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은하 형성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의 거대한 원반 은하는 암흑물질이 꾸준히 중력 집결해 형성된 헤일로(halo·구 모양의 영역)에 의해 우주 가스가 모여 회전하면서 고온이 된 뒤 서서히 식어 만들어진다. 이 이론대로라면 초기 은하는 빅뱅 후 40억 년이 지나야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빅뱅 후 15억 년 뒤인, 비교적 이른 시기에 거대 원반 은하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르셀 닐만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은하의 우주 가스가 저온 상태에서 회전하며 은하를 형성하는 ‘차가운 기체 유입(cold-mode accretion)’ 현상을 관찰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장기선간섭계(VLA)와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허블우주망원경 등 대형 망원경을 이용해 약 125억 년 전 형성된 은하 DLA0817g와 퀘이사 J081740.52 +135134.5에서 강한 적색편이 현상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강착 현상이 일어날 때 높은 수준의 적색편이가 관측된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와 방출파장(자외선, 적외선 등), 탄소 이온 농도 등을 토대로 은하 내부의 우주 가스 온도와 회전 속도, 은하의 크기 등을 계산했다.
그 결과 약 35K(절대온도·영하 약 238도)의 우주 가스가 평균적으로 초속 272km의 속도로 회전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일반적인 은하 내부의 우주 가스 온도인 100만K보다 훨씬 낮은 온도다.
기존 이론에 의하면 은하가 형성될 때 우주 가스는 충돌 가열(shock-heated) 현상에 의해 온도가 상승한다. 하지만 차가운 기체가 유입돼 낮은 온도에서 은하가 만들어진다면 애초에 우주 가스가 가열되는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차가운 기체 유입을 통해 생성된 은하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5억 년 더 먼저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닐만 연구원은 “단 하나의 은하만을 연구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차가운 기체 유입이 은하 형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은하에서 관측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5월 20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 /s41586-020-2276-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