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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어서오세요, 우주 레스토랑입니다.

 

살면서 꼭 필요한 세 가지를 가리켜 의식주(衣食住)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식, 먹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옷이나 집은 없어도 당장 죽지 않지만, 먹지 못하면 며칠 안에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 


물론 우주에서는 우주복과 우주선이 없으면 당장 죽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음식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주인이 우주에 머물면서 생존하기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는 우주 탐사 초기부터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였다. 


우주 식품은 무중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주에서 오래 활동하면 근육에서는 질소가, 뼈에서는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뼈와 근육이 약해진다. 이를 집중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또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 실시간으로 식량을 보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보관과 보존이 쉬워야 한다.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 하며 보관 방법이 간단하고 부피도 적게 차지해야 한다. 


맛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중력이 거의 없어 체액이 몸 전체에 골고루 퍼지면서 처음 며칠간 얼굴이 퉁퉁 붓는다. 코가 막혔을 때처럼 혈관이 팽창하고, 이 때문에 음식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따라서 우주 식품은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도가 높고 기압이 낮은 비행기 내에서 맛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기내식을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마지막으로 나라나 민족에 따라 수많은 식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우주인의 정서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에게는 채식 식단을, 힌두교인에게는 소고기를 뺀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슬람인이나 유대인의 경우 각각 할랄이나 코셔 등 각 율법에 맞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간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우주 식품이 개발됐다. 1960년대 초까지 진행된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계획인 ‘머큐리 계획’에서는 튜브형 음식과 건조시킨 스낵 등을 주로 먹었다. 이후 수분을 없애면서도 색깔과 맛, 모양 등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오렌지 주스, 시나몬 토스트, 초콜릿, 치킨 수프, 비프 스튜 등 다양한 우주 식품이 등장했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위해 우주 식품을 개발한 러시아는 현재 300가지가 넘는 우주 식품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를 위해 우주식을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60종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은 33종의 일식 제품을 우주 식품으로 공인 받았다. 한국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위해 한식 우주 식품인 김치, 라면, 불고기, 전주비빔밥 등 총 24종을 개발했다. 

 

201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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