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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AI 월드컵 현장입니다

 

“레드팀의 F2 선수, 블루팀의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슛~, 골!” 
붉은 유니폼을 입은 ‘Delft-PR’ 팀의 선제골이 터지자 화려한 사이키 조명과 함께 장내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축구 경기가 열린 이곳은 축구장이 아닌 대전 KAIST 학술문화관 정근모홀. 축구장은 스크린이, 관람석은 강의 테이블이 대신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KAIST ‘AI 월드컵 2019 국제대회’를 직접 관람해봤다.

 

 

선수는 5명, 전·후반 10분 경기


올해 대회에는 11개국에서 21개 팀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 미국, 브라질 등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1월 1일은 16강전이 열리는 본선 첫날이었다. 


AI 월드컵은 강화학습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축구 전술과 전략을 학습한 AI 로봇이 선수로 출전해 경기를 벌인다. 실제 월드컵과 달리 팀당 선수는 5명, 경기 시간은 전·후반 5분씩 총 10분이다. 득점으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은 동일하다. 


대회를 주관한 KAIST 기계지능및로봇공학다기관지원연구단은 AI 월드컵 개최에 앞서 출전팀이 훈련할 수 있도록 경기 규칙이 담긴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가령 팀별 포지션은 공격수(F) 2명, 수비수(D) 2명, 골키퍼(G) 1명으로 고정했다. 또 실제 축구팀에서 포지션별 선수들의 특징을 반영해 AI 공격수는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도록, AI 수비수는 덩치가 크고 느리게 움직이도록 주문했다.

 
대회 총책임자인 김종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2018년 제1회 대회에서는 선수 5명의 포지션을 자유롭게 세팅할 수 있게 했더니 공격수가 많은 팀이 무조건 유리했다”며 “4명이 공격하고 1명이 수비하는 팀은 5명을 전부 공격수로 내세워 몰려다니며 슛을 시도하는 ‘동네 축구’팀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운동 능력에 차별을 두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비수도 공격은 할 수 있지만 공격수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만큼 하프라인 밖으로 나가면 돌아오는 속도가 느려 상대팀이 골 찬스를 잡기에 좋다.  


이외에도 골키퍼의 골킥과 페널티킥 등에 대한 규칙도 새로 마련했다. 공이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코드도 수정했다. 이는 AI 선수가 헤딩을 시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AI 선수는 인간의 형상 대신 큐브(육면체)로 구현하게 했다. 2018년에는 선수가 원통형인 탓에 몸싸움을 할 때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경기 흐름에 지장이 있었다. 김 교수는 “AI 월드컵을 실제 월드컵과 더욱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규칙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AI 월드컵’ 우승은 한국이 차지


이날 16강전과 이튿날 8강전을 거쳐 3일 오후 1시 대망의 결승전이 열렸다.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한국의 ‘KVILAB(케이브이아이랩)’과 브라질의 ‘FGLteam’. 


결승까지 올라온 만큼 두 팀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전반전에서 번갈아 골을 넣으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두 팀은 후반전에서 KVILAB이 연달아 세 골을 넣으면서 승패가 갈렸다. 결국 KVILAB이 7-4로 FGLteam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만 달러(약 1170만 원). 


KVILAB을 우승으로 이끈 인물은 KAIST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석사과정 연구원인 최규진, 김태영 씨다. 최 연구원은 “예선전에서 근소한 득점차여도 모든 팀을 이겼다”면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AI 월드컵 우승 비결로 강화학습을 꼽았다.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강화학습을 연구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KVILAB에는 다중로봇제어기술인 ‘MARL’을 적용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축구 경기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해 규칙을 설정하고 선수들이 지정한 규칙대로 움직이는 방식을 ‘규칙기반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반대로, 행동의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주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방식이 강화학습 알고리즘이다. AI 선수가 골을 넣거나 수비수를 제치는 등 경기에 유리한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는 식이다.


MARL(Multi-Agent Reinforcement Learning)은 강화학습 알고리즘 중에서도 유동적으로 변하는 여러 개체를 동시에 학습하는 기법이다. AI 월드컵에서는 선수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개체에 해당한다. 개체별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일 개체 학습보다 알고리즘이 복잡하지만 개체 간 협력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AI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이 여러 유닛을 동시에 조종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에도 적용됐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는 최대 200마리에 이르는 유닛을 각각 움직이며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때 강화학습이 적용된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게임 전용 AI인 ‘알파스타(AlphaStar)’는 올해 1월 ‘스타크래프트2’에서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0승 1패를 기록하며 인간을 압도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30일자에 알파스타가 스타크래프트2에서 ‘그랜드마스터’ 레벨(상위 0.2% 이내)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알파스타의 강화학습 방식은 AI끼리 대결을 반복하면서 상대 전략의 결점을 찾고 이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doi: 10.1038/s41586-019-1724-z

 

 

“경기 60초 남았습니다” 진짜 같은 AI 해설가


올해 AI 월드컵은 축구 경기 외에 ‘AI 경기 해설’과 ‘AI 기자’ 등 두 종목도 함께 진행됐다.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 아래에는 경기 상황을 중계하는 AI 해설가의 멘트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10분간의 축구 경기가 끝나자 AI 기자가 경기 내용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뉴스로 만들었다.   
AI 경기 해설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총 3개 팀이 참가했다. AI 해설가는 ‘What a fantastic combination(정말 환상적인 조합입니다)’라든지 ‘I’m worried about getting hurt(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네요)’ 등 실제 축구 해설가 같은 화법을 구사하며 사실감을 높였다. 


우승은 광운대, 성균관대, 미국 퍼듀대 등 6개 대학 연합팀인 ‘꼬부기’ 팀이 차지했다. 꼬부기 팀은 경기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중간중간에 ‘경기가 60초 남았습니다’라든지 ‘선수 3명이 한 곳에 몰려있으면 퇴장을 당할 수 있습니다’ 등 선수 정보와 경기 규칙을 안내하도록 알고리즘을 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꼬부기 팀은 우승 상금으로 4000달러(약 470만 원)를 받았다.  


AI 기자 종목에는 한국에서 ‘SIIT_Journalist’ 1개 팀이 단독으로 참가했다. 이 팀은 지난해 제1회 AI 월드컵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참가였다. SIIT_Journalist 팀은 특정 상황에 적합한 단어와 문장, 기사의 구조 등을 미리 설정해서 코딩한 뒤 실제 경기에서 얻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로 적용해 기사를 완성했다. 여기에는 규칙기반 알고리즘이 활용됐다.


SIIT_Journalist 팀이 작성한 기사는 통계 결과를 요약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해석하는 수준까지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양 팀의 파울 개수를 비교하거나 페널티킥 상황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등 단순한 사실 나열을 넘어서 풍부한 정보를 담아냈다.


한편 올해 AI 월드컵은 번외 경기로 초·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AI 주니어 월드컵’도 동시에 진행됐다. 여기에는 전국에서 18개 팀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AI 기술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면서 “KAIST가 출전팀에 제공하는 기본 소프트웨어의 수준을 청소년 교재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만큼 쉽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내년에 개최될 제3회 AI 월드컵은 올해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까다롭게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소프트웨어에서 경기 규칙 등 복잡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이 소프트웨어는 로봇을 실제로 제작하기 전에 바퀴 속도를 테스트하는 등의 시뮬레이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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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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