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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 실험장치로 꼽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LHC는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를 최초로 발견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LHC는 지하 175m 깊이에 둘레 27km인 원형 터널 안에 놓여 있다. 건설에는 1998~2008년 100개국 이상에서 1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CERN 소속 연구자만 2500명, 그리고 그들과 협력하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튀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LHC의 검출기 중 하나인 뮤온 압축 솔레노이드(CMS)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마이클 호치(Michael Hoch) CERN 연구원이다. 


CMS는 LHC에 설치된 검출기 네 대 중 하나로, 기본입자 중 하나인 뮤온 검출에 특화돼 있다. 2012년 힉스 입자 발견 당시에도 CMS와 아틀라스(ATLAS)의 분석 결과가 토대가 됐다. 

 

▲CMS be an ICONs 아이콘이 되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1960년대 실크스크린 작품을 오마주한 것으로, CMS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단순화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했다. 첨단 과학 장비인 CMS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과학 장비 또한 예술적 아이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클 호치 CERN 연구원은 이 같은 과학-예술 융복합 작업으로 과학을 대중화하고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 The Art of Science Series  과학의 아름다움
CMS는 LHC에서 충돌을 일으킨 입자들의 고해상도 3D 이미지를 초고속 카메라처럼 초당 최대 4000만 장까지 촬영할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이 협력해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고려대, 경북대, 세종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CMS는 최첨단 과학시설인 동시에 아름다운 색감과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거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 The God Particle Hunting Machine Series  신의 입자를 쫓는 기계
CMS 사진을 분할해 사과, 꽃, 강아지 등 자연물과 합성했다. CMS로 아주 작은 입자의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곧 자연물에 포함된 우주의 이치를 알아내기 위함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 CMS를 가로로 긴 타원형으로 만들어 사람이 CMS와 자연을 한 눈에 담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 인터뷰

CERN의 과학자이자 예술가 마이클 호치


택시에서 내린 마이클 호치 CERN 연구원은 커다란 검은 가방을 매고 정체불명의 비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하자마자, 그는 쇼핑백부터 열었다. LHC에서 쓰던 안전모, CMS 사진 작품이 인쇄된 티셔츠, CMS의 플라스틱 모형 등이 줄줄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화보집 ‘CMS, 과학의 아름다움(Art of Science)’이 등장했다. 포장을 뜯은 호치 연구원은 화보집을 펼치더니 첫 장부터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화보집에 담긴 그의 작품은 7월 26일까지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 1층 전시관에서 ‘신을 쫓는 기계’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4월 23일 IBS에서 그를 만났다.

 

LHC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1998년부터 CERN에서 물리학자로 연구하기 시작해 2007년 부터는 CMS의 개발과 실험에 참여했다. CMS는 과학적으로뿐 만 아니라 미적으로도 경이로운 거대 장치다. 이런 CMS를 널리 알리고자 2012년 ‘art@CMS’라는 단체를 만들어 사진, 음악, 그림 등 예술 작품으로 CMS를 표현하고, 전 세계에 이를 전파 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art@CMS를 자세히 소개한다면? 
주로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과 협업해 CMS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예술가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올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장비나 장소를 제공한다. 예술가들은 CMS에서 영감을 얻은 뒤 이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사는 지역으로 돌아가 전시회를 열거나 교육을 통해 대중에게 CMS와 과학을 전파한다. 이는 우리의 모토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ing globally, acting locally)’와 잘 들어맞는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과학 대중화 활동이 쌓여, 결국 전 세계가 과학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밑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예술가들도 art@CMS와 협업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번에 한국 전시가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이미 CMS와 협력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다. 한 국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그 연구자들과 만나고, 나아가 우리와 연이 닿는다면 머지않아 CMS에 방문해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신의 작품과 예술가들의 작품의 차이점은 뭔가? 
나는 CERN 소속 과학자여서 그들이 못 들어가는 구역에 오 랫동안 머무를 수 있다(웃음). 내가 찍은 CMS의 사진도 한 번에 나온 게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220컷을 찍고, CMS 의 과학적, 미학적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합성했다. 이런 작업은 내가 CMS 연구자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 니라, 검출기의 각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그 역할이 잘 드러나도록 촬영한다. 여기에는 물론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과학과 예술을 병행하는 비결은? 
비결은 열정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과학과 예술은 창의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과학에서도 기 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듯, 예술에서도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기존의 것을 타파하려는 시도를 통해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 더불어 과학과 예술 모두 실패 를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교훈삼아 더 발전해야하는 부분이 동일하다. 

 

▲Faces of CMS  CMS의 얼굴들
지난 25년간 LHC를 건설하고,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기 위해 수만 명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거쳐 갔다. 그리고 지금도 그곳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재 LHC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800명의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으로 여성은 흰색, 남성은 검은색 배경으로 촬영해 ‘CMS’라는 글자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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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 사진

    마이클 호치 CERN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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