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가 선사한 어린이날 선물, 개기월식

해뜨는 시간과 겹쳐 아쉬움 남을듯

 

5월 5일 새벽 서쪽 밤하늘에 펼쳐지는 월식의 진행 과정.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행성 지구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일반인들도 사진이나 TV로 지구를 볼 수 있지만 그런 감동을 느끼긴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진 말자. 지구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가끔씩 찾아오기 때문이다. 바로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이 이런 때다. 3년만에 맞이하는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3년만에 맞는 개기월식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달. 이번 월식의 경우 지구 그림자의 남쪽부분을 달이 통과한다.


지금부터 3년 전인 2001년 1월 8일은 쌀쌀했던 겨울 날씨였지만 하늘은 무척 맑았다. 날이 점차 어두워지자 동쪽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밝게 세상을 비추던 보름달은 자정을 넘기면서 점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달의 한쪽면에 검은 그림자가 점차 드리워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9일 새벽이 다가오면서 보름달은 어느새 사라지더니 붉은 보름달이 눈앞에 나타났다. 바로 개기월식이 시작된 것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로 들어가서 가려지는 현상을 ‘월식’이라 한다. 월식이 일어나 달의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태양빛이 지구에 가려 달의 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태양과 달 사이에 지구가 위치할 때 월식이 일어나게 된다. 한편 지구 그림자가 달의 한쪽만 가리면 초승달처럼 달의 일부분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부분월식이라 한다.

부분월식 때의 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달의 어두운 경계면이 둥그런 원호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오래 전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기도 했다. 한편 월식 때 달의 밝고 어두운 경계면은 명확하지 못하다. 지구의 대기가 태양빛을 굴절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때의 개기월식 이후 그해 7월 5일 한밤중에 달이 약 반쯤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한차례 있었다. 이날 이후 지금까지 월식이 없었으니 이번 월식은 참 오랜만이라 하겠다.

5월 5일은 휴일인 만큼 새벽에 하늘을 쳐다보기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다른 천문현상과는 달리 월식은 집 옥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따스한 5월이므로 좀더 쾌적한 월식 관측이 기대된다.

이번 월식과 2001년 월식의 같은 점은 둘다 개기월식이고 새벽에 서쪽하늘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지난번엔 월식이 한밤중에 시작해 개기식이 끝날 즈음 달이 졌기 때문에 월식의 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벽 무렵 시작해 달의 개기식이 한창일 때 달이 지므로 개기식을 끝까지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5월 5일의 월식은 밤이 거의 끝나가는 새벽 3시 48분에 시작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달의 일부분이 먹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부분월식은 약 1시간 동안 점차 가려져서 날이 밝아오는 4시 52분에 서야 달의 전부가 사라지는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개기월식이 가장 많이 진행된 식심은 새벽 5시 30분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달이 지는 시간은 새벽 5시 35분이다. 개기식이 한창인 상황에서 달이 지는 것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이전인 5시 32분에 해가 뜬다는 사실이다. 결국 개기식에 접어들 무렵부터 이미 하늘은 밝아진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주위 하늘이 밝은 만큼 개기 중의 달도 뚜렷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 곧이어 서쪽 산너머로 달이 져버리므로 개기식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번 개기월식에서 달이 모두 가려진 모습을 제대로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부분월식이나 마찬가지며 관측 계획도 이에 맞춰 세워야 한다.

편안히 집에서 관측하는 재미

여러 천문현상 중에서 월식이 좋은 이유는 별도의 관측보조장비 없이도 그 전과정을 보기에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에서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함의 장점도 크다.

개기월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달이 모두 가려진 상태를 관측하는 것이다. 개기 중의 달은 지구대기에 의해 굴절된 빛에 의해 붉은 빛으로 빛난다. 이 붉은 빛의 정도는 달이 지구 그림자 중심에 얼마나 가깝게 통과하는가, 당시 지구 대기의 먼지는 어떠한가 등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개기월식 때마다 달의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번 월식은 그런 붉은 달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관측 테마가 달라진다. 이번 개기월식에서는 어떻게 관측하는 것이 좋을까. 결국 부분월식과 동일한 관측 테마를 가지고 관측에 임해야 한다.

먼저 월식에 대비해 관측일지를 갖고 달을 스케치할 준비를 하자. 달의 바다부분이 그려진 둥근 달의 밑그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달의 표면 모양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달의 가려지는 모습을 관측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용지는 10장 가량 준비한다. 월식이 시작되면 10분에 한 장씩 달이 먹혀 들어간 모습을 그린다. 달이 완전히 가려질 때까지 6장 가량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달이 거의 먹히면 이미 가려진 달의 어두운 부분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 미묘한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쌍안경이 있다면 좀더 정확히 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달은 특별히 어둡거나 밝은 대상이 아니어서 다른 천체에 비해 사진을 찍기가 쉽다. 천체망원경이 있다면 일단 직초점 사진촬영을 시도해보자. 직초점 사진촬영법이란 카메라의 렌즈를 분리해 내고 천체망원경의 렌즈로 대신하는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 카메라 몸체를 망원경의 접안부에 부착해서 찍으면 된다.

디지털카메라도 같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렌즈가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별도로 판매되는 카메라 어뎁터를 사용해 아이피스가 끼워진 망원경 접안부에 부착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를 어포컬방식이라 하는데 눈으로 천체망원경을 보는 상태에서 눈대신 카메라가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히 이해될 것이다.

10분 간격으로 시간을 배정해 월식의 진행 상황을 필름 한컷 한컷에 찍는다. 노출 시간은 달이 반쯤 먹혔다면 반달의 노출시간과 동일하게 주면 된다. 여러 노출시간 단계로 찍는다면 실패의 여지가 줄어들 것이다.

월식이 진행 중인 달을 장시간 찍어보는 것도 하나의 테마가 될 것이다. 서쪽 편 중천에 걸린 달부터 시작하여 2시간 가량 일주촬영을 해보면, 달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달의 일주선 굵기가 가늘어지는 효과를 찍을 수 있다. 개기식이 포함되면 달의 이미지가 가는 붉은 선으로 나타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아랫부분이 생략되므로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