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반사된 모습을 자신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원숭이, 돌고래, 몇몇 조류뿐이다. 그런데 최근 물고기도 이 ‘거울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와 일본 오사카시립대 공동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를 대상으로 거울 테스트를 했다. 먼저 수족관에 청줄청소놀래기를 넣고 수조 바깥에 거울을 둔 뒤 청줄청소놀래기의 행동을 관찰했다.
거울을 처음 본 날 10마리의 청줄청소놀래기 중 7마리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경쟁자로 간주해 입을 쪼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지만, 이 행동은 일주일이 지나자 사라졌다. 대신 거꾸로 수영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청줄청소놀래기의 몸에서 거울에 비춰야만 볼 수 있는 곳에 색깔 점을 찍고 행동을 관찰했다. 거울을 본 청줄청소놀래기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닥에 긁는 행동을 보였다.
거울이 없을 때나, 투명한 잉크로 점을 찍어 거울에 점이 비치지 않을 때에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스 조던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 연구원은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이번 연구결과를 물고기가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2월 7일자에 발표됐다. doi:10.1371/journal.pbio.300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