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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지켜줘!

4억 년 바다를 지배한 최강 물고기





영화 ‘죠스’를 보고나면 상어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상어라고 모두 사나운 것은 아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알려진 400여 종의 상어 가운데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는 27종에 불과하다. 상어는 뼈가 부드러운 연골어류에 포함되며, 몸이 방패비늘(순린)로 덮여있고 강한 턱과 이빨을 가지며, 부레가 없다.

상어는 정말 다양하다. 몸길이가 18m에 달하는 고래상어가 있는가 하면, 다 자라도 20cm에 불과한 돔발상어류도 있다. 제주도 수족관에서 살다가 최근 한 마리가 폐사한 고래상어를 비롯해 지난해 8월 제주도 우도 해수욕장에 출현해 해수욕객을 긴장시켰던 청새리상어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상어들을 살펴보자(지도는 각 상어가 살고 있는 곳이다).



고래상어

20m까지 자라는 바다의 순둥이

아시아 최대 수족관으로 불리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마침내 이 수족관의 상징이었던 고래상어 한 마리를 곧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다른 한 마리가 최근 폐사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수족관에 전시됐던 고래상어 두 마리는 개장 직전 제주도 어민이 해안에 쳐둔 그물에 산 채로 걸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수족관 개장에 맞춰 ‘기적적으로’ 고래상어가 ‘산 채로’ 걸렸다는 점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더구나 거대한 고래상어에게 수족관의 좁은 수조는 너무 스트레스가 커서 한 마리가 안타깝게도 죽기에 이른 것이다.

고래상어는 어류 가운데 가장 크지만 큰 몸과는 달리 작은 플랑크톤과 새우,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온순한 상어다. 큰 입과 거대한 턱에 빽빽하게 달린 좁쌀 크기의 작은 이빨들은 의외로 먹이를 먹는 일과는 관계가 없다. 먹이를 물과 함께 입으로 들이마신 뒤 아가미로 거르고, 물만 아가미 구멍을 통해 밖으로 빼낸다.

지금까지 잡힌 고래상어 가운데 가장 큰 것의 몸길이는 12.1m이다. 하지만 수중에서 관측된 것은 약 18m로 최대 20m 가까이 자랄 것으로 추정된다. 고래상어는 세계의 온대와 열대, 아열대 해역에 살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와 동해, 서해 등 연근해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어선에 사로잡힌다.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백상아리(식인상어로 가장 유명한 상어)와 함께 보호해야 할 어종으로 꼽힌다.

고래상어는 대개 먼 바다에서 홀로 헤엄쳐 다니거나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다니며 드물게 연안에 접근한다. 따라서 2마리가 산 채로 거의 동시에 연안에 쳐둔 그물에 잡힌 것은 불가능하지만은 않겠지만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상어 보호와는 별도로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며 살던 고래상어가 갑자기 좁은 수족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개월 또는 수 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일본의 오키나와 수족관에서는 고래상어가 들어오면 바다의 넓은 가두리에서 1년 이상 적응기를 거친 다음 수족관에 옮긴다. 이번 제주 수족관에서 죽은 고래상어는 충분한 적응기간 없이 부랴부랴 수조에 전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는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청새리상어

해수욕장 넘나드는 바다의 방랑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호주같은 곳에서는 수심이 허리에 불과한 얕은 곳에서도 상어에 물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었는데 올해 5월과 6월 동해 포항과 전북 군산에서 청새리상어가 발견됐다. 해수욕장의 얕은 곳조차 안심할 지역이 아닌 것이다.

청새리상어는 온대와 열대, 아열대해역에 사는 상어로 우리나라 연근해에도 살고 있다. 어선에서 다른 물고기를 잡다가 자주 잡힌다. 바다에서 가장 먼 거리를 헤엄쳐 다니는 상어로 ‘바다의 방랑자’로 불린다. 미국의 뉴욕에서 표지를 붙여 방류한 청새리상어가 대서양을 횡단해 동아프리카의 리베리아 연안에서 잡힌 적도 있다. 청새리상어는 먼 거리를 헤엄쳐 다닐 수 있도록 다른 상어류에 비해 몸이 좀 더 가늘고 날씬하며 가슴지느러미가 길다.

청새리상어가 해수욕장에 출현한 것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새리상어는 따뜻한 바다를 더 좋아하는데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연근해에 늘어났다고 판단된다.

청새리상어는 특히 오징어 무리를 잘 덮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오징어 무리속에 들어가 머리와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 많은 오징어를 걸러 먹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오징어 무리 속으로 들어가거나, 무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수직으로 올라오면서 먹이를 먹는 방법이다.

청새리상어는 보통 날씬한 자태로 바다 표층과 중층에서 천천히 헤엄쳐 다닌다. 하지만 먹이를 쫓을 때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낚시바늘에 걸리면 수면 위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수년 전에는 부산에서 방파제 위로 뛰쳐 올라온 일도 있다. 사람과 보트를 공격하는 위험한 상어로 낮보다 밤에 활동력이 강하고 수심 500m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새리상어와 이름이 비슷해 종종 혼란을 주는 청상아리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상어로 이빨이 날카롭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청새리상어뿐만 아니라 귀상어, 청상아리 등 활동영역이 넓은 상어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아열대성 상어류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필자는 1997년 이후 국내 연안에서 처음으로 4종의 상어류를 발견해 흰배환도상어, 홍살귀상어, 흰뺨상어, 검은꼬리상어 등의 이름을 붙여 학계에 보고했다.



백상아리

가장 난폭한 ‘죠스’의 주인공

우리나라에서는 상어의 공격으로 1959년부터 2006년까지 6건의 사망사고와 1건의 부상자가 공식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두 백상아리에 의한 것으로, 피해자는 키조개 채취 잠수부와 전복을 채취하는 해녀들이었다. 해수욕장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1998년 8월 강원도 양양해수욕장 근처에서 몸길이 1.5m의 어린 백상아리가 잡힌 적이 있고, 2009년 8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썰물을 따라 나가지 못한 5m 길이의 백상아리가 사망 직전에 산채로 발견됐다.

세계적으로 상어의 공격은 백상아리가 가장 많다. 영화 ‘죠스’의 주인공인 백상아리는 바다의 폭군이다. 세계에서 백상아리에 의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 서부 연안으로 2차 세계대전 뒤부터 최근까지 80번의 백상아리 공격을 받아서 7명이 사망했다. 두 번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46건 가운데 사망이 7건이다. 세 번째는 호주대륙 연안이며, 우리나라 서해안도 상어의 공격을 많이 받아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런 수치가 많아 보이지만 수십 년에 걸친 사고임을 감안하면 다른 사고에 비해 극히 적은 빈도로 볼 수 있다.

백상아리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수중에서 사람을 먹이로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 사람들이 백상아리의 습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이 있다. 백상아리가 자신보다 큰 물체는 싫어하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배가 침몰해 바다에 빠져야 했던 미국 해군 병사들은 상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크게 보이려고 허리에 긴 천을 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어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보다 훨씬 큰 보트도 공격한다. 백상아리가 무는 힘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5배에 달하며, 턱의 크기와 날카로운 이빨의 형태를 감안하면 실제로 먹이에 가해지는 충격은 훨씬 치명적이다. 이처럼 강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백상아리는 다른 상어류와 달리 물개를 비롯해 돌고래와 바다사자 등 몸집이 큰 해산포유류를 주로 먹는다. 한편 동물 가운데 무는 힘이 가장 강한 것은 악어로 사람이 무는 힘의 약 20배에 달한다.



메가마우스상어

35년 전에야 나타난 가장 신비한 대형상어


메가마우스상어는 1976년 11월 하와이의 오아후섬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지금까지 가장 큰 것은 몸길이가 6m가 넘는다. 이처럼 큰 상어가 인간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 불과 35년 전이라는 점은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최대의 뉴스가 될 만큼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메가마우스상어는 그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 연구를 많이 했다. 처음 발견됐을 때 큰 입이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메가마우스상어란 이름이 붙었다. 목격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두 37건이 보고되었다.

메가마우스상어 중 지금까지 발견된 최대 몸길이는 6.27m이고, 가장 작은 것은 1.77m다. 암컷이 17마리인데 새끼를 가진 암컷은 아직 잡힌 적이 없다. 메가마우스상어는 전 세계의 열대와 온대바다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후쿠오카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남해에도 사는 것이 확실하다.

메가마우스상어는 큰 몸과 큰 입을 가진 반면, 턱에는 쌀알과 같이 작은 이빨들이 붙어 있다. 고래상어와 돌묵상어같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상어이고, 플랑크톤을 주로 먹으며 아가미에 플랑크톤을 거르는 장치가 있다. 입 위에 흰 선이 있는데, 몸이 검기 때문에 흰무늬가 매우 두드러져 보인다.

메가마우스상어만 가진 흰무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본 홋카이도대의 나카야 카즈히로(仲谷一宏)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첫째, 먹이를 모으는 역할이다.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과 같다. 두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전달 수단이다. 어두운 바닷속에서 짝짓기를 위해 암컷과 수컷이 상대방을 유혹한다든지, 또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다른 무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메가마우스상어는 새끼를 낳는 방법과 장소를 비롯해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는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있다.



귀상어

최고 인기 누리는 바다의 개성파

‘상어 중에서 가장 머리 모양이 독특한 게 누구지’ 라고 물으면 누구나 퍼뜩 떠오를 상어가 있다. 망치를 닮은 머리 모양 때문에 ‘망치상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귀상어다. 귀상어의 기묘한 머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첫 번째로 냄새를 맡는다. 상어는 가장 먼저 소리를 듣고 멀리 떨어져 있는 먹이를 찾아간다. 그 다음은 먹잇감의 냄새를 찾아가는데, 냄새는 머리 돌출부의 양 끝에 있는 콧구멍으로 맡는다. 귀상어의 양 콧구멍 사이 거리는 다른 상어보다 3배 이상 길다. 콧구멍이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좌우에서 맡는 냄새의 강도가 달라 냄새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귀상어는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어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시야가 넓다. 소리와 냄새를 따라 먹이에 접근한 뒤에는 눈으로 먹이를 정확히 바라본다. 귀상어의 눈은 콧구멍과 마찬가지로 머리의 양쪽 끝에 있다. 다른 상어보다 시야가 넓어 정확하게 먹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주위를 살피는 데도 유리하다.

세 번째로 시각, 청각, 후각 외에 다른 종류의 감각기관을 갖는다. 상어의 머리와 주둥이 부근에는 자기장을 감지하는 ‘로렌치니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매우 작은 구멍이 밀집된 형태다. 살아있는 동물에서는 자기장이 나오므로 바닥에 몸을 묻고 숨어있는 먹이를 사냥할 때 이 기관을 사용한다. 바닥에 숨어있는 먹이를 사냥하는 귀상어의 행동은 다른 상어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재주다. 귀상어는 다른 상어보다 머리가 2∼4배 정도 양쪽으로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의 면적이 훨씬 넓고, 로렌치니 기관도 더 넓게 분포하고 있어서 모래 속에 숨어있는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다.

다음은 먹이를 누르는 역할을 한다. 최근 귀상어가 먹이를 사냥할 때 머리를 최종 도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귀상어가 즐겨 먹는 먹이가 노랑가오리다. 귀상어는 노랑가오리를 발견하면 넓은 머리로 노랑가오리를 바닥으로 누르면서 밀고 내려가 바닥에 붙인 후 물어 삼킨다. 위아래로 또는 좌우로 머리를 움직이면서 마치 손을 사용하듯 자유롭게 먹이를 사냥한다. 이러한 먹이사냥도 오직 귀상어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상어가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16세기 항해술이 발달해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바다에서 난폭한 상어를 만난 이야기가 부풀려 전해졌으며, 항해를 하다가 상어를 만나면 누군가 죽는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의 해군과 공군 병사들이 바다에 빠지거나 추락하면 상어에 희생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과거에 비해 최근 수십 년은 오히려 인간이 상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원양어업이 증가하고 어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상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 특히 중국인이 좋아하는 샥스핀이란 요리에 상어 지느러미가 쓰이는데, 이 때문에 수많은 상어들이 잡혔다가 지느러미가 잘린 뒤에 다시 바다에 버려져 안타깝다.

경골어류에 비해 상어는 매우 적은 수의 새끼를 낳는다. 심지어 어미 뱃속에서 가장 먼저 부화된 새끼 상어가 미처 부화하지 못한 다른 알들을 먹어치워 단 한 마리의 새끼만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상어는 한번 줄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상어는 해양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이기 때문에 상어가 줄면 해양생태계에도 불균형이 일어날 것이다.

유엔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수산관련 국제기구는 상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FAO는 1999년 ‘상어의 보존관리를 위한 국제행동계획’을 채택했으며, 우리나라도 2011년 6월 ‘상어류 보존과 관리를 위한 국제행동계획’을 수립했다. 상어는 잡아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질서를 위해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해야 할 존재다.

 

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상연 | 글 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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