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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서 잘 미끄러지는 진짜 이유? 피겨스케이팅 속 물리학

◇ 보통난이도 | 스케이팅의 물리학

 

 

‘포스트 김연아’로 주목받는 유영 선수가 1월 14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청소년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이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쇼트프로그램 점수 73.51점에 프리스케이팅 점수 140.49점을 더해 총점 214점을 기록했다.

 

유영이 구사한 트리플 악셀은 빠른 스피드로 빙판을 박차고 올라 세 바퀴 반을 돈 뒤 착지해야 하는 기술이다. 체공시간을 충분히 벌고 정확한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누비는 빙판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른 속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점프를 하기 전 순간속도를 시속 24km까지 끌어올리기도 한다.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 날이 미끄러지는 속도는 마찰력에 따라 달라진다. 마찰력은 마찰계수에 수직항력(쉽게 말해 무게)을 곱한 값이다. 즉 무게가 같다면 표면적의 마찰계수에 따라 미끄러지는 속도가 달라진다. 한 예로 빙판은 맨땅에 비해 마찰계수가 작기 때문에 같은 물체라도 빙판 위에서 더 잘 미끄러진다. 그렇다면 왜 빙판은 마찰계수가 작을까.

 

빙판이 미끄러운 이유는 표면 액체의 ‘점성’ 


빙판의 마찰계수가 작은 이유는 얼음 표면에 존재하는 액체층 때문이다. 빙판은 겉으로 보기에는 고체 덩어리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표면과 얼음 결정 사이사이에 액체층이 존재한다. 단단한 결정 사이로 유동성이 있는 액체가 움직이면서 스케이트 날과 얼음 사이의 마찰계수를 줄인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등의 종목은 빙판의 표면온도를 영하 9도가량 비교적 낮게 유지하는 반면,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빙판의 표면온도를 영하 4도 정도로 유지한다. 점프나 스핀 등 스케이트 날로 빙판을 찍으며 내딛는 동작이 반복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잘 미끄러지게 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얼음 위에 액체층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어는점 내림 현상으로 설명하려 했다. 면적이 좁은 스케이트 날로 얼음에 압력을 가하면 물의 어는점이 내려가 액체층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스케이트 날이 누르는 압력이 대기압의 수백 배가 돼도 어는 점 내림은 3.5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다음으로 마찰열 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얼음 위에 물체가 이동할 때 접촉면에서 마찰에 의한 열이 발생하고 그 결과 얼음이 녹아 물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증 결과 마찰열만으로는 충분한 액체층을 만들 수 없었다. 


표면에 동일하게 얇은 물층이 존재하더라도 맨땅이나 대리석 바닥에 비해 얼음 위가 유독 미끄러운 이유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는 얼음 위에 형성된 액체층이 맨땅이나 대리석 표면의 물층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소르본느대 소속 물리학자 리드릭 보케는 얼음 표면에 있는 액체층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빙판 위에 구슬을 올린 뒤 말굽자석처럼 생긴 장치(tuning fork)로 진동을 유도하면서 구슬과 빙판 사이에 생기는 마찰력과 액체층의 점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액체층의 점도가 일반 물보다 최대 두 배 크다는 사실을 발견해 ‘피지컬 리뷰 X’ 2019년 11월 4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03/PhysRevX.9. 041025


연구팀은 액체층 속에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얼음 조각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얼음 표면이 물체에 눌리면 nm 크기의 얼음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물과 섞이고, 그 결과 점도가 순수한 물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얼음 표면 액체층의 점도가 스키나 스노보드에 잘 미끄러지기 위해 바르는 화학물질인 폴리에틸렌 글리콜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액체층이 스케이트 날에 왁싱 작업을 해주는 셈이다. 

 

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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