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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녹색 대륙으로 바뀌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 식물 성장 기간 늘어나

영하 88.3℃. 이것은 1960년 남극대륙의 보스토크기지(옛소련)에서 관측된, 지구관측 사상 가장 낮은 기온이다. 남극은 생물이 생존하기에는 혹독한 환경이다. 이 극한 지역에서는 이끼 지의류 등 한정된 종류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남극생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남극대륙의 식물세계에서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소가 남극반도의 남위 68° 이북에서 자라고 있는 두 종류의 종자식물 분포상황을 조사한 결과 1964년부터 1990년까지 26년간에 걸쳐 5-25배 세력을 확장했다고 한다. 남극에 꽃을 피우는 고등식물이 있다는 것만도 뜻밖의 일인데, 이 식물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만약 이 현상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면 '흰대륙'이 '녹색대륙'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1960년부터 남극반도의 남위 65°부근에 있는 가린데츠 윈터 스크어 등 3개 섬에 살고 있는 식물을 영국 남극 조사소가 조사한 결과 두 종류의 종자식물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64년에 드문드문 존재했던 것이 90년에는 무수히 퍼져 있었고, 군체의 지름도 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64년에는 지름이 제일 큰 것이 9㎝ 정도였으나 90년에는 18㎝ 이상 되는 것도 발견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루수도 5-25배 불어났다. 이로 미루어보면 종자식물이 맹렬한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극반도는 남극대륙의 서경 60°-70°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남미대륙을 향해 꼬리처럼 돌출된 부분이다. 남극 동부에 비하면 기후가 온난한 지역이다.

그러면 왜 생존환경이 혹독한 남극에서 고등식물종자가 이렇게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남극에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기간은 12월부터 2월까지 여름에 한정되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성장가능한 시기가 약 2주간 연장된 것이 종자식물 확대의 최대 원인이다"라고 영국남극조사소는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45년부터 90년 사이에 평균기온 0.5℃정도 상승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식물의 생육조건으로 일조시간의 증가, 공기중 이산화탄소농도의 상승 등을 들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물의 영향이 컸음에 틀림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극은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다. 마치 사막과 같은 상태다.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얼음표면이 녹아 물방울이 생길 수 있다. 남극식물들은 이 수분을 이용해서 급속히 번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곳뿐만 아니라 남극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식물생태의 변이가 일어나고 있을까?

남극대륙 전면적의 95%는 두터운 얼음층으로 덮여있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곳은 나머지 5%에 해당하는 노출된 암석층이다. 지금까지 이런 지역에서 식물이 샘플링되어 왔다. 그러고보면 남극도 바위가 노출된 전 지역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남극에는 대륙을 동서로 가르는 산맥이 달리고 있다. 이 산맥에도 노출된 바위지역이 있다. 남극점 가까운 부근에도 식물이 살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지구온난화가 큰 문제로 대두된 이래 그 징후가 남극식물 생태계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식물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곧 남극 식물생태계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의 정도를 측정하고 귀중한 데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64년 스크아섬 원터 섬 가린데츠섬의 종자생물 분포. 노출된 암석지역에 드문드문 터져있다.(위) 1990년 종자생물 분포. 26년 지나자 노출된 암석자국을 메우듯이 퍼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빙상면적도 약간 감소되어 있다.(아래)
 

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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