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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이미 여러분 옆에 와 있습니다” 김정호 KAIST ICT 석좌교수

[사이언스 보드]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가라고 소개해주세요.”


어떤 간단한 수식으로 이 사람을 소개할지 고민이었다. 소속도, 연구 분야도 너무 많아서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건넨 명함 세 장에는 ‘KAIST ICT(정보통신기술) 석좌교수’ ‘KAIST-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KAIST-한화시스템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 센터장’ 등 직함이 여럿 찍혀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 교수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타이틀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석학회원(IEEE Fellow)이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는 전기, 전자, 반도체, 통신,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다. 이들 분야에서 6년 이상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현재 160개국 4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석학회원은 탁월한 업적을 낸 연구자들에게만 지명되는 최고 등급의 회원으로, 전 세계 최상위 0.1% 연구자에게만 부여되는 명예로운 자리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총 5개 분야를 연구했다. 박사학위는 서울대에서 플라스마를 연구해 받았고, 이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 건너가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르 무루 당시 미시간대 교수 밑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연구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반도체 설계 및 공정 관련 연구를, 그리고 지금은 AI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5개 분야가 서로 다른 분야 같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가령 반도체와 관련 없어 보이는 플라스마와 고출력 레이저는 반도체 장비 등 제조에 필수적인 요소다. 반도체 제조의 전 과정을 연구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반도체 칩을 기판에 연결하는 패키징 공정에 실리콘 관통전극(TSV) 기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통 반도체에는 칩들이 기판과 금으로 된 전선으로 직접 연결돼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반도체가 필요해지면서 넣어야 할 칩의 개수도 늘어났고, 그에 따라 한정된 면적의 기판에 칩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졌다. 


김 교수는 칩을 여러 개 쌓는 방식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육상에서 자동차나 기차로만 이동하는 것보다 그 위 하늘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동할 수 있듯이, 칩을 여러 겹 쌓아 올리면 같은 공간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오고 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칩을 쌓는 것이 마치 블록을 조립하듯 단순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칩을 여러 겹 쌓으려면 칩마다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화학적 방식으로 구멍을 수직으로 뚫는 것도, 이때 생기는 잔류물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은 기술이다.


김 교수는 “TSV 기술로 만든 메모리 반도체를 고대역폭 메모리(HBM)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HBM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대부분 우리 연구실에서 나왔다”며 “최근 우리가 개발한 HBM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컴퓨터와 USB가 주고받는 것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고 말했다. 이런 HBM은 수많은 데이터 학습이 필요한 AI에 사용되기 때문에 AI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과학동아 AI 보드 어드바이저를 맡은 김 교수는 “미래사회는 분명 지금보다 AI 기술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AI가 이미 현실에 와있다는 사실을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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