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10월 18일 오후 11시경, 후다닥 유튜브를 켜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채널에 접속했다. 라이브 방송이 한창이다. 지상 약 300km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바깥의 한 귀퉁이가 화면에 잡혀 있다.
화면은 지직거리고, 카메라 앵글 전환은 부자연스럽다. 보이는 건 하얀색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의 뒷모습이 전부다. 그나마 이따금 들리는 “크리스티나, 카피(copy)”라는 목소리가 생방송 중임을 상기시켰다.
이렇게 말이 없고 지루한 유튜브 생방송이 있을까 싶지만, 우주유영 사상 최초로 여성 우주인들로만 이뤄진 팀이 우주유영에 나선 역사적인 순간이다. (WOW!)
미국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크와 제시카 메이어는 18일 오후 8시 38분(한국시간) 우주유영을 시작해 7시간 17분 동안 ISS 바깥에 있는 고장난 전력 장치를 교체했다. BCDU(Battery Charge-Discharge Unit)로 불리는 이 장치는 태양전지판으로 얻은 전기를 전지에 모았다가 ISS의 모듈로 보낸다.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건 1965년이다. 이번에 코크와 메이어의 우주유영은 ISS의 221번째 우주유영이자, 여성 우주인으로는 코크가 14번째, 메이어가 15번째로 각각 기록됐다(코크는 10월 6일과 11일 미국의 남성 우주인과 팀을 이뤄 이미 두 차례 우주유영을 했다).
NASA의 ‘여성 드라이브’는 계속될 분위기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18일 여성 우주인들로만 이뤄진 첫 우주유영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성에 발을 디딜 첫 인류가 여성이 될 수도 있다”며 “매우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 달을 밟는 첫 여성 우주인을 탄생시키고,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과학계에서 여성의 능력과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노벨상은 여전히 여성 과학자에게 ‘유리천장’이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9명 가운데 여성 과학자는 없었다. 노벨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까지 700명에 이르는 과학상 수상자 가운데 여성 수상자는 생리의학상 12명, 물리학상 3명(마리 퀴리는 두 차례 수상했지만 1명으로 셌다), 화학상 5명으로 지금까지 20명에 불과하다. 최근 20년간 이 중 절반가량인 9명이 배출됐다는 게 그나마 긍정적이다.
사족 하나. NASA의 유튜브 생방송 중 오른쪽 실시간 채팅 창에는 ‘Earth is flat(지구는 편평하다)’이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과학동아가, 그리고 과학동아 독자들이 할 일이 여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