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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재권V] 사물인식에 음식인식까지 심부름 시켜보자

STE P4. 머리

지난 호까지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 다리, 몸통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머리만 완성하면 어느 정도 로봇의 모양을 갖추게 됩니다. 머리라고 하면 형태보다는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기능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번 호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로봇의 뇌,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이제 로보트 재권V가 똑똑해질 때가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로보트 재권V라면 적어도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인간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나 귀찮은 일을 알아서 척척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터를 모으고 다루는 일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개와 고양이 구분할 수 있나 


시각을 잠시 돌려서 인간을 살펴볼까요. 인간은 어떤 물건을 한번 보면 그 물건과 비슷한 생김새인 경우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동일한 종류의 물건인지 아닌지 비교적 쉽게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는 수천 가지 디자인의 가방이 있지만, 어떤 가방을 보여줘도 우리는 그 물건이 가방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챕니다. 심지어 가방의 어디를 잡아야 가방을 들 수 있는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리가 수천 종류의 가방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가방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종류의 가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대상끼리 하나의 묶음으로 알고 있는 능력, 우리는 이 능력을 사물 인식, 특히 유추 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유추를 참 잘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면 어떤 사진이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모두 다리가 네 개인데다 털이 복슬복슬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귀를 쫑긋거립니다. 형태적인 특징으로 구분하기에는 공통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 때문에 형태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한 논리적인 사고로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다리가 네 개인가?’ ‘털이 있는가?’ 등의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는 방법으로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컴퓨터는 논리적 판단을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해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사물 인식을 하는 데는 그 장점이 별로 쓸모가 없는 셈입니다.  

 
반면 인간은 길에 지나가는 고양이를 슬쩍만 보고도 고양이인 줄 압니다. 시베리안허스키와 치와와처럼 몸집이 수십 배 차이가 나는 개를 보고도 두 생명체를 모두 개라고 결론 내립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 중에는 인간의 뛰어난 사물 인식 능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뇌 구조를 흉내 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여기에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 구조를 흉내 내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처럼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책을 보고 뇌에 지식을 입력하는 것처럼 딥러닝 프로그램은 데이터를 넣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인공지능 학습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받을수록, 즉 데이터가 많을수록 딥러닝은 점점 똑똑해져서 인간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유추 능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발된 인공지능은 카메라로 찍은 개와 고양이의 영상을 보고 둘을 구분해 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똑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직은 한 분야에 국한돼 

 

그럼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은 것일까요. 머지않아 인간보다 월등하게 똑똑한 기계의 탄생을 보게 되는 것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공지능이 인간 뇌 수준의 능력을 갖추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글의 ‘알파고’가 인간 바둑계의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을 이겼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알파고는 바둑 두는 것밖에 할 줄 모릅니다.


반면 이세돌 9단은 바둑을 두는 것 외에도 할 줄 아는 것이 많지요. 현재 인공지능은 하나의 목적만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간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임기응변 능력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직 연구해야 할 것들이 많은 셈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스마트폰만으로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음성도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로보트 재권V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도록 사람의 사진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딥러닝 프로그램에 입력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면 로보트 재권V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때 사람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아이디어를 추가하자면, 저의 사진을 많이 찍어서 로보트 재권V에게 입력시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로보트 재권V에게 다가갔을 때 ‘아빠’를 알아보고 저만을 위한 특별한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로보트 재권V를 충성심 높은 로봇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구대에서 물건 찾아오는 로보트 재권V 


로보트 재권V의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제가 필요로 하는 특정 사물과 그에 따른 음성을 학습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 일할 때, 특히 로봇을 조립할 때 다양한 공구를 많이 쓰는데요. 조립 중에 필요한 공구가 옆에 없으면 조립하던 작업을 멈추고 공구대까지 걸어가서 공구를 찾아온 뒤 하던 조립을 계속하곤 합니다. 정말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로는 하던 작업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공구가 옆에 없어서 난감한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이럴 때 로보트 재권V에게 필요한 공구를 가져오라고 말로 명령을 내리면 참 편할 것 같습니다. ‘로보트 재권V, 저기 가서 M4 육각 렌치 좀 가지고 와!’라고 말이죠. 그러려면 로보트 재권V가 ‘M4 육각 렌치’라는 말을 알아들어야 하고, 공구대로 가서 카메라로 물건들을 훑다가 그 중에서 M4 육각 렌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렌치를 집어서 가져다주기까지 해야 로보트 재권V


는 임무를 완수하는 셈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자비스’ 정도는 아니지만, 자비스의 초기 버전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팔, 다리, 몸통에 이어 똑똑한 머리까지 갖췄으니 로봇으로서 구색은 맞추게 됐습니다. 이제 구체적이고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다음 호는 ‘먹방’을 찍어 보겠습니다. 


로봇에게 음식을 먹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로봇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로봇이 전기에너지를 주된 에너지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전기에너지를 담기 위한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다음 호에서는 어떤 배터리를 선택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비롯해서 인간과 로봇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jkh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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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 에디터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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