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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균수명 120세 실현눈앞에

사람, 왜 늙는가

건강하게 오래사는 길을 찾는 인간들의 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선진국일수록 항노화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첨단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잠재수명 1백20세 실현, 더 나아가 2백세까지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인류의 이 오랜 숙원을 과학의 힘으로 이루려는 시도가 의료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항노화연구를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인간의 잠재수명이 1백20세라는 학설은 거의 정설이 되다시피 하고 있고 이들은 이 잠재수명을 채울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의 연구성과는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들을 예방 치료하는 방책에서부터 노화 자체를 유전자 차원에서 억제하는 차원까지 다양하다.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생화학교실)에 따르면 항노화 연구의 최근 동향은 몇가지 줄기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식이조절요법이나 운동요법 등 행동양식개발에 의한 항노화대책.
둘째는 노화에 수반되는 각종 생체조절물질의 변화와 고갈 등에 처방을 내리는 호르몬 등 생체조절물질의 균형화 연구.
셋째는 노화관련 유전자의 실체를 규명하고 노화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노화를 궁극적으로 극복하자는 연구다.

잠재수명 1백20세 실현을 향해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노년을보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 올바른 영양섭취와 함께정기적 건강진단이 필수.


1장에서 노화의 원인으로 여러 학설들이 소개됐다. 이들 학설들은 나름의 학문·임상적 뒷받침을 가지고 있으며 각 학설들에 근거한 항노화처방들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활성산소, 혹은 산소자유기 축적에 의한 노화는 현재 가장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성과들도 상당히 쌓이고 있다.

산소 자유기는 세포내 공장에 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로부터 발생한 에너지를 이용,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3만여종의 단백질을 합성해내는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십억개씩 배출해내는유독성 부산물이다. 우리 몸에는 자연 방어기능이 있어 이를 부지런히 없애주나 40세가 지나면서부터 기능이 떨어져 세포전체를 산화시키며 노화현상이 일어난다.

항노화연구의 첫번째 줄기인 행동양식 개발로 노화를 막으려는 시도는 노화의 주요원인이 환경이라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우선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식이요법을 통해 노화의 주요원인인 세포의 산화를 막는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자유기의 발생을 억제하여 세포막 보호와 효소활성의 유지로 노화과정을 지연시킨다. 비타민 E가 많은 식품으로는 과일 해조 조개류 채소 곡식류 식물기름 등을 들 수 있다.

비타민A 셀레늄 아연 등도 노화의 주범인 자유기 발생을 방지한다. 자유기는 인체 외부의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방사선 자외선 중금속 농약 식품첨가물 스트레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유기의 생성과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저칼로리 음식과 각종 비타민의 지속적 섭취, 적당하고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없는 생활환경 유지 등이 강조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노화전문가 유병팔 박사(텍사스 주립대)가 제창한 '소식주의'도 노화를 촉진하는 산화물질을 줄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가 제창하는 장수법은 절식법과 호르몬 요법의 두가지다.

쥐를 대상으로 먹이를 40% 정도 줄이는 제한식이요법을 실시한 결과 정상대조군의 쥐보다 수명이 1백50% 연장됐다는 그의 실험결과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이밖에 절식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길을 잘 찾는 등 뛰어난 기억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절식방법은 총칼로리 제한이다. 대사에너지나 활동에너지로 소비되고 남은 에너지는 산화해서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미국 터프트대학의 노화학자 러셀박사는 베타카로틴의 항산화작용을 발표했다. 베타 카로틴은 지금까지 비타민 A의 전구물질로만 알려져 왔으나, 세포막에서 일어나는 산화과정을 억제, 산화에 의한 암세포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새로 밝혀졌다. 베타카로틴이란 고춧잎, 풋고추, 당근, 시금치, 미나리 등에 많이 함유된 황적색의 미량 영양소다.

동물실험결과 베타카로틴을 충분히 섭취시켰을 경우 발암인자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혈장중 베타카로틴의 농도가 높을수록 폐암발생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도 일본 노화학회의 연구결과에서 입증됐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하버드대학에서도 같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항노화대책으로는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적게먹고 꼭 필요한 영양소를 찾아먹는 자세가 권장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건강식품 상점.


호르몬 보충 통해 노화에 대처

국내에서는 인삼에 포함된 사포닌이 인체노화를 늦춘다는 연구성과도 발표된 바 있다. 부산수산대 최진호 교수에 따르면 인삼의 사포닌이 생체 내의 유해물질을 없애주는 항산화제로 작용, 노화로부터 세포의 기능을 보호해준다는 것이다.

알로에를 이용, 피부노화방지제를 만들려는 연구가 서울대 약대 이승기 교수팀과 고려대 자연자원대 박영인교수 등 6개대 교수팀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위장병과 피부질환 치료제로 활용돼온 알로에의 주요성분과 약효를 가지고 새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병팔교수팀에 의해 알로에를 이용한 피부병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식품영향학 차원에서 노인에게 필요한 권장식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화에 따른 뼈 약화 등 예방을 위해 칼슘함유식품, 치매 예방을 위한 등푸른 생선,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한 식품들이 권장되고 있다.

운동클리닉에서는 지속적이고 적당한 운동을 권하고 있다. 특히 장노년기의 적당한 운동은 뼈 약화로 인한 골조송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관절과 호흡기의 퇴화를 늦추어준다. 다만 너무 격한 운동은 유해산소인 활성산소를 오히려 많이 만들어내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 수영 걷기 등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 권장되고 있다.

이밖에 피부노화 방지를 위한 햇빛노출 피하기, 노인성 치매 예방을 위한 끊임없는 뇌 자극,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건강한 생활습관 등이 노화와 그에 따른 질병을 예방하는 방책으로 권장되고 있다.

노화에 대처하는 두번째 방법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몸 속에서 결핍되는 호르몬 등 각종 생체 조절물질을 보충해주는 처방이다.

이는 유병팔 박사가 권장하는 또 하나의 항노화 대책이기도 하다. 실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및 남성호르몬 투여가 65세 이상 노인의 근육량 증가와 피부재생에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호르몬요법은 88년부터 미국에서 임상 실험 중인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밀워키대학 연구진이 노인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폐활량이 증가하고 가슴근육이 발달됐으며 얇아져 있던 피부가 두터워졌다는 실험결과가 지난 90년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요법들은 당뇨병이나 암을 유발할 위험성이 지적됐다고 한다.

이밖에 송과체 호르몬, 흉선호르몬, 아미노구아니딘 호르몬, 디히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등이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DHEA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신기한 스테로이드호르몬으로, 질병으로부터 면역체계를 보호하며 노화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활성산소(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효소 SOD(슈퍼 옥사이드 디스무타아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인데,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동물과 인간의 뇌와 심장 세포에 함유돼 있는 SOD 비율을 조사한 결과 수명이 길수록 세포 속 SOD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SOD는 우리 몸 속에서 자체 생성되는 일종의 효소물질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량이 점점 줄어든다. 일부 외국 의학자들은 중-노년이 될수록 성인병이 증가하는 이유를 SOD저하와 연관해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활성산소의 독성을 막는 항산화작용은 SOD뿐 아니라 비타민 C, 비타민 E, 카로틴, 요산 카탈라아제 등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SOD라는 것이다.

포유류는 망간 SOD, 구리-아연 SOD, 세포외 SOD 등 세 종류의 SOD를 갖고 있으며 이중 망간 SOD는 난소암, 구리-아연 SOD는 당뇨병과 간경변을 미리 발견하는 마커로도 사용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SOD연구가 활발해지면서 SOD를 비롯한 항산화물질을 이용해 각종 암의 초기증세와 폐렴 당뇨병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약물요법이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또 미국과 일본의 식품회사와 제약회사들은 SOD를 다량 함유한 건강식품과 드링크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SOD는 구조식이 밝혀져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효소이기 때문에 입으로 먹게 되면 소화기관에서 거의 흡수돼 중요한 곳에는 효력이 도달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독극물학자 로버트 플로이드 박사진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PBN을 개발, 노화속도를 늦추고 건망증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흰머리를 없애고 본래 색깔의 머리털이 나게 하는 약제가 미국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피부 주름살을 없애주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 레틴 A 등도 개발됐다.

유전자 조작으로 노화방지

셋째 연구는 현재 가장 주목을 끌고 있으며 향후 40년을 바라보는 원대한 계획이기도 한 데, 노화유전자의 베일을 벗김으로써 인간의 평균수명을 2백세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유해산소의 해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찾는 연구로 모아지고 있다.

1장에서 소개한 마이클 로스 박사의 초파리 실험이나 토마스 존슨박사의 지렁이 실험의 성과가 여기 해당된다. 이들은 노화결정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인간의 노화도 막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노화의 주범인 유해 산소의 발생원인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대학의 소할 교수(생물학)는 유전자를 조작한 특수파리 실험을 통해 사람이 늙는 이유는 호흡시 발생하는 산소 자유기 때문임을 입증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전자조작으로 산소유리기가 세포에 피해를 입히기 전에 이들을 없애주는 자연적인 산화방지효소를 보통보다 30% 더 분비하는 특수파리를 만들어 수명을 재 본 결과, 보통파리는 평균 55일을 산 반면 특수파리는 72일을 살았다고 한다.

유전자가 조작된 파리는 산소유리기의 부산물인 카르보닐 단백질을 보통파리보다 적게 분비하며 걷는 속도도 보통파리보다 10-20%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즉 마음의 노화에 대처하는 각종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수사회의 도래와 함께 점차 그 심각성이 대두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원인 규명과 예방책, 치료법, 환자 간호법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심리학계나 의대 신경과 학교실, 간호학교실 등에서 원인규명과 환자간호법 개발 등에 착수하고 있다.
 

노화연구는 암연구를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른다. 암은 비정상적 유전자 때문에 생긴다고 보는 포겔슈타인 박사.


노화학 정착과 국가적 지원 필요

선진국 일수록 노화연구학(gerontology)은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해 있다. 미국립노화연구소는 지난 58년부터 1천명 이상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건강진단 신체변화 생체기능변화 등을 체크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노화현상 자료들을 축적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조만간 인간의 기본 수명인 1백 20세까지 평균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연구자들로 가득하다.

세계 최고의 평균수명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도 정부차원의 지원과 함께 각대학, 기업 연구소에서의 연구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사회적 관심사는 노년의 삶의 '질' 문제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프랑스에도 국립노화학연구소 등이 주도하는 노화연구가 활발하다.

한편 국내에서는 각 대학 간호학과 사회복지학과 심리학과 등과 의대 정신과 내과 등을 중심으로 노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노년학회, 대한노화학회, 대한노인병학회 등의 학술단체들이 국제적인 세미나나 학술활동을 통해 노인문제에 대한 과학적·사회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노년을 위한 운동요법이나 식이조절을 위한 프로그램 등도 관련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년 삶의 질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배려는 시기상조인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 국가적 차원에서 노년 문제에 대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버산업이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이미 노인이 된 세대보다는 향후 노인이 될 세대를 위한 현단계에서의 대책마련에 치중하는 쪽이다. 노화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화 방지는 단순히 수명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때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이 건강과 활력을 누려가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노동능력이 없고 빈곤한 노인들이 사회의 대다수를 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점에서 한국노년학회 윤진 회장(연세대 심리학과)은 "항노화연구는 활력있는 장수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령화사회에 대비하여 늘어난 노인인구를 감당하고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보장책이 더불어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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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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