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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생명의 나무는 계속 자란다 외

◇ 술술읽혀요 | 새 책

 

● 진화를 묻다

생명의 나무는 계속 자란다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미경, 김태완 옮김

프리렉 | 584쪽 | 2만2000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종의 수는 가늠이 안 될 만큼 많다. 세포 내에 DNA를 가진 세포핵이 있는 모든 동식물과 단세포 유기체를 진핵생물이라고 하는데, 진핵생물의 종류만 1000만~1500만 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생물 종들 사이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딱 하나, 계통수를 그려야 한다. 


계통수의 토대를 마련한 건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이다. 1800년대 초부터 여러 과학자가 나름의 기준으로 계통수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다윈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서로 꼽히는 ‘종의 기원’에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는 이름의 계통수를 선보였다. 


다윈의 계통수가 특별했던 건 진화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계통수의 정점에는 공통조상을 두고, 그 아래 종이 분화한 순서대로 그려나갔다. 새로 등장한 종은 나뭇가지가 새로 돋아난 것으로 그렸고, 멸종한 종은 그 자리에서 가지가 끊어진 것으로 그려졌다. 


다윈이 그린 생명의 나무는 생명의 역사와 시간에 따른 진화, 그리고 원시로부터의 분화와 적응을 한 번에 표현한 최고의 그래픽이었다. 적어도 20세기 후반까지는 말이다.


생명의 나무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를 발견하면서 조금씩 흔들렸다. DNA와 RNA 등 유전 요소들을 분석하면서 기존의 진화 개념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대표적으로 1977년 미국 미생물학자인 칼 워즈가 메탄생성균의 RNA를 분석한 결과는 생명의 나무를 뿌리부터 바꿨다. 이전까지 생물은 진핵생물과 세균으로 나뉘었는데, 메탄생성균의 RNA는 진핵생물과도 세균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메탄생성균의 유전적 특성과 일치하는 생물들을 모아 고세균이라는 분류를 창설했고, 이제 계통수의 맨 꼭대기는 고세균이 추가돼 세 그룹에서 시작된다.


최근 또 하나의 큰 변화가 계통수를 뒤흔들었다. 그간 진화는 유전자가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또 그 자식에게로 전달되는 수직적 흐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전혀 다른 종의 생물끼리 유전자를 주거나 받는 수평적 흐름으로도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수평적 유전자 이동(HGT)’이라는 개념이다. 


2015년에는 인간의 유전자 2만 개 중 145개가 세균이나 균류, 조류 등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런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 속속 발견되면서 계통수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가지 사이에 선이 하나 추가돼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이 발달하면서 생물의 새로운 유전적 특성과 진화 과정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분류 체계를 세우는 ‘분자계통학’이 등장했다. 다윈의 생명의 나무는 분자계통학을 만나면서 계속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의 나무의 첫 등장부터 현재까지 생명의 나무를 변화시킨 분자계통학 연구들을 총망라했다. 단순히 연구결과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들을 구체적이고 긴장감 있게 전달한다.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그간 15권의 책을 집필한 저자의 저력이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영어로 ‘phylogenetic tree’나 ‘evolutionary tree’로 표기하는 계통수를 저자가 왜 ‘얽히고설킨(Tangled)’ 나무라고 표현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아, 복잡다단한 생명의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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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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