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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토목공학이 건설한 한국 최장의 다리 서해대교

지난 11월 10일 우리나라에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다리,서해대교가 개통됐다.토목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사장교 방식으로 건설돼 국내 건설수준을 한차원 높였다고 평가받는 서해대교.그 거대한 구조물 속에 숨쉬는 첨단 토목기술을 만나보자.

11월 10일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 사이의 20리가 넘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 바닷길의 이름은 서해대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다리이며, 세계에서도 아홉번째(설계시점 기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해상 구조물이다.

서해대교의 규모를 글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왕복 6차선으로 만들어진 서해대교의 총연장은 7.31km. 한강에 놓여 있는 다리 일곱개를 일렬로 나열한 길이다. 다리 중앙에 있는 주탑의 높이는 무려 1백82m로, 올림픽대교 탑의 높이 88m와 비교하면 두배가 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여의도 63빌딩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해대교의 완성은 지난 1993년 11월 첫 삽을 떠서 공사를 시작한지 7년만에 이뤄낸 성과이다. 총 6천7백77억원의 비용으로 연인원 2백20만명과 장비 45만대가 동원됐고, 철근 12만t, 시멘트 32만t, 철강재 2만t이 사용됐다.

토목공학의 꽃, 사장교

‘토목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다리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특히 바다에 세워지는 다리는 규모가 크고, 그 밑으로 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리의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경간)를 크게 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보통 다리의 규모는 시작과 끝 지지구조까지의 전체길이를 말하지만, 공학적 측면에서는 경간이 훨씬 중요한 개념으로 다리를 건설한 기술수준을 상징한다.

경간을 길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다리로는 현수교와 사장교가 있다. 현수교는 높은 주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주케이블을 걸쳐 놓은 후, 다리의 상판을 주케이블에 매달아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현수교 기술이 발전된 곳은 미국. 19세기말 동부를 향한 미국 발전의 상징인 브룩클린교에서 시작해 1937년 당시 다리에 대한 모든 기록을 세운 금문교가 탄생했다.

그러나 1940년 당시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현수교인 미국의 타코마교가 초속 19m의 바람에 무너져내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붕괴 이유는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바람이 주기적으로 불면서 진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공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경간이 긴 다리설계에 공기역학과 풍동실험을 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50년대 독일의 공학자들은 다리를 두줄에 매다는 현수교 방법 대신 여러줄에 매다는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사장교’(cable-stayed bridge)다.

사장교는 차량이 지나가는 상판(deck), 상판을 들어 매는 케이블, 케이블을 지지하는 주탑(pylon)으로 구성된다. 주탑을 중심으로 경사지게 매달려 있는 케이블이 다리를 견고하게 지탱한다. 즉 차량의 무게는 상판에 작용하고 이는 케이블을 통해 주탑으로 전달된다. 주탑에 전달된 하중은 다시 기초(footing)를 통해 견고한 지반에 안전하게 전달된다.


타코마교^1940년 미국의 타코마교가 무너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촬영돼 토목공학자에게 값진 교훈을 주고 있다.


5만t급 선박 통과 가능

서해대교는 세가지 방법으로 지어진 복합다리다. 총 7.31km 중, 사장교 방식으로 9백90m가 건설됐는데, 장차 5만t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다리 밑을 지나 항해할 수 있도록 60m 이상의 높이와 4백m 이상의 폭을 확보하고 있다. 사장교를 지탱하는 양쪽 주탑 사이의 거리가 4백70m로 세계에서 열여덟번째 규모다. 우리나라는 서해대교를 포함해 진도대교, 돌산대교, 올림픽대교, 신행주대교 등 5개 교량이 사장교 형식으로 건설됐으며, 현재 삼천포대교, 영흥대교 등이 공사중에 있다.

사장교를 건설하는 각 단계에는 첨단 토목공학기술이 숨쉬고 있다. 우선 견고한 해저 암반까지 굴착해 주탑의 기초를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9.3m의 조수간만 차와 초속 2.3m에 달하는 빠른 물살 속에서 기초를 만들기 위해 축구장 3배 면적의 물막이를 바다 가운데에 설치했다. 물막이 내부에 유입되는 물을 뿜어내면서 해수면에서 32m 아래까지 굴착해 커다란 기초(66m×28m×34m)를 마련하기까지 2년의 시간과 레미콘 2만4천대 분의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기초가 완성된 다음 단계는 높이가 1백82m나 되는 주탑을 쌓아올리는 과정이다. 서해대교의 주탑에는 자동으로 콘크리트를 부으면서 서서히 높이가 올라가는 슬립폼(slip form) 공법을 사용했다. 공법의 특성상 연중 24시간 쉬지 않고 연속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천시나 혹한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시공중 주탑이 약간이라도 기울어진 채 건설되면 다리가 완성된 후 구조역학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서해대교의 주탑은 레이저 측정장비를 도입해서 2천분의 1 오차범위까지 측정해 기울어진 정도를 수정했다.


서해대교 주탑의 건설과정^물막이막 내부에서 견고한 해저 암반까지 굴착해 주탑의 기초를 마련한다.


당간지주를 본뜬 전통미

다리상판을 케이블에 매다는 과정은 정확한 계산결과에 근거해 정밀하게 시공해야 하는 핵심 공정이다. 완성된 두개의 주탑에서 좌우대칭으로 상판을 이어 뻗어나간다. 즉 케이블 배치 간격인 12.3m 단위로 제작된 상판을 해상 운반선에서 들어 올려 케이블에 매다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이다. 매 단계마다 계산에 의한 예측값과 측량에 의한 실측값을 확인해가며 최종적으로 양쪽 주탑에서 진행해 온 상판이 중앙에서 정확히 연결되도록 한다.

서해대교에서 상판을 드는데 사용된 케이블의 총개수는 1백44개. 지름 18-28cm, 길이 55-2백30m에 이른다. 케이블 한개는 37-91가닥의 강연선(strand, 지름 15.7mm)이 한다발로 묶여진 형태다. 케이블은 주탑을 중심으로 마치 부채꼴 모양으로 좌우로 뻗어 있으면서 주탑과 상판을 서로 연결한다. 케이블 하나가 받는 힘은 3백60-8백50t 정도이다. 차량 충돌과 같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케이블이 손상될 경우까지 고려해 역학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교통제한 없이 문제가 있는 케이블만 교체할 수 있다.

사장교는 힘차게 하늘로 솟은 주탑과 케이블의 배치가 어우러져 직선적인 남성미가 돋보이는 다리이다. 더욱이 서해대교는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데, 사장교의 주탑은 충남 아산시 소재 보물 537호인 당간지주를 본떠 전통미와 현대미가 적절히 조화됐다.

매 단계마다 오차를 수정

또 서해대교는 ‘장경간 콘크리트상자형교’(FCM교, free cantilever method bridge)로 5백m가 건설됐다. 서해대교의 FCM교 구간은 교각과 교각 사이의 경간이 1백65m나 돼 이 공법에 의한 다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다리 아래로 2만t급 선박의 출입이 가능하다.

FCM교는 각각의 교각으로부터 좌우로 평형을 유지하면서 철근콘크리트 세그먼트(segment)를 순차적으로 연결하며 인접한 교각에서 진행해 온 세그먼트와 최종 접합해 다리상판을 완성하는 공법이다. 사장교와 마찬가지로 교각을 중심으로 한단계씩 뻗어나갈 때, 매 단계별로 자체의 중량뿐만 아니라 콘크리트의 특성에 의해 처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앙에서 접합 될 때 정확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매 단계마다 처지는 정도를 측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이 공법의 핵심이다. 또한 이 공법은 비교적 경간이 넓으면서도 별도의 지지하는 시설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깊은 계곡과 하천에 적용할 경우 경제적인데, 국내에서는 원효대교에 처음 적용됐다.

사장교와 FCM교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5천8백20m 구간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품질관리가 편리한 ‘연속 콘크리트상자형교’(PSM교, precast segment method bridge) 형태를 도입했다. 이는 제작장에서 일정길이(3m)로 미리 제작한 세그먼트를 설치지점까지 운반한 후, 교각과 교각 사이에 위치한 이동식 가설장비(launching truss) 위에서 접합해 한 경간씩 완성해 가는 방식이다. 60m 한 경간을 완성하기 위하여 개당 60-80t에 달하는 세그먼트를 총 42개(약 2천5백t)나 사용했는데, 이를 지탱하는 가설장비 무게만도 1천2백t에 이른다.
 

인접 교각과 연결해 다리상판을 완성하는 과정.세그먼트 자체의 중량에 의해 처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초속 65m의 강풍에도 견뎌

이 외에도 서해대교 건설과정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공법들이 대거 도입됐다. 우선 조수간만의 차가 9.3m에 달하는 아산만의 특성상, 염분이 침투해 철근의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고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한 내염시멘트와 에폭시코팅철근을 사용했다. 또 콘크리트 표면에 염분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내염도장 처리를 해 구조물의 내구성을 높였다.

예기치 못하는 강한 바람에도 대비하고 있다. 특히 바다를 가르며 서있기 때문에 육지보다 강한 바람과 태풍이 들어 닥칠 수 있다. 과거 기록 중 최대풍속의 약 3배 수준인 65m/초의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한 풍동실험(wind tunnel test)은 세계적 권위기관인 미국의 웨스트 윈드 연구소에서 이뤄졌다. 교량의 바람에 대한 안전성은 실제 교량과 똑같은 2백50분의 1 모형을 제작해 평가했다.

또 한반도에서 발생주기가 1천년빈도인 리히터 규모(Richter Magnitude) 6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해 다리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여기서 리히터 규모란 독일의 리히터가 도입한 지진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몇해 전 일본 고베에서 있었던 대지진의 경우 리히터 규모가 7.2였다.

사장교 주탑과 상판 사이에는 충격전달장치(LUD, lock up device)가 연결돼 다리의 안전성을 돕는다. 충격전달장치는 온도에 따른 상판의 신축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장치이다. 그러나 지진과 같이 빠른 하중이 작용할 때는 자동으로 잠김작용을 해 양쪽의 주탑으로 힘을 분산시켜 준다.

스스로 진단하는 시스템

기술적 발달과 함께 점차 다리의 크기가 대형화됨에 따라 시공 첫단계부터 완공할 때까지의 관리뿐만 아니라 다리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해대교는 이에 대비해 자체적인 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구조물의 주요 부위에 계측센서가 설치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후 실시간으로 중앙계측실에 전송한다. 이 자료를 처리분석해 다리를 역학적으로 평가하고 구조물의 안전을 감시한다. 가속도계, 케이블 장력계, 변형률계와 같은 10여종 3백여개가 넘는 첨단 계측센서를 시공할 때부터 설치해 공사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주탑 내·외부에는 점검용 엘리베이터와 곤도라가, 상판에는 이동식 점검시설 등이 설치돼 있어 항상 점검이 가능하도록 했다. 점검을 통해 얻어진 자료는 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얻어진 데이터와 공유돼 다리의 변화를 파악해 유지보수 시기, 방법,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또 다리를 통과하는 차량의 안전성을 위한 정보까지 서해대교는 완벽한 유지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케이블과 다리의 연결부에 설치된 계측센서(화살표).사장교 곳곳에 다리를 점검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한반도 서해안 시대의 개막

서해대교의 개통은 ‘한반도 서해안 시대’의 개막을 웅변하고 있다. 2001년 개통되는 인천과 목포(3백53km)를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는 서해대교를 통해 아산만을 우회하지 않고 바다 위를 직접 가로지른다. 인천에서 목포까지 주행시간이 현재의 7시간에서 3시간대로 단축된다.

서해대교는 날로 증가하는 이 지역의 교통수요에 대비하고,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과 대규모 산업물량의 신속한 수송이 가능해 연간 1천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천신공항, 평택항 등과 연계해 동북아시대를 이끌어 갈 서해교역의 관문으로 부각되고, 관광인구의 유입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서해대교는 신공법 채택에 따른 전문기술을 축적해 국내 건설기술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려 놓음으로써 향후 건설시장 개방에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규모 면에서 사장교, FCM교, PSM교 모두 국내 최대일 뿐만 아니라 사장교 기초를 만드는데 사용된 물막이공법과 주탑보(cross beam)를 인양한 헤비리프팅공법, 그리고 FCM교에 사용된 큰 규모의 콘크리트 말뚝 등은 모두 최초로 적용됐다. 또한 설계나 해석과정이 복잡하고 시공단계마다 환경이 변해 케이블과 상판 관리가 어려운 사장교의 건설기술을 확보하게 된 점은 국제 기술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서해대교는 바람,조수간만차,빠른 유속 등 열악한 자연조건,그리고 전국민의 이목 집중에 따른 부담을 딛고 우뚝섰다.우리나라 건설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대역사를 우리 기술로 무난히 마무리했다는 자긍심을 갖고,앞으로 후손에 길이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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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찬민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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