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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신형 나노입자로 비정상 세포 정조준

신물질과학전공

 

인간의 몸에서 가장 작은 세계에 들어가 관찰하는 연구실. 서대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가 이끄는 ‘작은 실험실(SMALL Lab·Single Molecule Approaches to ceLL Lab)’ 얘기다. 작은 실험실에서는 10~1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인 세포보다 1000배가량 더 작은 나노입자를 합성해 세포의 단백질 정보를 찾아내고 있다. 세포 하나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나노입자로 세포 조종


살아있는 세포는 끊임없이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기능을 유지하고 때로는 변화한다. 이런 생체 현상은 세포에 있는 여러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세포 신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교란되거나 고장 나면 질병에 걸렸다고 한다. 세포에서 문제가 되는 단백질과 그 신호가 무엇인지 알아내면 이론적으로는 못 고칠 병이 없다. 하지만 아직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 교수의 관심 분야는 바로 이런 단백질의 기능을 찾아내는 것이다. 특정 생체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에 나노입자를 붙인 뒤 나노입자를 조절해 세포의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2011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화학과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이비인후과 양쪽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겸임하던 서 교수는 당시 이런 관점에서 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령 신경세포는 한 번 망 가지면 재생이 안 된다. 신경세포에서 액손(Axon·신경세포의 축삭돌기)이 손상되면 재생이 어려워서 결국 여러 신체 부위가 마비되고 만다. 신경세포가 끊어진 부위에서부터 다시 신경세포를 자라게 할 방법은 없을까. 


대표적인 세포 막단백질인 노치(Notch)군이나 세포부착 단백질인 카드헤린(Cadherin)군 등이 세포의 발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서 교수는 신경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 단백질 주변에 신경세포가 성장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가이드 세포’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 교수는 자성을 띤 나노 핵에 금 나노입자로 껍질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나노입자인 MPNs(MagnetoPlasmonic Nanoparticles)를 만들고, MPNs를 노치와 카드헤린에 붙였다. 그리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MPNs를 조종해 이들 단백질이 세포 성장이 필요한 위치로 모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위치에 세포골격을 만들어 세포 모양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최고 학술지 ‘셀’ 2016년 6월 2일자에 실렸다. doi: 10.1016/j.cell.2016.04.045


서 교수는 “이 기술은 단백질 하나가 활성화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거나 세포를 성형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초정밀 의료기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 세포 하나만 골라서 제거 


2016년 DGIST에 부임한 서 교수는 세포 하나에 생긴 변이를 확인해 이를 암 등 질병 진단에 활용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암과 같은 질병도 궁극적으로는 정상세포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기술로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세포 하나의 변이를 확인할 수 없어 대개는 종양이 커진 뒤에야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서 교수팀은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세포에서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가 단일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 최초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EGFR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바꾸고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대표적인 암 표지인자다. 이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2018년 10월 31일자에 실렸다. doi: 10.1021/jacs.8b09037


현재 서 교수는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울아산병원 안과 등과 공동으로 암, 노화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찾고, 이를 이용해 암세포를 바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변이가 일어난 세포를 하나씩 선별할 수 있다면 이 세포만 제거해서 재발을 막을 수 있고, 기능이 망가진 중요 세포의 경우에는 이를 성형해 원상복구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모든 단백질 정보를 밝혀 세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세포 연구에는 세포를 배양하고, 나노입자를 합성하며, 많은 양의 현미경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화학, 물리학, 세포생물학, 인공지능(AI) 등 복합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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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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