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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파트너@DGIST] 로봇공학전공

뇌에 마이크로 바늘 심어 손가락까지 움직인다

 

“뇌파를 측정하는 동전 모양의 센서가 달린 기기(캡)를 머리에 쓴 뒤 로봇 의수를 이 기기와 연결하면 의수를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 의수가 사람처럼 손가락 관절까지 정교하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팔꿈치나 손목 같은 큰 관절의 움직임만 재현할 수 있을 뿐입니다.”
김소희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는 비침습적인 방식의 뇌파 처리 기술은 한계가 있다”며 “로봇 의수를 정교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침습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뇌파 측정용 캡은 32채널부터 256채널까지 다채널로 뇌파를 수신한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데는 이 중 1~2개 채널만 사용된다. 김 교수는 “캡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다채널이 아니다”라며 “뇌의 각 부위에 있는 개별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신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 수십μm 바늘로 고해상도 신호 처리


뇌파를 추출한 뒤 이를 통해 로봇 의수나 컴퓨터 등 외부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을 ‘뇌-기계 접속(BMI·Brain Machine Interface)’이라고 한다.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은 2012년 바늘 96개로 구성된 신경전극을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심은 뒤 이를 로봇 의수와 연결해 커피를 마시게 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팀은 이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폭이 수십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길이가 1mm 정도인 마이크로 바늘 다발로 이뤄진 신경전극을 만드는 것이다.
폭이 수십μm면 신경세포 하나의 크기와 비슷하다. 신경전극을 뇌 등 중추신경이나 팔다리 등 신체 말단에 존재하는 말초신경에 직접 심어 개별 신경세포의 신호를 확인해 처리하는 게 목표다.  
현재 김 교수팀은 이런 마이크로 바늘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또한 전극이 체내 이물질 반응을 덜 일으키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신경전극이 갖는 수명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고해상도 신경전극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마이크로 바늘 신경전극을 사용하면 뇌파만으로 사지마비 환자의 손과 팔은 물론 손가락 관절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뇌에 직접 신경전극을 심지 않고 팔다리에 분포하는 말초신경을 활용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환자에게 신경전극을 부착하는 수술을 할 경우 뇌보다는 팔다리에 하는 것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교수팀은 유연한 신경전극을 개발해 개의 대퇴부에 있는 말초신경의 신호를 고해상도로 측정하는데 성공해 2017년 국제학술지 ‘신경공학저널’에 발표했다. doi:10.1088/1741-2552/aa7493
김 교수는 “말초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는 근육이 움직일 때 나오는 신호와 겹치는 만큼 말초신경 신호를 온전하게 얻는 게 쉽지 않다”며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마찰에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안정적으로 신호를 송수신하는 신경전극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과 기계를 연결하는 접속 기술 연구자들은 신경전극으로 행동뿐만 아니라 감각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감각을 되살리면 특정 연상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가령 축구공을 보면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연상기억은 각종 감각과 함께 재생성된다. 
김 교수는 “뇌 겉면의 대뇌피질은 다양한 촉각과 시각 등 감각을 수용한다”며 “대뇌피질에 심는 신경전극의 신호를 조절해 감각을 발생시키거나 억제하면 연상기억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신경전극 시스템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연상기억 장애를 치료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특정 감각을 통해 불편했던 기억에 사로잡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의 경우 신경전극을 이용해 해당 감각의 작용을 억제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BMI 기술이 행동이나 기억에 관련된 신경장애 환자들을 돕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 사진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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