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들에게 10월은 노벨상 발표로 시작하는 달입니다. 올해도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수상자가 연달아 발표됐습니다. 보통 한국 시간으로 저녁 6시 이후에 수상자가 공개되는데, 이맘 때면 과학기자들은 모두 퇴근을 늦추고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스웨덴 과학한림원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합니다. 관련 분야 전문가를 곧바로 수소문할 모든 준비를 갖추고 말이죠.
올해 과학상 세 분야는 모두 인류의 건강과 안녕, 생존에 기여한 연구 분야가 받았습니다. 생리의학상은 온도와 물리적 자극을 감지하는 촉각 수용체 유전자를 찾은 두 연구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기초연구 분야지만, 이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감각 장애나 보행 장애, 통증 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학에서도 중요합니다. 또 통증과 직접 연관된 유전자다 보니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자들도 인류를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는 수상 소감을 잊지 않았죠.
화학상은 원하는 구조의 화합물만 합성할 수 있는 유기촉매를 개발한 연구자 두 명이 받았습니다. 이 역시 신약개발에 널리 활용되면서 제약 분야를 혁신하고 인류를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지요. 물리학상은 현대적인 기후 모델을 구축한 기후물리학자 둘과, 입자부터 기후까지 다양한 대상의 무질서를 연구한 복잡계 물리학자가 받았습니다. 이들은 지구 기후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한 현상임을 밝히는 데 공헌했습니다. 노벨위원회가 기후변화라는 절체절명의 환경 위기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공헌한 학자들을 일부러 찾아 이름을 불러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릴 일이 하나 있어요. 10월에 계획했던 ‘온라인 클래스’ 두 건이 당일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연기됐습니다. 5일에는 과학동아 편집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예방 차원에서 팀원 모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12일에는 강연자가 강연 15분 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 응급실에 갔고, 결국 입원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잡지 마감 시점(10월 16일) 두 사람 모두 회복했거나,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 일로 다시 한번 건강의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동료, 가족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