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난이도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사냥과 달의 여신으로, 아폴로의 누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르테미스 임무에는 여성 우주인이 1명 이상 포함될 계획이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2019년 3월 아르테미스 계획을 설명하며 “5년 안에 달 표면을 밟는 여성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참고로 50년 전 아폴로 임무에 참여했던 우주인은 모두 남성이었다.
NASA는 아르테미스 임무에 참여할 예비 우주인을 2017년 1차로 선발했다. 이후 2년간의 훈련을 거쳐 올해 1월 정식 우주인 후보를 공개했다. 그 중에는 한국계 의사 출신 조니 김도 있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크게 몇가지 꼽았다.
먼저 합격한 선배들이 강조한 첫 번째 조건은 ‘기술(Skill)’이다. NASA 우주인에 선발되려면 과학이나 기술, 공학, 수학 분야(STEM)의 전문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보유하거나 박사과정 2년 이상 재학, 의학 박사 또는 정골요법(추나요법)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항공기 조종 분야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STEM 분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아야 한다.
우주인 후보들에게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는 우주인에게 연구가 큰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11일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Expediton-62)들도 동물 또는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대기 조성을 파악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령 생리학자 출신인 제시카 메이어 박사는 최근까지 심장 조직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쌀알 크기의 심장 근육 조직을 만들어 여기에 영양을 공급하고 보존하며 미세중력이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그는 1999년 미국 브라운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스크립스해양연구소에서 2009년 해양생물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우주인이 되기 전까지 하버드대 의대, 메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일했다. 메이어 박사는 현재 생물학 실험뿐만 아니라 의학, 기상학 등의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주에선 ‘셀프 수리’가 기본이다. 2019년 10월 우주유영 사상 최초로 여성 우주인들로만 이뤄진 팀이 우주유영에 나선 역사적인 순간이 탄생한 것도 실은 ISS 부품이 고장났기 때문이었다. ISS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 충·방전 장치(BCDUs)의 변환기를 차단하는 명령이 실행되지 않아 새 부품으로 교체해야 했다. 작업에는 총 7시간 17분이 걸렸다.
우주인들은 휴일도 없다. 201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ISS 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순환시키는 대형 냉각수 펌프가 고장나 긴급 우주유영을 하며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 당시 수리를 맡았던 릭 마스트라키오와 마이크 홉킨스는 기존의 냉각수 펌프가 제거된 자리에 새로운 펌프 모듈을 설치하고 배선작업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화장실 유지 보수 임무를 받고 ISS로 떠난 우주인도 있다. 2015년 12월 ISS로 떠난 유럽우주국(ESA) 소속 우주인 팀 피크는 6개월간 ISS에 머물며 ISS 내 화장실 유지보수와 30여 가지 실험 임무를 수행했다. 임무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소유스호가 ISS에 도킹하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이번 우주인 채용 접수가 마감된 후 홈페이지를 통해 “아르테미스 시대의 우주인들은 달을 넘어 화성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에 선발되는 우주인은 달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계획에도 참여하게 된다.
지구에서 출발해 화성으로 가는 데는 최장 9개월이 걸린다. NASA는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적인 고립 상황에 대비해 2013년부터 미국 하와이대와 공동으로 모의 화성 탐사 ‘하이시스(HI-SEAS·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 프로젝트를 여섯 차례 진행했다.
실험은 하와이 섬에 있는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의 기지에서 진행됐다.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고, 토양 구성이 화성과 유사한 곳이다. 면적이 약 110m²(33평)인 건물에서 성별, 학력, 국적, 나이, 성향 등이 다른 4~6명의 대원들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머물며 심리 변화 등 고립 상황에서 신체 변화를 기록한다. 총 36개월 동안 수집한 자료는 현재 분석 중이다.
NASA의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극한 환경 임무 수행 훈련 프로그램인 ‘니모(NEEMO·NASA Extreme Environment Mission Operations)’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니모는 바다 한가운데 잠수함 기지에 머물면서 우주유영, 자원 채굴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상보다 중력이 작고 고립된 환경이 우주와 유사하다.
2019년 6월 진행된 23번째 팀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실라 다고스티노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심리학과 조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여성들만 고립된 상황에서 심리 변화를 분석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우주인 선발은 면접과 신체검사 등 2021년 8월까지 진행된다. 최종 합격한 우주인들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근무하게 된다.
존슨우주센터는 NASA의 여러 연구소 중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허브다. 우주인 훈련 프로그램과 ISS 임무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신입 우주인 후보의 연봉은 최소 10만4898달러(약 1억2800만 원)에서 최대 16만1141달러(약 1억9600만 원)다.
●고액 연봉보다 더 큰 혜택은?
고액의 연봉 만큼 매력적인 혜택이 하나 더 있다. 아르테미스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들은 2019년에 공개된 ‘신상’ 우주복을 입는다. 2019년 10월 NASA는 달 표면에 착륙해 탐사 임무를 수행할 때 착용할 ‘선외활동복(xEMU·new Exploration Extravehicular Mobility Unit)’과 발사와 귀환 때 우주선에서 입는 우주복인 ‘오리온 크루 생존 시스템 슈트(OCSS·Orion Crew Survival System suit)’를 공개했다.
xEMU는 기존 우주복에 비해 기동성을 크게 개선했다. 신축성 소재를 사용하고 팔다리와 엉덩이 등 연결 부분에 베어링을 넣어 걷거나 앉는 동작을 자유롭게 했다. 50년 전 아폴로 임무 당시 우주복은 입었을 때 팔을 어깨까지만 높일 수 있었고 몸을 굽히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