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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의 테두리 부분을 최소화하고 디스플레이를 최대화하는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디자인)’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피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0’도 베젤리스를 위해 지문인식 기능을 수행해 온 홈버튼을 완전히 없앴다. 측면이나 후면으로 옮긴 것이 아니다. 지문인식 장치를 디스플레이 안에 장착해 필요가 없어져서다. 


최신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방식. 화면 하단에 위치한 홈버튼을 누르거나, 뒷면이나 측면의 특정 부위에 손을 대거나. 양쪽 방식 모두 지문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한다.  
그런데 지난해 새로운 잠금 해제 방식이 등장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가 2017년 6월 상하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최초로 초음파식 지문인식 센서를 디스플레이에 넣은 스마트폰 모델 ‘X플레이6’을 선보였다. 
 반년 뒤인 2018년 1월, 비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18’을 통해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를 넣은 ‘X20 플러스 UD’ 모델을 내놨다. 이어 3월에는 화웨이가 200만원대 초고가폰 ‘포르셰 디자인 메이트 RS’에, 6월에는 샤오미가 8주년 기념 고급모델 ‘미8 익스프롤러’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센서를 속속 장착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과 S10플러스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를 채택하며 쐐기를 박았다. 바야흐로 지문인식 센서의 홈버튼 시대는 가고 디스플레이시대가 왔다.


삼성은 초음파식 지문센서 채택


제조사마다 채택한 디스플레이 지문 센서의 원리는 다르다. 샤오미의 ‘미8 익스플로러’에는 광학필름을 이용한 광학 센서가 들어갔다. 이 방식은 빛을 쏜 뒤 손가락 지문에서 반사되는 빛을 읽어 들여 사용자를 확인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이 방식에 대한 평가가 낮은 편이다. 화면에서 발생하는 빛과 손가락 지문에서 반사된 빛이 중첩돼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거물인 미국 애플은 올해 1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호환성이 좋지 않다”며 “이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초음파식 지문인식센서를 택했다. 초음파는 주파수가 20kHz(킬로헤르츠) 이상으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음파다. 임신부의 자궁 내에서 태아를 관찰하거나 비파괴 검사 등 의료와 산업 현장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박춘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 책임 연구원은 “의료용은 5~20MHz(메가헤르츠)까지, 산업체에서는 500kHz~10MHz 대역의 초음파를 쓴다”며 “차량용 후방 센서도 40~50kHz의 초음파를 많이 쓰며, 최근에는 각종 스마트기기로까지 초음파의 사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미국의 퀄컴이나 국내 생체인식 전문기업인 베프스 등은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내장형으로 들어갈 수 있는 초음파 지문센서를 개발해 시제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 모듈은 약 1cm2 크기로, 약 64~100mm2 면적의 지문을 1.5초 이내로 읽어들인다. 흔히 스마트폰 화면의 하단부에 장착하기 때문에 이 부위에 손가락을 대야 인식이 가능하다. 
박 책임연구원은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이라며 “초음파는 세기를 조절하면 피부 내부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문을 3차원(3D)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는 융선(지문 곡선)의 높낮이를 인식해 지문을 2차원 평면에 표시하는 방식이어서 해킹 위험이 높았다. 손가락을 댄 부위에 특수 종이를 붙였다가 떼는 것만으로도 지문 모양을 쉽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로 지문을 이미지화하는 초음파 방식이 적용되면 이 같은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2016년 11월 탕 하오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자공학및컴퓨터공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15mm2 지문 면적의 외피와 내피를 초당 38번 w촬영해 3차원 이미지로 만드는 개발했다고 국제전자전기공학회(IEEE)가 발행하는 ‘고체회로저널’에 발표했다. doi:10.1109/JSSC.2016.2604291

 

강화 필름 붙이면 초음파 송수신율 낮아져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의 걸림돌은 인식률이다. 안현석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웨어러블 융합전자연구실 박사는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에서 나온 초음파가 터치판과 유리로 이뤄진 디스플레이를 투과해 피부에 닿았다가 안정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강화필름을 붙일 경우 초음파가 투과해야 할 층이 두꺼워져 송수신 감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는 초음파를 만드는 전극 유전체와 외부 힘에 따라 전기적 변화를 일으키는 압전소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압전소자는 알루미늄이나 금과 같은 금속을 사용해 투명하게 제작하기 어렵다. 결국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는 우리가 보는 화면의 반대 편에 위치한 후면 기판 위에 위치시켜야 한다.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의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높여 초음파 세기를 키울 수 있지만, 이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안 박사는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아 사용 환경이 달라져도 인식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도록 최적의 모델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를 디스플레이에 탑재할 경우 인식률이 문제가 된다면, 현재 널리 사용되는 정전용량 방식을 탑재할 수는 없을까. 이 방식이 바로 홈버튼식 지문인식 센서에 널리 쓰이는 기술이다. 
정전용량 방식은 손가락을 얹었을 때 축전기에 쌓이는 전하량의 변화를 측정하기 때문에 축전기 방식으로도 불린다. 지문 구조보다 크기가 작은 축전기를 해당 부위에 필요한 면적만큼 늘어놓으면 지문의 굴곡 변화를 인지할 수 있다. 
안 박사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터치부에는 커다란 축전기가 위치해 손가락이 닿았을 때 전하량의 변화를 측정한다”며 “터치부의 축전기를 더 작게 만들어 지문의 세부 모양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를 쓰면서도 인식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문 센서, 대면적화가 목표


하지만 정전용량 방식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터치부에 센서를 직접 탑재하는 정전용량 방식도 인식률에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의 축전기를 구성하는 기존 투명전극 소재의 경우 전기 민감도가 낮아 약 100kHz의 신호를 송수신에 사용했다. 문제는 화면에서 수십~200kHz의 주파수를 가진 빛이 꾸준히 생긴다는 것이다. 신호가 중첩돼 제대로 지문을 인식할 수 없는 셈이다.
2018년 7월 박장웅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은나노와이어와 은나노섬유를 합성해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은나노와이어와 은나노섬유를 그물 형태로 쌓으면 빛이 지나갈 수 있는 빈 공간이 생겨 겉으로는 투명해 보인다. 빛은 빈 공간으로, 전기는 은을 통해 전달된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은 기존에 인듐과 산화주석으로 구성한 투명전극보다 전기 전도성이 10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doi:10.1038/S41467-018-04906-1 
당시 이 연구는 안 박사가 주도했다. 그는 “새로 개발한 투명전극은 전기 전도도가 커 스마트폰에서 주로 쓰는 1MHz의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지문을 인식했다”며 “정전식 디스플레이용 지문인식센서를 개발하는 데 이 투명전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진하는 음파의 특성상 향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초음파식 보다는 기존의 정전용량 방식이 유리하다는 설명도 있다. 안 박사는 “디스플레이가 휘어질 경우 초음파를 송수신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진다”며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정전용량 방식의 지문인식 센서가 구조적으로 미래 디스플레이에는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가 자리 잡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면적화다. 지금은 화면의 제한된 영역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광학필름 방식, 정전용량 방식, 초음파 방식 등 기술의 종류를 막론하고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대면적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킬 때 전력 소모가 커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전용량 방식의 경우 저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축전기를 화면 전체에 깔면 그만큼 저항이 커진다. 광학필름 방식은 디스플레이 전체에 광학필름을 배치할 경우 빛의 이동 통로를 설계하는 게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안 박사는 “광학필름 방식이 대면적화에는 가장 불리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대면적화와 함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한 지문인식 센서 기술이 더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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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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