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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뇌는 같을까 다를까. 약간 다르다. 우선 무게가 다르다. 서구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성 뇌의 평균 무게는 1천4백50g으로 여성 1천2백50g 정도에 비해 조금 무겁다. 한때 이 사실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두뇌가 우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됐다.

그러나 이 주장은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곧 거센 반발을 받아 수그러들었다. 사실 뇌가 클수록 뇌의 기능이 우수한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뇌의 크기가 머리의 좋고 나쁨과 관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할 때 흔히 아인슈타인의 뇌가 인류의 조상 네안데르탈인의 뇌보다 작다는 사실이 인용된다.

문제는 뇌의 질적인 차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논리적, 진취적, 공격적이다. 여성은 감성적, 수동적이며 모성 본능이 강하다. 남성은 과격한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성은 서로 모여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행동양식의 차이가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 이 차이가 사회나 가정으로부터 받은 영향에 의해 후천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는 주장은, 뇌의 구조에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 의해 지지받았다. 오랫 동안 남녀의 뇌는 크기가 약간 다를 뿐 구조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남성 뇌의 평균 무게는 여성에 비해 무겁다는 점이 알려졌다. 그러나 뇌가 무겁다고 지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뇌량 크기의 차이

몸이 좌우로 구분되는 것처럼 뇌도 좌우 반구로 나뉘어 대칭적인 구조를 이룬다. 해부학적 구조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대칭이다. 예컨대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신경중추는 뇌의 양 옆에 대칭적으로 위치한다.

하지만 뇌에는 비대칭적인 기능 또한 존재한다. 가장 뚜렷한 것은 언어기능, 즉 우리가 말하고, 남의 말을 알아듣고, 글을 쓰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인 언어중추는 90% 이상이 좌측 뇌 옆쪽에 모여있다. 그래서인지 엄밀하게 말해 뇌의 겉모습은 완전한 대칭이 아니다. 언어중추가 있는 좌측 측두엽은 반대쪽에 비해 약 7cm3 정도 더 크다.

반면 공간인식기능, 즉 신체와 바깥 공간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기능은 우측 뇌에 모여있다. 우측 뇌에 뇌졸중 같은 병이 생기면 환자는 흔히 왼쪽 반쪽을 무시한다. 왼쪽을 잘 보지 않으려 하고, 아예 목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기도 한다. ‘과학동아’라는 글을 읽어보라고 하면 ‘동아’라고만 읽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뇌기능의 ‘비대칭성’은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뇌에 질병이 생기면 실어증이 생겨 말을 못하거나 남의 말을 못알아듣는다. 그런데 1970년대 여러 학자들은 왼쪽 뇌를 손상당한 환자 중 실어증 증상을 갖는 사람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많다는 점을 알아냈다. 증세의 정도도 남성이 더 심했다. 왼쪽 측두엽이 손상된 환자를 대상으로 속담풀이 능력을 테스트하면, 남성 환자에서 더 지장이 많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편 우측 뇌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각맞추기와 같은 공간인식능력 테스트를 우측 뇌가 손상당한 환자에게 시행한 결과 역시 여성에 비해 남성에서 기능 손실이 심하다는 점이 밝혀졌다(그러나 이러한 비언어적 기능의 평가는 객관성이 적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 사실들은 언어기능은 좌측에, 공간인식기능은 우측에 모여있는 특성인 뇌의 ‘비대칭성’ 정도가 남성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여성에서는 대뇌의 기능이 남성에 비해 좌우에 골고루 분산돼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학자들은 뇌의 구조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추측했다. 한때 좌측 측두엽이 우측보다 큰 정도가 남성에서 여성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부정하는 결과도 만만치 않아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밀한 해부학적 검사, 그리고 MRI(핵자기공명장치) 영상기법을 동원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뇌에는 적어도 한가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뇌량’(corpus callosum)이라는 구조의 후반부 크기가 여성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뇌량이란 좌우로 나뉜 뇌를 서로 연결하는 구조다(그림). 뇌량의 전반부는 뇌의 앞쪽, 후반부는 뇌의 뒷쪽을 연결하고 있다. 따라서 뇌량의 후반이 여성에서 크다면 여성 뇌의 후반부 연결이 남성보다 더 많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점은 여성 뇌의 기능이 남성보다 대뇌의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는 사실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모든 과학적인 발견은 그 발견 자체도 힘들지만,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데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발견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때까지 모든 것은 하나의 가설로 조용히 남아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이런 한계를 안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뇌


머리 손상으로부터 빨리 회복

하지만 암컷끼리는 이런 경쟁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 지상의 목적인 진화론적 원칙에 이러한 구조가 가장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암컷은 임신해야 하고 새끼들을 안전하게 키워야 한다. 반면 종족의 번성을 위해 수컷이 하는 일이라고는 잠시 정액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없다. 종족의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암컷은 모두 보호돼야 했으며 수컷은 아주 강한 자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다.

비슷한 논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뇌의 한쪽이 손상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여성에서 뇌의 기능이 양쪽에 분산돼 있다면 혹시 한쪽 뇌가 손상당해도 나머지 뇌에 의해 어느 정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고 회복도 더 잘될 것이다(이 현상은 실제로 임상에서 관찰되고 있다). 결국 여성은 곧 회복돼 정상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종보존’의 차원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쓸모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 뇌의 기능은 여러 곳에 분산돼 보호되는 것 같다.

둘째 뇌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적절한 신경회로망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예컨대 대화를 하는 도중 우리는 들은 것을 이해하고 여기에 대해 즉시 대답해야 하는데, 이해하는 기능은 좌측 언어 중추의 뒷부분에서, 말하는 기능은 앞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이 두가지 언어중추를 직접 연결하는 신경회로망이 있기 때문에 빠른 대화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언어의 어느 기능은 좌측 뇌에, 다른 기능은 우측 뇌에 있다면, 또는 같은 기능이 좌우에 나뉘어 있다면 이를 연결하는 신경 회로가 뇌의 가운데 부분을 건너가 반대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빠른 회로망을 이루는데 덜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뇌량 후반부가 비대하다는, 즉 좌우 뇌의 연결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아직 대뇌의 후반부에서 좌우 뇌의 기능이 덜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뇌량의 앞부분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대뇌의 앞부분, 즉 좌우의 전두엽과 측두엽을 연결하는 부분이다(그림). 이 부분은 주로 지능, 기억, 언어, 감정, 예술성 등을 담당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기능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며, 어느 면에서는 남성에 비해 우월하다고 한다. 이 결과는 뇌량의 앞부분에 남녀 차이가 없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 뇌량의 위치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는 능력

물론 남녀간에 이런 능력의 차이가 진정으로 발생하는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는 인간의 진화 과정과 관련됐으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인간의 대뇌가 발달하기 시작한 원시사회에서 사냥은 대체로 남성이 맡았고 집안일이나 곡식을 기르는 일은 여성이 담당했다. 이와 같은 분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각 자극과 이에 반응하는 행동, 예컨대 사냥감이 나타났을 때 이를 뒤쫓는다든지, 갑자기 야수가 나타났을 때 도망치는 행동은 주로 남성이 담당하기 시작했으리라. 결국 여성은 신속한 시각·공간 반응을 요구하는 격렬한 행위를 남성에게 맡기고 살아온 결과 뇌 후반부의 좌우 독립이 덜 된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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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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