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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지구를 양육한다

여름철 별자리 관찰

여름철 밤하늘의 장관, 은하수를 따라 견우성과 직녀성이 포함된 백조 독수리 거문고 자리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맛보자.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까만 밤하늘의 별들을 하나 하나 헤아려 가며 별자리를 찾고 그에 따른 신화나 전설을 이야기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낭만적인 것이다.

칡흙같은 어둠에 보석같은 별들이 수놓은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황홀경을 넘어 별들이 쏟아질 것 같아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특히 여름철 밤하늘을 두쪽으로 가르듯 흐르는 은하수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은하수는 예로부터 인간의 가장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은하수가 머리꼭대기 천정(天頂)에서 보이는 적도지방의 옛 사람들은 은하수를 짐승의 등뼈에 비유해 '하늘의 등뼈'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거대한 짐승이며 우리는 그 짐승속에 살고 있다고 상상한데서 연유한 것이다. 어떤 민족은 은하수가 어두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 어둠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여신 헤라(Hera)의 유방으로부터 힘차게 흘러 나온 젖이 하늘을 가로질러 흐른 것이 은하수라고 한다. 유럽에서 은하수를 젖길(Milky Way)이라 하는데 이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는 '하늘이 지구(땅)를 양육한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하수를 쌍안경이나 소형망원경으로 보면 수많은 별들의 무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은하수는 천구상의 페르세우스 자리에서 희미하게 시작돼 카시오페이아 자리에서 은하수는 더욱 농밀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아래로 큰 십자형의 백조자리를 통과하고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로 흘러 내린다. 은하수는 전갈자리의 꼬리와 궁수자리에서 꺾어진 후에 남쪽 지평선에 닿는다.

여름철 별자리에서 은하수는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여름철 휴양지나 해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은하수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별자리에 얽힌 신화나 전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8월20일 전후의 밤하늘
 

견우와 직녀 사이를 나는 백조

은하수를 따라 천정으로 올라가면 밝은 별 세개가 삼각형을 이룬 여름철의 대(大)삼각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밝은 세개의 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직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견우)성이다. 가장 상단에 위치한 데네브는 남쪽으로 날고있는 백조자리의 α별로 꼬리에 해당된다.

은빛의 은하수를 따라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를 나는 백조의 모습은 많은 별자리 중 가장 우아하고 및진 모습이며, 이름에 걸맞는 유일한 별자리일 것이다. 바람둥이 제우스(Zeus)신이 그의 애인 레다(Leda)를 헤라(Hera) 몰래 만나기 위해 변신한 백조의 모습이 별자리가 됐다고 전해진다.

백조의 머리 부분에 해당되는 β성 알비레오(Albireo)는 쌍안경으로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두 별은 빛깔이 서로 대조를 이룬 매우 아름다운 연성(連星)으로 아마추어 천문가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은하수를 가로 질러 δ와 ε의 두별이 백조의 양 날개를 이룬다. 백조자리의 뼈대를 이루는 α와 β를 연결하고, δ와 ε을 연결하면 십자가 형태가 돼 서양에서는 흔히 북십자성(Nothern Cross)로 잘 알려져 중세 기독교인들에게 숭상의 대상이 됐다.

백조자리에는 6등성의 61번(61 Cygni)성이 있다. 이 별은 연성으로 돼 있으나 보통 연성과는 달리 케플러법칙에 따른 타원궤도에서 벗어나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제3의 별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5년 주기를 가진 목성의 8배 정도 되는 천체가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는 태양계 둘레를 도는 행성과 같이 태양계 밖에도 이와같은 행성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곧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여름철 대삼각형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오른편에는 푸른색의 밝은별 직녀성이 있다. 직녀성 아래로 3~4등성의 별들이 평행사변형을 만들고 있는 거문고 자리가 위치하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는 오르페우스(Orpheus)의 선율에 매료된 제우스는 그의 거문고를 별들 사이에 올려놓아 모든 사람들이 영원히 그의 음악을 기억하게 했다"고 그리스 신화는 전한다.

대삼각형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알타이르는 은하수 왼편에 위치하는 독수리자리의 α성이다. 이별은 직녀성 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친숙한 견우성이다. 마치 우산을 펼친듯한 마름모꼴 현상을 하고 있는 이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가니메데(Ganymede)를 납치하기 위해 변신한 모습이라고 말해진다.

알타이르는 독수리의 머리에 해당된다. 알타이르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곳에 7일 주기의 변광성이 육안으로 보인다. 최고 밝기는 3.7등급에서 최저 4.5등급까지 변하는 케페우스형 변광성으로 최고에서 최저까지는 약 5일, 최저에서 최고까지는 약2일 걸린다. 이 변광성은 육안 관측이 가능하므로 주기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안타레스의 전갈자리

대삼각형에서 은하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지평선 근처에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두개가 있다. 황도 12궁 중 8궁에 해당하는 전갈자리와 제9궁에 해당되는 궁수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전갈자리는 S자형의 별자리로 중심 상단에 전갈의 심장에 해당되는 1등성의 붉은별 안타레스(Antares, '화성에 대항하는 자'란 뜻)가 있다. 이 별은 황도에 가깝기 때문에 2년에 한번씩 붉은 화성이 근처를 지나간다. 옛날 사람들은 안타레스의 붉은 기운을 화성이 빼앗아 가는 것으로 믿었다.

고대 멕시코의 마야인은 안타레스를 '죽음의 신'이라 여겼고, 동양 점성술에서는 화성이 접근할 때 왕이 궁을 떠나면 불길한 재앙이 왕에 미친다고 믿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전갈자리는 오리온(Orion 겨울철의 대표적 별자리)을 잡기 위해 아폴로(Apollo)가 풀어 놓은 거대한 전갈로 전해진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전갈자리가 동쪽에서 뜰때 오리온자리는 사라져 밤하늘에서 두 별자리를 동시에 볼 수 없다. S자형의 마지막 부분은 독침을 가진 전갈의 꼬리부분으로, 이것을 달리 보면 낚시바늘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하늘에서 제우스가 바다에 낚시를 드리운 것과 같이 보인다.

전갈자리에서 은하수편으로 보면 10개정도의 별들이 보인다. 이 별들은 반인반마(半人半馬)의 키론(Chiron)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모습을 한 궁수자리다. 이 궁수자리에는 주전자(teapot) 모양을 한 밝은 별들이 있다. 주전자의 주둥이 쪽은 은하수가 있어 끊는 물에 김이 모락 모락 올라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키론은 황금양피를 찾아나선 아르고나우트(Argonaut)를 안내하기 위해 황도상에 자신과 같은 반인반마의 형상을 만들었다 한다. 궁수자리는 우리 은하계의 중심이다. 이곳은 구상성단(球狀星團)이 밀집돼 있고 은하수 폭이 넓다. 구상성단이 집중된 곳의 거리를 측정해보면 태양은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약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쪽 하늘에 국자모양의 북두칠성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이 남쪽하늘 궁수자리의 남두육성(Milk Dipper)이다. 북두칠성과는 달리 국자의 자루 부분에 별이 두개 밖에 없어 '육성'(六星)이다. 은하수 주변에는 많은 성운성단들이 산재돼 있다. 쌍안경을 준비하면 더욱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네온이나 밝은 가로등, 매연과 스모그가 있는 도시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기는 어렵지만, 여름휴가철 휴양지나 별이 쏟아지는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별자리를 찾으며 어린시절 들었던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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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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