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나의 미국 유학 일기] 기숙사 식당 밥에서 요리로 진화 삼시세끼 라이프

 

스탠퍼드대 캠퍼스(33.1km2)는 서울 송파구(33.89km2)만한 크기다. 그 덕분에 학부생은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이 보장된다. 하지만 스탠퍼드대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어 기숙사비가 만만치 않다. 방학을 제외한 1년 기숙사비는 약 1만5000달러, 한화로 약 1700만 원이다. 물론 여기에는 식비도 포함돼 있다.

 

학교 밖에 사는 것은 거리도 멀고, 돈도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산다. 매년 기숙사를 새로 배정받는데, 1학년 때는 기숙사도 룸메이트도 완전히 무작위로 정해진다.

 

2학년부터는 원하는 친구들과 함께 지원해 추첨으로 방을 배정받는다. 원하는 기숙사에 순위를 매겨 지원하면 추첨을 통해 번호를 받게 되는데, 번호가 낮은 순서대로 가장 선호하는 기숙사가 배정된다. 이 번호가 발표 나는 날은 캠퍼스 전체에서 친구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학년 때 처음 살았던 기숙사는 신입생들만 사는 기숙사여서 활기가 넘쳤고, 학교 중심과 가까워서 수업에 가기 좋았다(자전거로 약 5분 거리다). 룸메이트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잠 잘 때 예민한 편이라 기숙사가 정해지기 전에 제출하는 설문지에 ‘나보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룸메이트를 만나고 싶다’고 썼다. 시애틀에서 온 에밀리아라는 친구가 룸메이트가 됐는데, 운 좋게도 정말 그런 친구였다. 하지만 살아온 배경이나 관심사가 너무 달라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다.

 

기숙사에 살게 되면 1학년 때는 일주일간 14끼를 먹을 수 있도록 식권(meal wipe)을 준다. 캠퍼스 이곳저곳에 위치한 기숙사 식당 8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 기숙사마다 테마가 있다. 예를 들어 멕시칸 음식을 먹으려면 스턴(Stern) 기숙사 식당에, 아시안 음식을 먹으려면 윌버(Wilbur) 식당에 가는 것이다. 플로모(Flomo) 식당은 일요일 저녁마다 맛있는 인도 음식이 나와 늘 붐비지만, 달달한 망고 라씨를 먹으러 자주 갔다. 이처럼 생각보다 꽤 선택지가 많다.

 

하지만 대개는 본인이 사는 기숙사 식당을 자주 가게 된다. 그래서 1학년 때 스턴 기숙사에 살았던 나는 1년 내내 부리토, 파히타 등 멕시코 음식을 질리도록 먹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면 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가끔은 다른 한국 유학생 친구들을 불러서 한국에서 가져온 실온 보관 떡볶이를 요리해 먹었다.

 

2학년 때는 좀 더 비슷한 생활습관을 가진 친구와 지내고 싶어서 1학년 때 마음이 잘 맞았던 다희라는 친구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같은 방이지만 생활공간이 분리돼 있는 ‘투룸더블(2-room double)’ 방에서 지냈다.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나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나도 룸메이트도 만족했다.

 

다만 기숙사 음식은 갈수록 질려서, 일주일에 10끼만 기숙사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했다. 남은 네 끼는 학교에서 식비를 받아(이런 방식을 ‘meal plan dollar’라고 한다) 학교 안에 있는 작은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사먹었다.

 

학생회관(Tresidder Memorial Union)에 가면 중국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서브웨이 등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다. 미국에서 ‘핫’한 포케볼(신선한 채소와 작게 썬 참치, 연어 등을 양념과 함께 한 그릇에 담은 하와이 음식)이나 바비큐, 샐러드 등도 판매하고 있어서 훨씬 바깥 음식 같은(듯 하지만 같지 않은) 선택지가 많다. 스타벅스도 있어서, 보통 나는 이곳에 가면 포케볼과 스타벅스 커피를 시켜 먹곤 했다.

 

이마저도 질릴 때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교에서 외식을 하곤 했다. 학교 주변에 있는 도시인 팔로알토와 마운틴뷰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많다. 그래서 비싸지만 맛있는 한식, 일식, 중식 등을 먹을 수 있다.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조금 더 멀리 가면 한인타운이 있는 서니베일(Sunnyvale)에서 순두부나 짜장면, 심지어는 순대국밥도 먹을 수 있다. 가장 신기했던 점은 서니베일에 무려 백종원이 운영하는 중식 프랜차이즈인 ‘홍콩반점’이 들어와 있다는 점! 특히 쟁반 짜장은 한국에서나 이곳에서나 내 입맛에 정말 맛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밥을 해먹고 싶어 학교에 한 곳밖에 없는 아파트형 기숙사에 지원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성했다! 이번에도 다희와 살게 돼서, 다희와 함께 2~3주마다 한 번씩 서니베일에 있는 한인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열심히 요리를 해먹었다. 제일 많이 만들었던 건 당연히 김치볶음밥. 평소에는 그냥 밥을 해서 반찬과 먹었고, 간간이 돈부리나 토마토 달걀 볶음 같은 음식들도 요리해 먹었다. 금방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친구들을 자주 초대해 함께 음식을 해먹곤 했다.

 

원래는 장을 보기 위해서 선배들의 차를 얻어 타곤 했는데,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카 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요즘에는 직접 차를 빌려 마트에 다녀온다. 처음에는 한국의 ‘장롱 면허’로 운전하는 게 자신이 없어 운전을 더 잘하는 친구에게 맡겼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영화관에도 가고, 멀리 버클리에 있는 고등학교 선후배들을 보러 가기도 한다.

 

처음엔 타지에서 사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직접 운전해서 장도 봐오고, 라면만 끓여 먹다가 요즘은 요리도 제법 하게 됐다. 미국 생활이 익숙해져서 마음이 편한 요즘이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소영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 3학년
  • 에디터

    오혜진 기자

🎓️ 진로 추천

  • 문화인류학
  • 언어학
  • 국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