연구용 PET-CT를 구축했다. 지난 1월에 기기를 도입했기 때문에 아직은 시작단계다. 유 박사는 “대학병원의 핵의학과와 국내 대학의 연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거나 공동으로 연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암 치료제와 진단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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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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