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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우주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차있는가

우주 만물은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원자를 떠올릴 것이다. 원자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나뉘고, 원자핵은 다시 중성자와 양성자로 나뉜다. 그리고 과학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 단계 더 들어가 표준모형의 소립자들로 설명을 이어간다. 쿼크, 렙톤 같은 소립자가 만물의 근원이고(가령 쿼크는 중성자와 양성자를 만드는 재료이고, 렙톤은 전자와 그 형제들을 포함한다), 이것들의 상호작용으로 물질의 성질과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표준모형으로도 우주의 5%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나머지 95%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암흑물질(Dark matter)이 약 27%,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약 68%를 차지한다. 암흑물질이 일반물질보다 대략 5배나 많은 셈이다. 


간혹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암흑물질은 검은색이 아니다. ‘암흑’이라는 수식어는 이것이 빛을 내지 않고, 빛을 내는 물질과 반응 하지도 않는 미지의 물질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덕분에 암흑물질은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력 효과로 추론만 가능하다. 

 


한 예로 암흑물질이라는 멋진 이름을 생각해낸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1933년 코마 은하단에 속한 은하들의 평균 공전 속도를 관측한 결과, 은하단에서 관측되는 별과 성간가스의 모든 질량을 다 합해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은하들의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관측되지 않은 여분의 물질이 있고 그로 인해 중력이 강해져 은하들이 튕겨나가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암흑에너지는 똑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성질이 암흑물질과 완전히 다르다. 암흑물질의 중력이 주변 물질을 끌어들이는 것과 반대로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도록 밀어낸다. 오늘날 우주의 모습은 암흑물질이 적당히 뭉치고, 암흑에너지가 적당히 퍼뜨린 결과물인 셈이다. 빅뱅 이후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밝히기 위해서는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중요한 열쇠다. 


그렇다면 보이지도 않는 암흑물질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중력에 의해 은하의 빛이 지구로 똑바로 오지 못하고 굴절되는 현상을 관찰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3차원으로 나타냈다. 


암흑물질은 거대한 구름 형상으로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었다. 이 안에 있는 보통물질은 암흑물질의 강한 중력 작용에 의해 중심부로 몰리면서 그곳에 쌓인다. 쌓인 물질은 은하와 은하단을 형성한다. 따라서 우리가 은하를 보고 있다면, 은하 경계 너머까지 드리워진 암흑물질도 함께 보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암흑물질은 은하와 같은 보통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 암흑물질이 대체 무엇으로 구성됐기에 이 같은 성질을 보일까.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다음의 몇 가지 성질을 가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먼저 수명이 길어야 한다. 수명이 짧아 다른 물질로 쉽게 바뀌는 입자는 안정된 암흑물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일수록 좋다. 


또한 전자기적으로 중성이어야 한다. 전자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면 이미 관측됐거나 검출됐을 것이다. 그 양도 적절해야 한다. 암흑물질의 양이 너무 많으면 우주가 현재와 같은 팽창 속도를 갖지 못하고, 너무 적으면 은하와 같은 천체를 만들지 못했다. 


이 같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암흑물질이 될 만한 후보는 몇 가지로 좁혀진다. 가장 큰 지지를 얻는 후보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다. 


윔프는 암흑물질의 존재가 물리학자들 사이에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1977년, 이휘소 박사와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의 초기 우주론 논문에서 제안됐다. 수소보다 무거운 입자로, 초기 우주에서 속도가 느려 쉽게 중력으로 뭉치고 다른 물질들이 뭉치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는 물질이다. 

 


현재 전 세계의 10여 개 연구팀이 윔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입자들을 강하게 충돌시킬 때 윔프가 만들어지는지 실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이 깊은 땅속까지 들어오는 윔프를 검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윔프의 유력한 후보는 초대칭입자다. 초대칭입자는 초대칭 이론과 관련이 있다. 초대칭 이론에서는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입자들이 짝으로 존재하며 대칭성을 이룬다고 보는데, 간혹 일부 특별한 조건의 입자들이 대칭성을 잃고 우주에 홀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 입자가 마침 약한 상호작용을 한다면 윔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밖에 액시온(Axion)과 비활성 중성미자(Sterile neutrino)도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액시온은 윔프보다 가볍지만 윔프와 마찬가지로 속도가 아주 느리다. 이런 성질은 액시온이 강한 중력원이 될 가능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에서 액시온의 존재를 탐색하고 있다. 


비활성 중성미자는 가상의 무거운 중성미자로,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암흑물질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중성미자는 전자, 타우, 뮤온 세 종류가 있다. 


이들은 암흑물질 후보에서 진작 탈락했다. 가볍고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잘 뭉쳐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물질들이 뭉치는 것을 흐트러뜨려 은하와 같은 우주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 과학자들이 슈퍼카미오칸데라는 초대형 물탱크 실험 시설을 지어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암흑물질이 되기에는 너무 가벼웠다. 


과학자들은 제4의 중성미자로 비활성 중성미자에 주목했다. 약한 상호작용조차 하지 않고 질량은 기존 중성미자보다 무거우며 현재 관측되는 은하의 구조나 밀도를 설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윔프, 액시온, 비활성 중성미자. 아직 관측에 성공한 입자는 하나도 없다. 이중 과연 무엇이 암흑물질의 정체일까. 암흑물질의 종류는 한 가지일까. 지배적이지만 불가사의한 암흑물질을 최초로 발견하려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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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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