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안드레이 린데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부 교수 등은 현재 이론상 암흑에너지의 힘은 줄어들 수 있고, 오히려 그 힘이 척력에서 중력으로 바뀌어 우주를 수축시킬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빅크런치(Big Crunch)’ 가설이다.
만약 암흑에너지의 힘이 척력에서 중력으로 바뀐다면, 그 뒤의 상황은 단순하다. 빅뱅 이후 진행된 것들이 되감겨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우주 공간이 줄어들면서 은하들도 다시 가까워지고, 공간 내에 물질의 밀도가 높아지면 우주 온도가 다시 올라간다.
수백만 년마다 우주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현재의 1000분의 1 크기가 되면 행성의 생명체는 점점 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온도가 높아진다. 행성의 빙하와 얼음이 모두 녹고,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하늘 전체가 불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불그스름한 색으로, 다음에는 주황색으로 변하면서 온도는 이내 태양 표면의 온도와 맞먹는 수천K까지 치솟는다.
우주의 크기가 현재의 100만 분의 1이 되면 온도가 현재 별 내부의 온도와 맞먹는 수백만K으로 뜨거워져 별은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우주가 지금의 10억분의 1로 줄어들면 온도가 10억K에 이르고, 수십억 년에 걸쳐 별의 내부에서 어렵게 형성된 산소와 철 같은 복잡한 핵이 부서져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리된다.
우주가 지금의 1조분의 1로 줄어들면 온도가 1조K으로 치솟으면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해체돼 쿼크로 바뀐다. 이것이 특이점으로 돌아가기 불과 몇 초 전의 상황이다.
만약 특이점으로 돌아간다면? 그 뒤에 다시 빅뱅이 일어나 새로운 우주가 재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빅바운스(Big Bounce)’ 가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의 우주가 최초의 우주가 아니라, 지금까지 빅뱅과 빅크런치를 반복하며 수많은 우주가 열렸다가 닫혔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주가 영영 사라지는 빅립이나 빅프리즈보다는 그나마 희망적인 미래라고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