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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평가에 있어서만큼은 거침없는 독설가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변했다. 방송 내내 싱글벙글 ‘아빠 미소’다. 뻔한 급식 대신 고등학생들이 직접 급식 메뉴를 개발하는 TV 프로그램 ‘고교급식왕’ 얘기다. 부산 출신 ‘최강이균’ 팀은 마라샹궈 소스를 곁들인 ‘낙곱새(낙지곱창새우)’를, 모로코 출신의 아벨라가 속한 ‘스펙트럼’ 팀은 ‘퓨전 모로칸 샐러드’를 선보였다. 


“급식은 생각보다 더 따질 게 많아유~.”
‘고교급식왕’이 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도전자들에게 백 대표가 던진 첫 마디다. 실제로 급식을 만드는 일은 일반 음식점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영양소 균형을 정확히 맞춘 메뉴를 1000인분 이상 대량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질 높은 급식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탄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를 찾았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해성국제컨벤션고의 급식실은 이웃한 해성여고 급식까지 포함해 매일 총 1430인분의 점심을 준비한다. 
오전 8시, 점심시간이 되기까지는 여유가 있었지만 이미 급식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성인 서너 명은 충분히 들어 갈만한 대형 솥 다섯 개에는 각기 다른 음식의 재료가 펄펄 끓고 있었다. 조리사들은 뒤집개 대신 삽을 들고 솥을 저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밀1. 트렌드

유행과 영양의 완벽한 조화 

 

‘고교급식왕’에서 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메뉴는 백 대표를 포함해 영양교사, 급식업체 메뉴개발팀 등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다. 
실제 학교에서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급식 시스템에 따라 영양사가 재학생의 성별과 나이를 고려해 식단을 구성한다. 해성국제컨벤션고의 경우 한 끼 열량을 730kcal에 맞춘다. 여고생 기준 한 끼 권장 열량은 667kcal지만,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열량을 소폭 늘렸다.
영양사는 한 달 단위로 영양소와 열량을 배분하는데, 그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는 것은 영양사의 재량이다. 해성국제컨벤션고를 ‘급식 맛있는 학교’로 소문낸 주인공도 이 학교 신지영 영양사다. 
신 영양사는 나름의 메뉴 개발 노하우가 있다. 무리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보다 세간에 화제가 된 음식에서 영감을 얻는다. 올해 초 히트를 친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한 ‘수원왕갈비통닭’도 그 중 하나다. 이 메뉴는 ‘고교급식왕’에 출연한 서울컨벤션고 최강이균 팀이 ‘갈비소스 가라아게’에 응용하기도 했다. 
신 영양사는 “화제가 된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뒤 건강한 재료로 대체한다”며 “단 맛을 위해 설탕 대신 파인애플을 넣은 골뱅이 초무침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일은 식이섬유와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어 정제된 설탕보다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다. 황지윤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 특유의 향 등이 있어 설탕만큼 당을 넣지 않아도 식감을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NEIS 급식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본 영양소와 열량이 바로 계산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 영양사는 “최근 우유 급식을 없앴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급식 메뉴의 밥을 일반 백미 대신 칼슘쌀로 바꿨다”며 “이런 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밀2. 비주얼

보기 좋아야 맛도 좋다

 

신 영양사가 만든 급식은 여느 ‘인스타 맛집’ 못지않다. SNS에서 유명세를 탄 이유 중 하나다. 영양사를 직업으로 삼기 전 장래희망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였다는 그는 급식에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시각을 적용했다. 다양한 색깔의 재료를 사용하고, 그와 어울리는 그릇을 이용했다. 신 영양사는 “학생들의 식욕을 높이기 위해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준비했던 경험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메뉴인 떡볶이에도 이런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 영양사는 “떡볶이라는 하나의 메뉴를 두 종류로 구성했다”며 “빨간 피자 떡볶이와 하얀 카르보나라 떡볶이로 색깔을 다양화했고, 치즈와 브로콜리를 추가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다”고 말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김솔 양(2학년)은 “급식을 먹기 전 다들 사진 찍기 바쁘다”며 “알록달록 예쁜데다가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다”고 말했다.
신 영양사가 SNS에 올린 최근 6개월간의 급식 100끼를 과학동아가 직접 분석한 결과 매끼 평균 4가지 색깔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색깔 비율은 빨간색이 25.8%로 가장 높았고, 갈색, 노란색 순이었다. ‘고교급식왕’에서도 빠에야, 커리, 삼겹살덮밥 등 붉은색 계열 음식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2006년 캐나다 위니펙대 연구팀은 빨간색 계열의 음식이 식욕을 자극하고 파란색 계열의 음식은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경영 결정(Management Decision)’에 발표했다. doi:10.1108/00251740610673332
신 영양사는 색감을 더하기 위해 음식에 천연 색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이날 나온 샐러드에 들어가는 딸기 드레싱도 그가 직접 개발했는데, 딸기만으로는 붉은 색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고심 끝에 적양배추를 이용해 색을 연출했다.

 

 

비밀3. 온도

식중독에서 안전한 음식

 

백 대표가 음식의 ‘비주얼’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적당한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급식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점심시간 종이 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줄을 서느니 차라리 늦게 먹자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오는 학생도 있다. 신 영양사는 “마지막 학생이 급식을 받을 때까지 음식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쓴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의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급식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조리를 막 끝냈을 때와 배식할 때를 구분해 각각 온도를 측정한다. 만든 음식은 2시간 이내 배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바로 배식이 이뤄지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온장고와 냉장고에 보관한 뒤 수시로 온도를 측정한다. 식중독의 위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이 증식하는 온도가 4~60도인만큼 4도 미만으로 유지되는 냉장고나 80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온장고에 보관해 식중독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다.
메뉴에 해산물을 사용할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교급식왕’에서는 새우튀김을 준비한 ‘밥벤져스’ 팀이 조리를 마치고 튀김의 온도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심부 온도가 85도 이상으로 1분간 유지돼야 식중독으로부터 안전하다.
특히 튀김은 바삭한 식감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온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신 영양사는 “오븐 요리나 튀김을 할 때는 학생들이 오는 시간을 예상해 두세 차례 나눠서 요리 한다”며 “오븐에 달린 간이 온도계 외에 별도의 탐침 온도계로 온도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홍서정 양(2학년)은 “식은 급식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먹음직스러운 색깔에 먹기 딱 좋은 온도라 급식이 더욱 맛있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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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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